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영화, 소설,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누구나 한 번은 접했을, 그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대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대 장치, 배우의 열연,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을 몰입시킨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가 역대 최대 규모로 7년 만에 내한해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관객과 만났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유령과 무명의 무용수에서 프리마돈나가 된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라울의 이야기다.
세계 41개국, 183개 도시에서 1억 4천만 명을 동원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30년 이상 연속 공연한 유일한 작품으로 2012년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토니상, 올리비에상 등 주요 메이저어워드에서 70여 개 부문을 수상했다.
1911년 경매가 열리는 낡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 라울 자작은 심벌즈를 연주하는 원숭이 인형 오르골을 산다. 이어 다음 경매 물건으로 나온 거대한 샹들리에를 보며 '오페라의 유령' 생각에 잠긴다. 한 줄기 섬광과 함께 웅장한 서곡이 흐르면서 20만 개의 유리구슬로 치장된 1t 무게의 이 대형 샹들리에가 천장으로 올라간다. 이와 함께 수십 년 전 파리 오페라가 절정에 달했던 그 시절 팬텀과 크리스틴, 라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은 감명을 준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바램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등 귀에 익숙한 웨버의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 오페라 극장이 배경인 만큼 '한니발', '돈주앙의 승리', '일무토' 등 오페라 공연도 맛볼 수 있다. 281개의 일렁이는 촛불로 신비롭게 표현한 파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 미궁, 거대한 샹들리에 등 화려한 무대, 무대를 덮는 230여 벌의 의상 등도 볼거리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선율 아래에서 배우들은 섬세한 가창력과 연기를 보여준다.
조나단 록스머스는 25살 때 영어 프로덕션 기준으로 역대 최연소 유령으로 활약했다. 이어 7년 만에 두 번째로 월드투어 무대에 섰다.
그가 맡은 유령은 오페라 극장의 지하에서 은둔하는 괴물 같은 존재로 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은 이들을 살인한다. 그렇다고 마냥 악인으로 그려지진 않는다. 알고 보면 태어날 때부터 흉측한 얼굴 탓에 어머니에게까지 버림받은 외로운 인물이다. 조나단 록스머스는 악해 보이면서도 비극적인 인물인 유령을 와 닿게 소화한다. 크리스틴에 대한 사랑을 결국 이루지 못하고 분노와 절망을 담아 노래하는 모습으로 연민과 동정심을 자아낸다.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의 존재감도 빛난다. 2012년 25주년 기념 내한 공연에 이어 오랜만에 한국 무대에 올랐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더불어 유령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함축시킨 연기를 선보인다.
맷 레이시가 첫사랑을 지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라울을 연기한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젠틀맨스 가이드’, ‘오만과 편견’,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를 비롯한 TV,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다. 한 여자를 지키려는 청년 라울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크리스틴과 오페라 하우스 옥상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신에서는 애절한 연기를 선보인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23일부터 다시 열려 6월 27일까지 공연한다. 앞서 앙상블 배우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공연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지난 16일 "배우와 스태프들이 자가 격리 후 재검진을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배우 중 1명은 완쾌, 1명은 현재 치료 중으로 두 배우 모두 퇴원 후 2주간 공연에 출연하지 않는다"이라며 공연 재개 소식을 알렸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오페라의 유령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