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09 19:42 / 기사수정 2007.11.09 19:42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이 아시아의 신흥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태국을 물리치며 2007‘ 월드컵대회 2승을 거두었습니다. 어려운 승부로 예상됐던 경기였는데 우려에 비해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최근에 맞붙은 두 경기에서 내리 2연패를 당한 것이 한국여자배구의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물론 태국 팀의 조직력이 워낙에 발전했기 때문이지만 빠른 공격과 수비 조직력을 갖춘 팀에 대한 한국 팀의 대처가 부족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태국이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빠른 공격을 구사하는 전통적인 아시아 팀의 모습으로 발전했다고는 하나 아직 세밀한 기술적인 부분과 노련미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고 함께 손발을 맞춰온 경험은 있지만 아직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일본처럼 팽팽한 상황에서 더욱 집요해지는 조직력은 태국 팀에겐 없는 부분입니다.
이런 점을 숙지한다면 태국은 결코 작게도 보면 안 되는 팀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크게 볼 팀도 아닙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만 발휘한다면 이길 수 있는 팀이 바로 태국입니다. 다만 작년 도하아시안게임과 국내 대표팀의 2진급들이 대거 출전했던 방콕아시아선수권에서는 팽팽한 승부처에서 어이없는 범실을 보이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태국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우선, 중앙 센터들의 이동속공이 빠르고 양쪽날개의 C퀵 역시 빠릅니다. 게다가 수비 조직력은 한국보다 더 잘 짜여져 있고 서브의 강도도 강한 편이죠.
여기에 한국이 노려야 될 점은 바로 높이입니다. 태국의 아킬레스건은 여기에 있는데 신장이 그리 크지 않은 선수들 위주다 보니 높이에서 확실한 장악력을 보인다면 경기를 한국의 페이스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유효블로킹입니다. 정확한 블로킹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면 더더욱 좋겠지만 우선적으로 태국의 공격루트를 지속적으로 차단해 상대의 공격력을 떨어뜨리고 우리의 수비력을 살리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사실 일본을 상대하면서도 이러한 유효블로킹의 효과는 상당합니다. 우리가 중앙센터와 세터, 그리고 수비력의 부분에서 일본에 뒤지고 있으면서도 이번 경기에서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유효블로킹이 어느 정도 먹혔기 때문입니다.
유효블로킹이란 블로킹으로 튕겨낸 볼을 살려내 자신의 팀으로 공격권을 가져오는 기술을 말합니다. 또한 이 부분이 지속적으로 통하면 상대편 공격수는 블로킹을 피해낼 다른 루트의 각을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웃되는 볼도 생겨나고 터치아웃 시키려고 해도 잘 먹혀들지 않게 되는 것이죠.
상대방의 공격력을 흔들어 놓는데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강서브이고 두 번째가 블로킹입니다. 특히 바로 득점을 올리는 블로킹도 중요하지만 유효블로킹의 필요성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태국의 다양한 루트의 공격력을 차단하기 위해 이번 2007 월드컵 경기에서는 유효블로킹이 적절하게 먹혔습니다.
또한, 2연패하는 동안에 태국이 보였던 공격루트의 성향도 나름대로 파악해 냈습니다. 2연패하는 동안 한국팀을 애먹였던 태국의 빠른 속공을 차단하기 위해 정대영과 배유나등은 길목을 잘 잡고 타이밍을 적절하게 맞췄습니다. 그리고 태국의 중앙속공은 블로킹에 걸려 자신의 코트로 떨어지거나 바운드돼서 한국 편에 찬스 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순간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태국의 중앙속공은 점차 고개를 숙였습니다. 바로 유효블로킹의 위력이 여기에서 먹혔던 것입니다. 그리 신장이 크지 않고 지금껏 상대했던 팀에 비해 높이가 낮았던 태국을 잡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책은 바로 유효블로킹에 있었습니다.
악착같이 따라가는 한국의 블로킹에 번번이 바운드된 공격을 날리던 태국은 서서히 무너져 갔습니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선수는 김연경이 아닌 정대영이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참으로 바람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활도 덜된 상태에서 일본과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 무리한 김연경은 확실히 태국전에서 몸이 무거워 보였습니다. 대신 들어온 한송이가 7득점을 올려준 것도 보탬이 됐지만 그동안 한국팀의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여겨졌던 미들블로커에서 정대영은 알토란 같은 16득점을 올려줬습니다.
그리고 한유미와 배유나가 분전한 양 날개도 중앙이 살아나는 시너지 효과를 받아 공격력은 지금까지의 경기에 비해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수비조직력과 서브리시브 등의 부분에서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고 '더욱 견고한 팀으로 만들겠다.'라는 이정철 감독의 의견처럼, 아직도 한국이 완성된 팀으로 갈 길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이번 태국 전에서도 2단 공격 플레이와 세컨드찬스의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서브리시브도 상대팀에 따라 크게 변하거나 흔들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태국보다 훨씬 빠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배구를 추구해야 한국 팀의 조직력은 더욱 탄탄해 질것입니다. 그저 같은 동료가 하는 플레이를 멀뚱멀뚱 지켜보며 방관하는 자세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플레이입니다.
상대방을 압도하려면 어느 자리에서도 빠르게 움직이고 상대방의 시야를 흐트려 놓아야 합니다. 방금 끝난 이탈리아와 일본과의 경기는 세트스코어 3-0으로 이탈리아의 일방적인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3위안에 들고야 말겠다던 일본의 야심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다이나믹한 배구를 추구하는 일본 앞에서, 높은 신장과 파워를 가진 이탈리아 선수들은 한순간도 제자리에 있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배구를 구사했습니다.
높은 신장과 파워를 가진 유럽의 선수들도 가만히 서서하는 배구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높이와 파워에서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는 한국은 이 점을 부디 숙지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 GS 칼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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