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24 22:32 / 기사수정 2010.08.24 22:32
[엑스포츠뉴스=엑츠기자단 임종헌] 고양KB축구단은 부족함이 없는 구단이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개장한 지 10년이 채 안된 홈경기장, 헌신적인 프런트진, 수도권에 위치한 숙소, 수많은 우승 경험, 덧붙여 깔끔한 유니폼까지.
이 때문에 내셔널리그 안에서뿐만 아니라 K-리그 선수들 사이에서도 고양은 괜찮은 구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양 선수단에는 직장인리그에서 뛰었던 선수에서부터 해외무대를 밟았던 선수까지 실력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고양에게 부족한 건 리그 우승트로피라는 말이 있다. 2006년 이후 고양은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지만 번번이 주저앉는 고양의 행보는 의외를 넘어 미스테리에 가깝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고양은 "이번에는 진짜 우승"이라고 선언하며 공격적인 선수영입에 나섰다. 그러한 효과로 고양은 개막전에서 강호 수원시청의 4:2 격파를 시작으로 2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울렸다.
그러나 또 기복이 문제였다. 이후 고양은 2무 3패의 부진에 빠지며 초반 기세가 완전히 날라갔다. 고양은 다시 그 뒤 4승 1무로 다시 기세를 올렸지만 대전 한수원에게 1:2로 패배하며 선두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프로수준에 근접한 고양의 경기진행
본부석 방향으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어린이들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입장을 반겼다. 한 사회복지회관 어린이들이 고양KB 유니폼을 입고 선수입장 에스코트를 위해 대기중이었다. 기자석마다 내셔널리그 팸플릿과 양 팀 출전선수명단이 놓여있었다. 자리 잡기 무섭게 고양 프런트진이 시원한 음료수를 주며 말을 건넸다. 여러 차례 고양을 방문했지만, 이런 프런트진의 환대는 늘 기분 좋으면서 어색하다.
프로 2부리그화를 꿈꾸는 내셔널리그가 가장 뒤처지는 영역은 경기력이 아닌 경기진행 부분이다. 경기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에 시작하지 않는다. 경기 전 그라운드 관리에서부터 관중이 모두 퇴장한 뒤 정리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경기에 포함된다. 고양은 적어도 경기진행에서만큼은 K-리그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할 수 있다.
넓은 경기장에 관중이 분산되지 않도록 본부석과 본부석 맞은편 E석으로 입장하도록 유도하고, 위에서 쓴 어린이 에스코트 경기 입장이 정례화되어있다. 포토라인 설치나 전광판을 통한 선수 교체 알림 같은 사소한 부분도 꼼꼼히 신경 썼다.
관중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눈여겨 볼만 하다. 유니폼, 상품권 등의 상품이 추첨이나 간단한 퀴즈를 통해 관중에게 안겼다. 선수들의 사인볼 전달은 자주 있었는지, 공을 잡고도 옆자리 관중에게 건네주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들은 페널티킥 포인트에서, 어른은 하프서클에서 골을 넣어야 하는 하프타임 이벤트도 있었다.
90분 경기를 무사히 치루기만 하면 괜찮다는 타성에 젖어있는 일부 구단들을 돌이켜 볼 때, 고양의 경기진행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하여 자리 잡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여전히 빈자리가 훨씬 많은 고양종합운동장
경기가 끝난 뒤 '고양KB의 후기리그 우승을 기원하는 불꽃놀이'가 고양 밤하늘을 수놓았다. 여름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폭죽 몇 발 쏘겠거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정리 운동하던 선수들도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불꽃놀이가 끝난 뒤 퇴장하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있었다. 하지만, 고양KB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진은 웃을 수 없었다.
경기는 치고받는 공방전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고양 이우형 감독은 기존 주전 선수들을 대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새로운 선수 위주로 경기에 나섰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기력과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이우형 감독의 생각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적극적인 수원의 압박에 밀린 미드필드진이 수비에 치중하면서 공격수들은 고립됐다.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체력이 저하되면서 공수간격이 넓어지자 비로소 고양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성호상의 패스를 받은 김진일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수원전 2연승을 꿈꿨지만, 윤동민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탄탄한 삼선밸런스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이우형식 축구의 완성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경기결과와 무관하게 고양 프런트진도 웃을 수 없었다.
위에서 칭찬하긴 했지만, 고양 관중은 예년만 하지 못하다. 이 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약 500명 수준. 2년 전 내셔널리그 최고 기록인 한 경기 8천명이 입장했고, 항상 그 수준은 아니지만 관중이 꾸준히 찾아왔던 고양 종합운동장이었다.
올 시즌에는 전기리그 고양 종합운동장 평균 관중은 169명으로 리그 12위였다. 내셔널리그에서는 구름관중이라고 부를만한 2100명의 관중이 매 경기 찾아오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충주와 무려 2000명 가까이 차이가 난다.
고양의 관중감소추세는 지난 시즌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더불어 관중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강릉의 경우 강원FC 창단이라는 외부요인이 작용했다. 고양에게는 이런 커다란 외부요인도 없다. 주중 경기 진행이라는 연맹의 결정도 이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여러 가지 원인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일단 경기력이 좋지 않다. 잘 풀릴 때는 탄탄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보다는 무색무취한 축구라는 느낌이 더 진한 최근의 고양이다. 바로 옆에 상가와 킨텍스가 있기 때문에 고양시민들이 고양 종합운동장을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 장내 이벤트와 달리 대외 프로모션이 부진할 수도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고양 종합운동장의 텅 빈 좌석들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이들은 고양 프런트진만이 아니다. 서포터즈는 아니지만 홈경기는 꼬박꼬박 본다는 한 관중은 "예전에 이쪽(본부석 바로 옆)은 꽉 차고도 남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경기가 끝난 뒤 버스를 타기 위해 경기장을 나섰다. 조명이 모두 꺼진 종합운동장과 달리 대낮처럼 밝고 북적이는 상가거리로 진입하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앞서 경기장을 빠져나와 생맥주잔을 기울이는 관중도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진행될 때에는 텅 비었다가 경기가 끝난 뒤 쏟아져 나온 관중으로 북적이는 이 거리를 지켜보기는 힘들까? 고양 선수들과 프런트진이 이 거리를 보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길 기대해본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