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인간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환경은 계속 나빠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생명 하나를 더하는 건 옳은 일일까. 남자와 여자는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라고할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연극 ‘렁스’(Lungs)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사랑, 결혼, 임신, 출산, 유산, 이별 등 너무 일상적이어서 특별한 이야기를 담는다. 2011년 워싱턴에서 첫 공연한 뒤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필리핀, 홍콩 등에서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올해 ‘연극열전8’의 첫 작품으로 한국 초연했다.
“배우들을 포함해 지인들이 많이 보러 왔는데 정말 너무 좋다고 얘기해줬어요. 처음으로 공연을 두 번 본 분들도 있더라고요. 이전에는 한 번 보고 좋았다고 하는데 ‘렁스’는 작품이 좋아서 두 번 봤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너무 신기해요.”
이동하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왔지만 여자에 대한 이해와 위로가 서툰 남자 역할을 맡았다. 20대부터 노년까지 오랜 세월을 돌아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정말 긴 시간인데 인생을 사는 거니까 그 순간은 최선을 다해 상황에 집중해요. 우리가 만든 상황을 최대한 표현하려 하고 시간이 확 바뀌어도. 그 순간 감정을 이입시키려 해요. 연출님이 시간의 흐름에 맞춰 나이 듦을 표현하라고 했는데 마지막 한 줄 한 줄은 다 어려웠어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했죠. 다행히 나이가 미묘하게 들어가는 것을 관객이 아시더라고요.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좋아요.”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줄지 확신이 없다. 결별한 뒤 다른 여자와 약혼했지만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재결합한다. 강인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상처도 받는 보통 남자다.
“일단 저는 이 여자를 너무 사랑해요. 사랑스러워요. 오래 만나서 꾸준하게 지내는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더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아이를 만들고 싶어 한 거예요. 여자를 좋아하니까 닮은 사람을 낳고 싶어 한 거죠. 여자가 쏘아붙이는 모습 자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그만큼 많이 생각하는데 헤어지고 잘못도 하잖아요. 그런 것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너무 사랑하지만 느리고 둔하고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남자인 거예요. 상실감, 외로움, 괴로움 때문에 여자를 막 만나고요. 이 여자가 너무 괴로워하는데 섣불리 말은 못 하겠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고 바보 같은 거죠.
이제야 여자가 뭘 원하는지 알겠고 우리 해보자 하는, 결국은 여자를 너무 사랑하고 이 여자가 없으면 안 되는 남자인 것 같아요. 그 여자도 날 이렇게 받아주는 사람은 남자밖에 없구나 하고요. 둘이 끝까지 남아 부럽더라고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연인이 있거나 결혼을 앞둔 커플, 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보면 좋은 작품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여러 감정과 공감,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동하는 현재 미혼이다. 결혼과 출산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렁스’를 계기로 이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한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기 삶을 반추해보고 되짚는 계기가 되는 극이에요. 나이가 어리면 자신이 겪지 않은 걸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우리 나이 또래라면 공감을 많이 할 거고 결혼하신 분은 지나온 생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실 거고요. 제 지인들도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아직 아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렁스’를 통해 처음 생각해봤어요. 여자가 원해야 갖는 거니까 갖자는 말조차 안 할 것 같아요. 여자의 아픔을 저는 느낄 수도 없으니 여자가 정말 원할 때 가질 것 같아요. 없어도 상관없어요. 최대한 아이보다 여자를 생각할 듯해요.”
무엇보다 좋은 사람, 더 나아가 좋은 배우인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단다.
“내가 좋은 사람인지, 좋은 배우인지를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르겠어요. 정답은 없어요. 누군가는 날 좋게 보고 안 좋게 보고 상대적인 거니까요. 그런 걸 다 떠나서 내 가치관과 신념으로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꾸준히 살아야겠다는 결론을 냈어요. 그래야 죽을 때 스스로 후회 없이 노력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저에 대한 고찰과 생각을 정말 많이 하고 생각이 깊어지고 배우로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느껴요. ‘렁스’ 덕분에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조금이나마 발전이 있지 않을까 하죠. 매일 끊임없이 질문하고 전보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돼 너무 좋아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