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본인조차 얼떨떨했던 깜짝 등록이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충분히 인상적인 데뷔전을 펼친 한화 이글스 신인 강재민은 제로 행진을 이어나가며 활약하며 이제는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나긴 연패에 빠져있던 6월의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신인 세 명을 정식선수로 등록했다. 이날 등록된 타자 박정현과 최인호는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이튿날 투수 강재민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6월 10일 사직 롯데전, 단국대를 졸업하고 2020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입단한 강재민의 데뷔전이었다.
승부는 이미 2-12로 기울어진 상황이었지만 강재민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말할 정도로 더없이 긴장 되고 특별한 등판이었다. 게다가 프로 첫 상대는 '가장 붙어보고 싶다' 생각했던 이대호였다. 첫 프로 무대에서 이대호를 만난 강재민은 볼 세개를 연달아 던졌지만 직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낸 뒤 슬라이더 두 개로 이대호를 삼진 처리했다. 이 아웃카운트를 포함해 이날 강재민은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데뷔전 당시를 돌아본 강재민은 "야구를 하면서 제일 상대해보고 싶었던 타자가 이대호 선배였고, 상대해서 이겨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첫 상대가 이대호 선배여서 기쁘고, 꼭 잡아내고 싶었다"면서 "그 때는 얼떨떨 했는데 끝나고 영상을 보면서 기쁘고 뿌듯했다"고 얘기했다.
이 데뷔전을 시작으로 8경기에 나선 강재민은 9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00을 이어가고 있다. 7월 11일과 13일 대전 SK전에서 실점이 있었지만 야수 실책이 껴있어 자책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탈삼진율은 35.9%에 달한다. 최원호 감독대행의 신뢰도 점점 더해졌고, 7월 7일에는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최원호 대행이 "강재민을 더 타이트한 상황에서 쓰겠다"고 공언한 뒤 13일 SK전에서도 2점으로 앞선 상황 올라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홀드를 추가했다.
그럼에도 강재민은 들뜨지 않았다. 그는 "아직까지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 경기 수가 많지가 않아 조금 있으면 타자들도 알고 들어와서 준비를 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고 경계했다. 무자책점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투수가 점수를 안 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계속 안 줄 순 없기 때문에 의식은 안 하려고 한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항상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대학 시절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목표를 달성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는 강재민의 올해 목표는 이미 이뤄졌다. 강재민은 "올해는 프로 들어오면서 1군 데뷔가 목표였다. 이 목표를 이루고 나서는 계속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 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확실한 자리나 보직이 있는 게 아니라서, 올라가서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게 하루하루 목표"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매 경기 목표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한 달만에 필승조로 승격했다. 강재민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라고 묻자 그는 "내 이름을 말했을 때 '저 선수는 마운드에서 항상 자신감 있고 공격적으로 던지는 선수다' 팬들에게 그런 인식을 심을 수 있도록, 자신감 있고 공격적으로 피칭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최하위인 한화지만, '강심장' 강재민의 등장은 분명 가슴 뛰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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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