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10 08:22 / 기사수정 2010.08.10 15:45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올림픽 챔피언은 여유로운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은퇴를 유보하고 내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1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의사를 밝혔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20, 고려대)는 미국 LA를 방문해 '김연아의 날' 선포식에 참석했다. 또한, LA 시 의회에서 수여하는 명예시민증까지 받았다.
김연아가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비교해 차기 올림픽과 올 시즌 그랑프리를 준비하는 스케이터들은 새 프로그램 준비에 한창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사다 마오(20, 일본)은 트리플 악셀 2번에 트리플 러츠 +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넣은 극도로 어려운 프로그램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들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김연아가 2010-2011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연아는 자신의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 준비하고 있는 새 프로그램을 "내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 때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아의 이러한 발표가 계획대로 이루어지면, 적어도 내년 3월까지 펼쳐질 여자 싱글은 김연아가 없는 무대가 펼쳐진다.
김연아는 2007-2008 시즌 이후, 사실상 적수 없이 독주체제를 굳혀왔다. 고질적인 부상을 떨쳐내고 출전한 2008-2009 시즌부터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김연아는 10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해 8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림픽에서는 228점대의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김연아가 출전하지 않는 그랑프리 시리즈는 특정 선수의 독주보다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된다. 많은 이들은 아사다 마오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피겨가 기대하고 있는 쌍두마차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시 한번 고난도 점프에 도전할 것을 밝힌 아사다 마오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 2번 시도에 트리플 러츠 +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 점프 구성을 올 시즌 새 프로그램에 넣겠다고 발표했다. 언제나 파격적인 점프 구성을 밝히는 아사다 마오의 행보는 올 시즌에도 변함이 없었다.
지난 시즌,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러츠를 시도하지 않았다. 고질적인 플러츠(플립에 가까운 러츠 : 잘못된 러츠) 문제로 계속 고생을 거듭했던 아사다는 결국, 다운 그레이드를 받는 러츠를 빼고 트리플 악셀과 룹 점프에 주력했다.
이러한 점프 구성은 아사다에게 기초점수를 높이는 장점도 됐지만 '독'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트리플 악셀과 콤비네이션 점프의 성공률을 극히 미비했으며 이 기술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메달권 밖으로 추락하는 일도 수차례 나타났다.
지금까지 기복이 심한 모험을 강행했던 아사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러츠를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사다는 한동안 트리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지난 시즌도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대신 트리플 악셀 +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로 대체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아사다는 출발이 매우 안 좋았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며 2번의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 1월에 전주에서 열린 4대륙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최고 점수(73.78점)를 세웠다.
그리고 올 시즌 규정된 새로운 룰도 아사다에 유리하게 개정됐다. 지난 6월 초, 국내에서 열린 아이스쇼 출연을 위해 내한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의 기초점수가 올라가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룰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트리플 악셀을 포함한 쿼드 러플(4회전) 점프의 기초 점수는 대폭 상승했고 트리플 점프의 가산점은 낮아졌다. 또한, 회전수 부족에 대한 부분도 예전과 비교해 대폭 완화됐다. 아직 새 시즌의 뚜껑은 열리지 않았지만 아사다에 불리한 요소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아사다 마오의 쇼트프로그램 안무는 타티아나 타라소바에 담당했고 롱프로그램은 로리 니콜이 맡았다. 올 시즌에는 차분하고 여성적인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힌 아사다는 나가쿠보 유타카 코치에게 '점프 특훈'을 지도받고 있다.
미국의 희망, 미라이 나가수와 레이첼 플랫
미라이 나가수(17, 미국)는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4위에 올랐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을 큰 실수 없이 연기하며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가수의 상승세는 2010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쇼트프로그램에서 70.40점을 받은 나가수는 68.08점을 받은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나가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비록 다운그레이드를 받았지만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을 시도했다. 또한, 현역 선수 중, 김연아와 함께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스케이터가 바로 나가수다.
지난 시즌 막판에 놀랍도록 성장한 나가수의 상승세에 미국 피겨계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가수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쇼트프로그램 1위를 지키고 있던 나가수는 롱프로그램을 앞두고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해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새 가슴'으로 불릴 만큼, 실전경기에서 대범하지 못한 점이 나가수의 약점이다. 또한, 기술에 비해 안무 소화가 미진한 점도 나가수가 개선해야 될 과제다. 하지만, 현재 성장세를 보면 나가수가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인 것은 사실이다.
나가수의 안무는 쇼트와 롱프로그램 모두 로리 니콜이 담당했다. 새로운 시즌에 나가수는 게이샤가 되어 찾아올 전망이다. 롱프로그램 곡은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테마 음악이고 쇼트프로그램은 '이스트윅의 마녀들'의 배경 음악이다.
지난해 전미 선수권자인 레이첼 플랫(18, 미국)도 나가수와 함께 성장 중인 스케이터다. 또한, 카롤리나 코스트너(23, 이탈리아)가 추락하는 사이, 유럽을 대표하는 스케이터로 라우라 레피스토(22, 핀란드)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유럽 피겨 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레피스토는 2010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하지 않았지만 정확하고 깨끗한 기술이 장점이었던 레피스토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정상권 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술의 정확성보다는 고난도 기술에 후한 점수를 주는 새 규정에 얼마나 적응할지가 미지수다.
이들 스케이터들 중,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드물다. 서로 물고 물리는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가수와 플랫, 그리고 주니어 정상권에 있는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점도 이번 시즌의 볼거리다.
[사진 = 김연아, 아사다 마오 (C) 엑스포츠뉴스DB, 미라이 나가수 (C) 아이스네트워크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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