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따뜻한 의사에서 사랑스러운 로봇이 됐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끝나자마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열일’ 중이다. 전미도 얘기다.
워커홀릭이 아니냐고 묻자 “쉬고 싶기도 했는데 감사하게도 공연 제안을 많이 주셨다. 피해갈 수 없겠구나, 선택해야겠다 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전미도는 늘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려 한다. 기존의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한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어떤 전작을 했는지가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이 작품을 했으니 다음에는 비슷한 것보단 다른 걸 하고 싶어 해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작품을 해왔어요. 어릴 때는 동안이어서 20대 후반까지도 계속 10대 연기를 했어요. 그 당시에 고민이 많았어요. ‘영웅’을 할 때 조승용 선생님이 ‘외면은 바꿀 수 없어.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때 30세였는데 더 이상 10대 연기는 하지 않겠다고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그랬더니 연극 ‘갈매기’ 같은 성인 역할이 오더라고요. 여리여리한 역만 들어오는 것도 고민했는데 ‘메피스토’가 들어와서 과감하게 택했고요. 덕분에 알돈자도 하고 러빗 부인도 하게 됐죠.”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전미도는 ‘라이어’, ‘김종욱 찾기’, ‘사춘기’, ‘신의 아그네스’, ‘영웅’, ‘화려한 휴가’, ‘갈매기’, ‘번지점프를 하다’, ‘벚꽃동산’, ‘베르테르’, ‘맨오브더라만차’, ‘어쩌면 해피엔딩’, ‘스위니 토드’, ‘닥터 지바고’, ‘빠리빵집’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했다.
뮤지컬 배우로 잘 나가던 전미도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또 한 번 도전을 감행했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이면서도 환자들에게 따뜻한 신경외과 채송화 교수 캐릭터를 꾸밈없이 연기했다.
“공연은 두 달 정도 긴 시간을 갖잖아요. 참여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부시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거쳐요. 베스트를 뽑아서 공연에 올리는 건데 드라마는 약간 휘발성 느낌이에요. 순간에 집중해서 뽑아내는 게 있더라고요. 다음날 계속 새로운 대본이 나오니 버리는 작업이고 공연은 계속 쌓아서 좋은 걸 만들어내는 작업이어서 그 차이를 느꼈어요. 드라마를 처음 경험하는 거라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나온 것들이 디테일하게 방송에 나오는 걸 봐요. 무대에서는 내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구체적으로 볼 수 없잖아요. 디렉션이나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잘하고 있구나 생각되는데 TV에 나오는 걸 보면서 내가 저런 연기를 했구나 깨닫게 돼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슬의생’ 배우들도 ‘어쩌면 해피엔딩’을 관람했다.
“공연 올라오기 직전에 멤버들이 극장에 와서 먹을 것도 사주고 얼마 전에 다 같이 관람도 했어요. (유)연석이의 공연도 곧 올라가니까 회동하겠죠. ‘베르테르’는 아주 어릴 때 엄기준 오빠와 조정은 언니가 한 것 이후로는 처음으로 다른 배우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아요. 연석이와 ‘베르테르’를 한다면요? 너무 이상할 것 같아요. 제게는 정원의 이미지가 있어서 ‘베르테르’에서 만나면 어색하고 이상할 것 같아요.” (웃음)
그동안 신원호 PD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나영석 PD 예능(꽃보다 청춘)에도 볼 수 있었다. 나 PD는 유튜브 채널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그때 다시 해보자고 얘기하고 있다. 어딘가로 끌고 가기를 추진해보겠다”라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대명도 "연석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라며 캠핑 이야기를 꺼냈다.
전미도는 “(유)연석이가 먼저 던진 거였는데 잘 모르겠어요. 다 같이 한다고 하면 안 할 수 없겠죠. 해야겠죠. 제가 예능을 무서워해서 저를 다 설득시키지 않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뜻 깊은 해를 보내고 있는 전미도는 39세, 마흔을 앞뒀다. 나이 듦에 조급해하지 않는단다. 오히려 여유가 생기고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된다.
“나이를 먹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어릴 때 연출님은 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능력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은 연출님을 만날 때 왜 그러지 했는데 나이가 드니 사람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이해되는 게 많더라고요. 연기할 때도 캐릭터를 해석하는 갈래가 더 많아졌어요. 그전에는 항상 좋은 사람, 완벽한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사람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데뷔 15년 차, 내공을 켜켜이 쌓아온 전미도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분명한 건 앞으로도 공연을 놓지 않을 거란다.
“계획이 따로 있진 않아요. 드라마, 연극, 영화 뮤지컬 등 인연이 되는 작품이 있으면 하지 않을까. 어떤 작품이 들어올지 궁금해요. 그 시기에 제 마음이 맞아 선택하면 하게 되겠죠. 공교롭게도 즐긴 작품은 다 상을 받았어요. ‘원스’, ‘스위니토드’, ‘어쩌면 해피엔딩’인데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고 즐겼더니 좋은 평을 받더라고요. 공연을 놓지는 않을 거예요. 마지막까지 한다고 하면 공연을 할 것 같아요. 기회가 있어 드라마를 한 거지 거길 향해 간 건 아니었거든요. 스펙트럼을 넓히면 베스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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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