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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2013년 9월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김조광수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의 결혼식인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이 열렸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동성결혼에 대한 법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진행된 동성간의 결혼식이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결혼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이성애자였으면 조용히 결혼했을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 앞에서 결혼할 수 밖에 없다. 많은 동성애자도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요란법석을 떨어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 기독교인들의 방해에 대해서는 "동성결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기회에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몇몇 분들이 하느님이 벌준다는 말을 하는데 나도 기독교 신자다. 동성결혼을 혐오하는 분들의 말처럼 하느님이 백년만년 나를 유황불에 타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모든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감독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이 공동 사회를 맡았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민주당 진선미 의원, 방송인 하리수 등 각계 각층의 유명인사들이 하객으로 참석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했다. 이디오테잎, 신나는 섬, 에이템포, 강허달림, 지보이스, 사우스카니발, 허클베리핀 등의 축하 공연이 펼쳐지며 주례와 축가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축제 형식으로 마련되어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결혼식을 지켜봤다.
본식에서는 뮤지컬 형식으로 두 사람이 결혼서약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한 남성이 무대에 난입해 오물을 투척하는 등 훼방이 있었지만 김조광수 감독은 장내를 진정시키며 결혼식을 이어갔다.
김조광수 감독은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과 상관 없이 오늘부터 우리는 부부다. 축복 속에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다"며 "어머니께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머니 사랑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무대로 자신의 어머니를 모셨다.
김 감독의 어머니는 하객들의 박수와 함성을 받으며 결혼식 무대에 올라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성 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들 숨어계시지 마시고 앞으로 나오셨으면 좋겠다. 힘을 모아 우리 자녀들을 도와줍시다"라고 전했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같은 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춰 등기우편으로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구청 쪽은 ‘민법상 동성혼은 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반려했다. 이에 김씨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부부의 날’인 이듬해 5월21일 서부지법에 구청의 불수리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 모두에서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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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기자 jy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