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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조광래호의 나이지리아전 10대 수확은?

기사입력 2010.08.12 12:39 / 기사수정 2010.08.12 12:43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월드컵대표팀 16강 진출 기념 경기'에서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맞아 윤빛가람의 선제골과 최효진의 결승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2010 남아공월드컵의 '리턴매치'이자 조광래 신임 대표팀 감독의 데뷔전이기도 했던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은 승리 그 이상의 의미를 대표팀과 한국 축구에 부여하고 있다.

2011년 아시안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첫 항해를 시작한 조광래호가 나이지리아전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1. 조광래호, 믿음을 얻다

나이지리아전 최고의 수확은 무엇보다도 조광래 감독이 팬들에게 믿음을 심어줬다는 점이다.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와 역동적인 움직임, 스피디한 공격 전개 등을 선보인 나이지리아전에 대해 전문가와 팬들 사이에선 최근 대표팀 경기 중 가장 재미있고 박진감 넘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국내 지도자도 얼마든지 선진 축구를 향한 변화의 바람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국내 지도자에 대한 이유 없는 반감도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계기가 됐다.

2. '뻥 축구' 사라진 빠르고 세밀한 패스 플레이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곧바로 넘어가는 '뻥 축구'가 사라졌다. 특히 페널티 지역에서 공을 가로챘을 때나 다소 밀리는 상황에서도 곧바로 전방을 향해 롱패스를 보내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최후방부터 차근차근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해 나가고 빈 공간으로 정확하게 찔러주는 침투 패스의 잦은 활용은 대표팀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선수들도 볼을 잡으면 지체하는 법이 없었고, 공을 잡은 동료 주변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패스 루트를 창출해냈다.

특히 측면 공격에 치우쳐있던 예전과 달리 중앙지역에서 세밀하고 빠른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흔든 뒤 측면이나 수비 뒷공간으로 재차 찔러주는 패싱 게임의 구사는 기존 대표팀과는 차별화된 부분이었다. 전반 8분 박지성의 슈팅 기회나 최효진의 결승골 장면이 이러한 공격 방식의 대표적인 예였다.

3. '돌아온 유망주' 윤빛가람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는 등 눈부신 데뷔전을 치른 윤빛가람 역시 나이지리아전 최고의 수확 중 하나다.

기성용과 짝을 맞춰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윤빛가람은 경기 초반 A매치 데뷔전이란 사실에 약간 긴장한 듯 매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지만,전반 17분에 데뷔골을 터뜨린 이후부터는 점점 본래의 경기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윤빛가람은 적극적인 움직임과 함께 빠른 돌파, 한 박자 빠른 감각적이고 날카로운 전진패스를 선보이며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이날 경기MVP로도 선정됐다. U-17 청소년월드컵에서 주목받은 뒤 지난 3년 여간 부침을 겪었던 윤빛가람의 재기는 대표팀은 물론 한국 축구 전체로 봤을 때도 반가운 소식.

조광래 감독의 경남 시절 제자이기도 한 윤빛가람은 이제 겨우 20살이어서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기존의 김정우-기성용 주전 미드필드 라인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4. 가능성을 보인 스리백 전술

조광래호는 한동안 포백을 사용하던 대표팀에 스리백 수비 시스템을 다시 적용시켰다. 여기에는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드러났던 수비의 문제점을 조직력을 통해 해소하려는 조광래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일단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대표팀은 측면의 역습에 취약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필드 플레이 상황에서 큰 위기 없이 전반적으로 경기를 잘 치렀다. 이영표-최효진 두 윙백과 스리백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한 골을 내줬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낮고 빠른 크로스에 의한 실점이었고, 짧은 훈련 기간을 고려했을 때 놀라울 만큼 수비 조직력도 좋았다.

그러나 당초 나이지리아전에서 활용할 것이라 밝혔던 리베로를 활용한 변칙 스리백의 실험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조광래 감독은 "중앙 수비수를 무리하게 전진시키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전술을 연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도 생소하게 느껴 수비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변형 스리백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앞으로 훈련 시간이 충분히 있을 때 중앙 수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해 미드필드를 장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라며 향후에도 변형 스리백을 사용할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5. 세대교체 가능성과 무한 경쟁

2000년을 전후해 한국 축구에는 박지성·이영표·설기현·이천수·김남일·송종국 등 젊은 선수가 대거 등장하며 대표팀에 새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이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세대교체는 이후 한국 축구의 10년을 이끈 동시에 2002년 월드컵 4강, 2010년 월드컵 16강의 밑거름이 됐다.

