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지난 2009년,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른 그라피테(전 안양 LG, 현 불프스부르크)에 이어 올 시즌엔 남미 대륙에서 또 한 명의 전직 K-리거가 득점왕에 오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06년 수원 삼성에서 '올리베라'란 이름으로 활약하던 우루과이 용병, 후안 마누엘 올리베라이다.
올리베라는 현재, 칠레 1부리그에서 16골로 득점 순위 단독 1위(26R 현재)에 올라 있다. 그러나 올리베라가 이번 시즌 칠레의 득점왕에 오르기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지난 8월, 올리베라는 우니베르시닷 데 칠레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밥으로 이적하며 더는 칠레 리그에서 뛰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2위권 후부들은 한 골 차로 올리베라의 기록에 접근한 상태이다.
그래도 올리베라는 두 달이 넘는 기간에 칠레 리그의 득점 1위 자리를 지켜내며 K-리그 출신 공격수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중남미 축구의 최정상 리그에서는 올리베라 말고도 다수의 전직 K-리거들이 활동하고 있다. 브라질 선수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K-리그의 용병 수급현황 상, 브라질 리그에 대다수가 몰려 있지만, 2007년 대전에서 '타이슨'이란 이름으로 활약했던 파비안 카바졔로는 파라과이의 강호 나씨오날에서 뛰고 있다.
브라질 출신 용병 중에는 13명이 브라질 1부리그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고 이따마르(전 성남 일화)와 주닝요(전 수원 삼성)는 멕시코 리그의 강자, UNAL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인쩨르나씨오날의 남미 제패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안드레지뉴(따바레즈, 전 포항), 7골로 에베르톤(파우메이라스), 세바스티안 아브레우(보타포구), 디에구 타르델리(아틀레찌꾸 MG) 등과 브라질 1부리그 득점 공동 9위에 올라 있는 마르셀(전 수원 삼성, 현 산투스))과 슈벵크(전 포항, 현 비토리아) 등은 K-리그에서 과시한 실력을 브라질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풋볼 아메리까노에서는 이제 우리에게는 추억의 이름이 되어버린 남미 출신 용병들의 현재 활약상을 쫓아보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과연 어떤 이름이 우리를 반갑게 할지, 그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1. 안드레지뉴(인쩨르나씨오날, K-리그 등록명:
따바레즈, 전 포항)
K-리그에서도 최고였고 현재 K-리그 출신 브라질 선수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포항 스틸러스에서 활약했던 안드레지뉴는 2007년 포항의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해내며 2004년 나드손(당시 수원)에 이어 외국인 선수로는 사상 두 번째로 K-리그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이후 브라질 남부의 명문팀, 인쩨르나씨오날로 이적한 안드레지뉴는 K-리그에서 입증한 실력을 브라질에서도 재현하며 인쩨르나씨오날의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게 되었다. 올 시즌 브라질 1부 리그에서는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교체 멤버로 경기에 나서는 일이 잦았지만, 선발과 교체를 가리지 않고 소속팀 인쩨르나씨오날의 2선 공격에서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안드레지뉴는 역시 큰 경기에 강했다. 지난여름에 막을 내린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010 대회에서 소속팀 인쩨르나씨오날이 4년 만의 남미 제패를 이루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한 것이다. 특히 우승의 분수령이 됐던 전 대회 우승팀, 에스투디안테스(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1차전 결승골과 2차전 추격골을 모두 도움으로 소속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2.
마그노(세아라, 전 전북)
K-리그에서의 활약은 단 한 시즌에 그쳤지만, 너무나 강렬했다. 2003년, 전북에서 활약한 마그노는 그 해 리그에서 27골을 몰아치며 김도훈(28골)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랐다. 이후 J-리그(오이타 트리니타, 감바 오사카)와 중동 무대(사우디의 알 이티하드, 카타르의 움 살랄)를 거친 마그노는 2006년에는 J-리그에서, 2008/09시즌엔 카타르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아시아의 동•서무대를 완벽하게 정복했다.
지난 7월, 브라질 1부리그 세아라로 이적하며 7년 만에 고국무대로 복귀했다. 현재 세아라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뛰며 리그 10경기에 출전, 3골을 기록중이다.
3.
이따마르(멕시코 리그 UANL, 전 전남, 포항, 수원, 성남)
K-리그에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활약하며 전남, 포항, 수원, 성남 등 다양한 팀에서 47골을 득점했다. 활약 팀별로 이따미르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엇갈리는데 전남 시절에는 무서운 득점력으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지만, 포항과 수원 시절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성남으로 이적한 2007년, 모따와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성남의 K-리그 준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크게 공헌했다.
2008년, 멕시코 리그 치아파스로 이적하며 5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무리 한 이따마르는 바로 그 해, 12골로 멕시코 후기리그 득점 2위에 오르며 K-리그의 활약상을 멕시코에서 이어갔다. 현재는 멕시코 리그의 중견강호, UANL에서 뛰고 있고 올 시즌 6골(10R 현재)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 3위를 기록 중이다.
4.
