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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세계선수권 결산] 세계적인 리듬체조 선수는 어떻게 완성되나

기사입력 2010.09.29 09:37 / 기사수정 2010.09.29 09:3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는 인내심이 필요한 종목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이 생기려면 2~3년간 꾸준하게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16, 세종고)와 신수지(19, 세종대)를 지도하고 있는 김지희(41) 국가대표 코치의 말이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제 30회 FIG(국제체조연맹)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손연재와 신수지는 각각 개인종합 32와 36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정상은 '여왕'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0, 러시아)가 개인종합과 후프, 볼 종목, 그리고 팀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4관왕에 등극했다. 리듬체조 최강국인 러시아는 금메달 8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을 모두 휩쓴 러시아는 독주체제를 이어나갔다.

러시아가 리듬체조 최강국으로 올라서는 데는 '지존'인 카나예바의 영향이 컸다. 최고의 에이스를 보유한 러시아는 카나예바가 안겨다준 4개의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카나예바는 4년에 걸친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최고의 선수로 완성됐다.

좋은 리듬체조 선수가 되려면 되도록 어린나이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타고난 유연성도 있어야하고 어린 시절부터 익힌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만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여기에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도 받쳐 줘야하고 국제대회의 경험도 중요하다. 러시아가 휩쓴 이번 대회에서 볼과 리본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알리야 가라예바(22, 아제르바이잔)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5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했다.

이번 대회에 국제심판으로 참관한 서혜정(48)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경기위원회 부위원장은 "가라예바와 같은 경우, 4년 동안 매주 유럽지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국제대회에 자주 나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지존의 자리에 위치한 카나예바도 시니어 무대에 처음 데뷔할 때에는 실수가 많았던 '미완의 대기'였다. 그러나 성장기에 풍부한 경험과 체계적인 코스를 밟으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할 수 있었다.

리듬체조에 대한 투자는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우, 매년 큰 규모의 국제대회인 이온컵을 매년 치르고 있다. 이 대회는 세계정상급의 선수들이 초청해 자국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그리고 일본의 선수들은 이러한 선수들과 함께 국제시합을 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일본이 리듬체조에 투자를 한 것은 10년이 훨씬 넘는다. 리듬체조의 기구 회사가 대회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고 유소년 발굴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의 장소는 일본 미에시였다. 작은 도시인 미에에서 대회가 열릴 때, 경기장은 늘 관중들로 북적였고 일본도 이 대회에 큰 관심을 가졌다. 또한, 카나예바는 일본에서 CF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태다.

이번 대회에서 24명이 진출하는 결선에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인 유리아 오누키(24, 일본)가 진출했다. 이제 20대 중반인 오누키는 오랜 선수생활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꾸준한 지원과 투자를 받은 오누키는 24세의 나이에 세계선수권 결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긴 팔다리와 유연성을 요구하는 리듬체조는 유럽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왔다. 아시아 선수들에겐 도전하기 어려운 장벽으로 여겨졌지만 일본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의 경황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리듬체조는 여러모로 어려운 현실에 있다. 난방이 되는 전용체육관이 없어서 한 겨울에는 차가운 추위와 씨름을 해야 하고 국내에서 치러지는 국제 대회는 전무한 상태다. 그리고 선수층도 얇아 유망주 발굴도 매우 힘든 상황이다.

불가리아의 지도자이자 전 FIG 심판인 루드밀라 드미트리바는 "선수의 인지도가 있어야 점수를 후하게 받는 리듬체조에서 심판들이 처음 보자마자 눈길을 줬다는 것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손연재는 같은 나이대의 선수들 중에서 훌륭하게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지희 국가대표 코치도 "지도자로서 선수에게 쉽게 만족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은 모두 열심히 해줬다. 이러한 경험이 선수들의 성장에 좋은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듬체조가 정복하기 어려운 만큼, 도전할 가치가 충분한 종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실전 경기에서 담대해 질 수 있는 정신력도 매우 필요한 요소이다.



[사진 = 다리아 드미트리예바,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알리야 가라예바,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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