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박현철 기자] 오랜 방황에 지친 '빅 초이' 최희섭(28.템파베이)이 한국시간 25일 한 달의 시한을 두고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해 말 약혼도 했고 나이도 많아진 만큼 안정된 자리가 필요했던 것.
최희섭의 복귀 언급으로 바빠진 것은 연고구단인 KIA 타이거즈이다. KIA에선 김병현(28.콜로라도)을 탐내고 있지만 김병현의 경우는 트레이드 카드로도 매력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구단에서 쉽게 놔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99년 샌더스를 기억하는가
99년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에서 뛰었던 트레이시 샌더스란 타자가 있었다. 스윙 스피드가 탁월하지 못했고 커브에 쥐약먹은 듯 삼진을 당하던 선수.
그 해 .247 40홈런 94타점 105볼넷 133삼진을 당했다. 10개의 실책으로 수비율이 9할 6대에 머물렀고 발도 빠른 편이 아니었지만 장타 양산능력과 출루능력은 확실해 .983의 수준급 ops를 기록했다.
최희섭의 배팅은 그와 비슷하다. 배트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일단 걸리면 장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고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뛰어나다. 메이저 통산타율은 .240에 불과하지만 출루율은 1할이 넘는 .349. 1루 밖에 볼 수 없는 최희섭에게 외야 수비를 기대할 수 없지만 그의 발 빠르기는 꽤 괜찮은 편이다. 최희섭은 산만한 덩치 답지 않게 100m를 12초에 끊는 빠른 발을 지니고 있다.
스타트가 늦고 몸이 큰 만큼 배터리에게 쉽게 움직임이 읽혀져 도루는 기대 할 수 없지만 활발한 베이스러닝은 좋은 선수이다. 현재 중심 타선에서 장성호(30), 래리 서튼(37)외에 딱히 믿음직한 선수가 없는 KIA에 최희섭은 좌타자란 점만 빼면 중심타선에 필요한 선수다.
일본 진출 가능성도 크다
2003년 최희섭의 에이전트 이치훈씨는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시절 인연을 맺었던 훌리오 술레타(31.당시 보스턴)를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로 이적시키기도 했다.
또한 임창용(31.삼성)의 일본진출 시도를 도왔던 것도 이치훈씨. 만약 임창용이 에이전트 창구를 이치훈씨로 잡았더라면 진출 실패의 결과가 아닌 요미우리나 요코하마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
선구안이 좋고 파워배팅을 갖춘 최희섭이 일본 진출을 모색한다면 카림 가르시아(32)를 떠나 보낸 오릭스 버팔로즈, 호세 페르난데스(33)외엔 거포가 없는 토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그렉 라로카(35)가 오릭스로 떠난 야쿠르트 스왈로즈 등이 행선지로 유력하다.
물론 일본야구 적응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정통 어퍼 스윙을 구사하는 최희섭이 포크볼, 서클체인지업을 공략해 낸다면 그도 일본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바늘구멍으로 낙타 통과하기
템파베이의 1루수 요원은 지나치게 많다. 타이 위긴턴(30), 그렉 노튼(35), 조엘 구즈만(22)에 카를로스 페냐(28)가지 가세한 상황. 템파베이에선 최희섭이 발 디딜 틈 조차 보이지 않는다.
25일이 지나면 쓸모 없어 지는 크리스마스 케잌 정도는 아니지만 25세가 지났음 에도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메이저리그 유망주는 실력과 재능에 많은 의심을 받게 된다.
최희섭의 경우는 느린 배트 스피드, 지긋지긋한 플래툰 시스템으로 고질화 되버린 좌투수에 대한 약점 등으로 인해 의심을 넘어 소속팀 관계자들로 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못 다 피운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최희섭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가고 있다. 그는 한 달 내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