마르셀(산투스, 전 수원)
지난 2004년, 팀 동료 나드손과 함께 수원 삼성의 K-리그 제패 주역으로 나섰던 마르셀은 현재 브라질 명문 산투스에서 신성, 네이마르의 공격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수원을 떠난 후,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에 입성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포르투갈, 브라질, 일본 무대에서 임대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브라질 1부리그에서 7골을 득점하며 득점 공동 9위에 오르는 활약으로 자신의 명예를 되찾았다.
5.
슈벵크(비토리아, 전 포항)
지난 2007년 데닐손, 따바레스 등과 포항의 삼바 3인방으로 활약, 포항에 K-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이후 브라질 무대로 복귀, 1부리그와 2부리그를 오가다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10골을 득점한 활약으로 올 시즌 1부리그 중위권, 비토리아로 이적했다. 비토리아에서 선발보다 교체로 경기에 투입되는 횟수가 잦았지만, 순도 높은 결정력으로 팀 내 최다인 7골을 득점하고 있다.
6.
주닝요(멕시코 리그 UANL, 전 수원)
올 시즌, 수원 삼성의 수비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주닝요. 프리킥만큼은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지만, 불안한 수비력으로 차범근 감독의 퇴장과 맞물려 수원에서의 활약을 한 시즌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올여름 이적한 UANL에서 주닝요는 팀의 주축 수비수로 활약하며 이번 시즌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있다. 산토스 라구나와의 8라운드 경기에는 전매특허의 프리킥으로 골 맛을 보기도 했다.
7.
까이오(아바이, 전 전남)
지난 2004년, 전남에서 활약한 까이오는 당시 '용병영입비리'에 연루된 선수로 유명하다. 결국,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까이오는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10경기 출전에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한국 땅을 벗어나고 말았다. 이후 브라질 하부리그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까이오는 지난 2009년, 아바이에 입단했고 소속팀의 1부리그 승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보탰다. 올 시즌에도 아바이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리그에서 4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8.
좁손(보타포구, K-리그 등록명:
오베라 전 제주)
2009년, '오베라'라는 등록명으로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다.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득점력(4골)으로 한 시즌 만에 브라질로 돌아갔는데 좁손의 젊은 나이(당시 21세)를 고려했을 때, 제주 측에서 좀 더 잡아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선수이다.
결국, 브라질의 명문 보타포구에서 좁손을 데려갔고 좁손은 그 해 리그 후반기에만 4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시켰다. 올 시즌을 앞두고 크루제이루로 이적했다가 주전 경쟁에 실패, 이번 여름에 다시 보타포구로 복귀했다. 복귀 후 절정의 골 감각을 보여주며 9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고 있다.
9.
웨슬리(그레미우 프루젠찌, 전 전남)
2009년, 전남에서 활약한 웨슬리는 4경기 출전 1골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K-리그에서 실패를 맛봤다. 그러나 올 해, 브라질 1부리그 그레미우 프루젠찌로 이적하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비록, 팀이 1부리그 최하위에서 힘겨운 강등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웨슬리는 팀의 공격라인을 이끌며 올 시즌 5골을 기록하고 있다.
10.
파비안 '타이슨' 카바졔로(파라과이 리그 나씨오날, 전 대전)
지난 2007년, 대전에서 '타이슨'이란 이름으로 활약한 아르헨티나 용병, 카바졔로는 당시 유럽 무대에서의 풍부한 경력을 앞세워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카바졔로가 거둔 성적은 6경기 출전 무득점이 전부였다. 결국, 한국에서 한 시즌을 못 채우고 이후 칠레와 그리스 무대를 거쳐 2009년, 파라과이의 나씨오날에 입단했다. 올 시즌 파라과이 리그에서 4골을 기록 중이다.
그 밖의 선수들
그 밖에 2004년 FC 서울에서 활약했던 푸마갈리는 브라질 명문, 바스쿠 다 가마에서 주로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서며 10경기 출전에 1골을 기록 중이고 2004년과 2005년에 대전에서 활약한 엔리케는 '오베라'와 함께 그레미우 프루젠찌의 공격을 이끌며 올 시즌 1골을 기록 중이다.
2005년 포항에서 활약한 웰링톤은 교체 선수로 세아라에서 활약하고 있고 지난해 수원에서 퇴출당한 알베스 역시 세아라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모습이다.
브라질 2부리그에는 보다 반가운 선수들이 있다. 포르투게사에는 '못생긴 얼굴'로 이천수의 놀림감이 되었던 두두(전 울산), 전북의 악동 제칼로가 활약 중이고 스포르트 헤시피에는 K-리그 최초의 외국인 최우수선수 나드손(전 삼성), 대전, 울산, 전남에서 4년간 활약한 레안드로, 올해 성남에서 퇴출당한 파브리씨오가 활약하고 있다. 대구, 전남, 수원 등에서 활약했던 산드로 히로시는 상투 안드레에서 뛰고 있다.
[사진: 안드레지뉴(따바레스), 마그노, 이따마르, 슈벵크, 주닝요, 나드손. 엑스포츠뉴스 DB]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