탁월한 유망주 발굴 능력을 자랑하는 조광래 감독 역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조광래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조영철·윤빛가람·김영권 등 대표팀 새내기들을 선발 출장시켰고, 수비수 홍정호에게도 출전 기회를 줬다.

이들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르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몇몇 선수들은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전술적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좋은 경기력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젊고 능력있는 선수들의 등장으로 가속화될 세대교체 움직임은 대표팀 전체에 치열한 주전 경쟁구도를 불러일으키며 전체적인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2011년 아시안컵과 길게는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에도 낙관론을 주기에 충분하다.

6. 박지성·이청용 활용의 극대화

이날 경기에서 조광래 감독은 전방 측면 공격수 박지성과 조영철의 위치를 중앙으로 좁히면서 측면 공격 대신 적극적인 2선 침투 공격을 주문했다.

이는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이 측면으로 빠지면서 수비수를 달고 나올때 생기는 중앙 지역의 빈 공간으로 측면 공격수인 박지성과 조영철이 침투해 득점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또한, 이들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대각선의 움직임을 가져갈 때 박주영은 측면으로 빠지고, 다른 한쪽 측면에는 윙백이 공격가담을 하는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을 통해 상대 수비진을 공략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비록 이번 대표팀에는 소집되지 않았지만 이청용까지 가세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준다면 대표팀의 공격력은 훨씬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7. '숨은 MVP' 최효진

최효진은 경기 내내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격에 가담해 전방의 박지성과 박주영 등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측면을 공략했고, 결국 전반 45분에는 결승골도 터트렸다

그러나 골을 넣은 것은 그의 활약의 한 단면일 뿐, 최효진은 이날 '숨은 MVP'로 뽑힐만큼 맹활약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알렸다.

최효진은 대표팀의 새로운 전술인 3-4-2-1 전형의 키 플레이어다. 3-4-2-1은 기존에 대표팀이 사용하던 4-4-2에 비해서 측면 수비수가 한 명 부족하다.

때문에 수비시에는 윙백이 상대의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공격 상황에서는 활발한 오버래핑을 통해 대표팀의 공격 루트를 다양화시켜야 했다. 최효진은 날카로운 공격 능력과 폭발적인 활동량으로 이러한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대표팀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최효진은 앞으로 차두리·오범석과 함께 치열한 오른쪽 수비수 주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8. K-리그의 젊은 선수들에 대한 자극

약관의 윤빛가람이 선발로 출전에 A매치 데뷔골을 넣고, 홍정호가 당당히 대표팀 스리백의 한 축을 담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분명히 '나도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을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유망주 발굴에 있어서 국내 어느 감독보다도 적극적인 조광래 감독이기에 어린 선수들은 K-리그에서의 활약이 대표팀 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고, 이는 K-리그 경기에 임하는 유망주들의 마음가짐과 자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9. 플레이메이커 활용 가능성

조광래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투입하지 않았다. 대신 기성용, 윤빛가람, 백지훈 등 전방 깊숙한 곳으로 빠르고 예리한 패스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선수들을 동시에 기용하며 패싱 게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체력과 측면 공격을 중시하던 종래의 대표팀에서는 플레이메이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의 소유권을 오래 갖고 있으면서 점유율을 높여 그만큼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내주는 빈도를 낮추는 스페인식의 '점유율 축구'와 궤를 같이 하는 조광래호의 전술에서는 수비 가담 능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중원에서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고 공수 리듬을 조율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의 활용이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10. 전설로 남은 한국 역대 최고의 수문장

한국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2위(132경기)를 비롯해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이운재는 나이지리아전을 끝으로 16년간의 대표팀 생활을 마감했다.

이운재의 대표팀 은퇴식은 한물간 노장 한명의 퇴장이 아닌 한국 역대 최고의 골키퍼가 전설로 남는 장면이었다.

아무런 감흥없이 은퇴식을 지켜보던 사람들조차 이운재가 팬들에게 인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던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찡함이 가슴을 두드림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축구의 크나 큰 숙제였던 '수준급 골키퍼의 부재'를 잊게 해줬던 '거미손'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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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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