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도윤이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를 통해 가장 현실감 있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몰입을 돕는다. '반도'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김도윤이 앞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펼쳐낼 다양한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7월 15일 개봉해 4일까지 354만 명의 관객을 모아 장기 흥행 중인 '반도'에서 김도윤은 새 삶을 위해 폐허의 땅을 찾은 정석(강동원 분)의 매형 철민 역을 연기했다. 4년 전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하나뿐인 아내와 아들을 잃었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채 홍콩에서 정석과 함께 머물던 중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반도로 돌아가게 된다.
4년 전 일을 떠올리며 여전히 자책 중인 정석이 반도 행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후 인간성을 잃어버린 631부대로 인해 좀비들과 눈앞에서 맞닥뜨리며 고난을 겪는다.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던 영화 속 모습과는 달리 현실 속 김도윤은 차분하고 젠틀한 모습 그 자체였다. 자신을 향한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에 어떻게 포즈를 잡아야 할지 어색해하고, 조금씩 높아지는 관심도 여전히 얼떨떨하다며 쑥스럽게 웃음 지었다.
특히 '반도' 속 철민 역할은 연상호 감독이 김도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감독이 어떤 배우를 두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죠.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재미있었어요. 이 역할을 제가 연기한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었죠."
찌들어있는 철민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머리카락과 수염을 길렀다는 김도윤은 "아들이 다섯 살인데, 매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그랬었거든요. 이런 몰골을 하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 '도둑 왔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라고 웃으며 "해프닝처럼 재미있게 넘어갔었죠. 실제 체중도 4~5kg 정도 빼기도 했는데, 사실 촬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빠지기도 하고요"라고 떠올렸다.
8개월 가까이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다가, 후에 수염을 자른 후 연상호 감독을 만났을 때는 "감독님이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며 유쾌했던 에피소드도 함께 전했다.
김도윤의 모습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 중 하나는 일명 '숨바꼭질' 신이다. 좀비가 있는 곳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을 몰아넣고 그 모습을 즐기는 631부대의 야만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장면에서 김도윤은 숫자 61번을 몸에 새기고 좀비떼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영화 현장 속 미술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이에요. 현장에 가는 순간 모호했던 것들이 정리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숨바꼭질 장면도, 너무나 스펙터클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에스컬레이터 위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가면 현장에 있는 2백 명 정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거기서 받는 기운들이 있거든요. 위축이 되면서 또 심장이 뛰기도 하고…. 그런 마음으로 그 신을 촬영한 것이죠."
좀비들과 맞서는 장면들 역시 철저한 시뮬레이션 속 안전하게 촬영됐다.
"무술팀이 합을 맞춰놓은 상태여서, 저는 그것을 보고 잘 연기하기만 하면 됐어요"라고 미소를 보인 김도윤은 '좀비에 쫓기는 모습이 너무 생생하더라'는 말에 "메소드 연기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외형적으로는 캐릭터에 비슷하게 맞춰나가려고 하고 있고요. 혼자서 '이럴 때는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저런 상상들을 하면서 만들어나가는 것 같아요"라고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법을 함께 전했다.
"제가 이 영화에서 해야 할 포지션은, 관객들에게 리얼함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김도윤은 "어떻게 보면 실생활에서는 없을 수 없는 이야기인데, 저는 그 속에서 리얼함을 줄 수 있는 역할이 철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영화 속에서 기능적으로 전하고 싶었고요"라며 '반도' 속 철민에 관심을 보여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1981년 생으로,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04학번 늦깎이로 들어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2017년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과 올해 방송된 '방법'을 비롯해 영화 '곡성'(2016)의 양이삼 신부 역 등 많은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차근차근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다. 공식적인 필모그래피에는 2012년 영화 '26년'에 사복경찰 역으로 등장했던 것이 올라와있어, 햇수로 따지면 이제 9년차 배우가 된 셈이다.
스무살에 입학했던 대학교에서는 취미로 스쿨밴드 활동을 했고, 학교에 있던 연극영화과에서 연 뮤지컬 공연에 음악을 반주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 밴드 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 연출과 배우들이 함께 소통하며 한 편의 공연을 완성하는 과정이 인상 깊게 남았고, 곧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군대에서 다시 수능시험을 준비한 김도윤은 그렇게 대학교에 다시 들어갔고, 연출 전공으로 무대에 서다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며 '연기를 더 해봐야 겠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배우로서 시작이지 않나'라는 말에는 "시작이 아니고 중간이었으면 좋겠다"며, 뼈 있는 말로 현재 느끼는 마음들을 털어놓았다.
"시작이 아니고 중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하고…. 그런 느낌들도 있거든요. '내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매일 매일 고민해요. 내가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혹은 내게 그만큼의 재능이 있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요. 보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말이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는 이 시기, 김도윤의 차기작도 정해졌다.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서 화살촉의 일원으로 분해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촬영분이 아쉽게 편집됐던 영화 '염력'과 드라마 '방법', '반도'에 이은 연상호 감독과의 꾸준한 만남이 가져올 시너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독립영화 '럭키몬스터'까지 하반기에 공개된다면 더욱 다양한 김도윤의 얼굴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게 된다.
김도윤은 "어디에 던져놓아도 잘 녹아들 수 있는 것이 제 장점이 아닐까 해요"라고 미소 지으며 작품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으로 계속해서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넓혀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 개인 욕심 같은 부분도 분명히 있겠죠. 그렇지만, 그렇다고 작품 안에서 튀어 보여야겠다는 그런 생각들은 하지 않아요. 욕심을 많이 부리는 사람들을 보면, 호감이 생기지는 않잖아요?(웃음) 마음속에 욕심이 있더라도,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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