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박현철 기자]
양준혁(38.삼성)과 함께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한국의 이치로’ 이병규(33).
그가 선동열(45.삼성 감독), 이상훈(38), 이종범(38.KIA)이 밟았던 주니치 드래곤스의 안방 나고야 돔에 들어섰다. 그는 올 시즌 일본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 인가.
비밀병기 맞대결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은 국민의 반 이상이 응원한다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이다. 다른 팀들이 가장 이기고 싶어하는 팀 또한 요미우리. 특히 주니치의 사령탑 오치아이 히로미쓰(54)는 요미우리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다.
199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당시 ‘FA 최대어’ 기요하라 가즈히로(39.오릭스 버팔로즈)를 잡기 위해 43세에 접어든 1루수 오치아이를 방출했다. 80년대 ‘타격의 신’으로 명성을 떨쳤던 타자에게는 굴욕과 같은 일. 그는 니혼햄 파이터즈로 쓸쓸히 떠난 뒤 2년 뒤 은퇴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오치아이는 주니치 사령탑으로 리그 2연패와 2007 일본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고, 요미우리는 주니치를 제치고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두 팀의 비밀병기들. ‘한국의 이치로’ 이병규와 타니 요시토모(34) 역시 2007년을 준비하고 있다.
주니치 이병규 VS 요미우리 타니
주니치와 요미우리에 새롭게 영입된 이병규와 타니는 의외로 공통점이 많은 선수들이다.
96’ 애틀랜타 올림픽 대표, 97년 프로 입문, 타격왕 경험(이병규-2006’시즌, 타니-2003’시즌), 빠른 발, 나쁘지 않은 외야 수비, 전 소속팀의 스타 출신,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경력(이병규-2003’ 무릎십자인대 파열, 타니- 2004’ 손목 골절). 공통점이 많은 두 선수는 올 시즌 팀의 비밀병기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병규는 알렉스 오초아(35)가 철통같이 지키던 중견수 자리를 이어 받았다. 넓은 규모, 높은 펜스 때문에 홈런이 적은 대신 2루타, 3루타 가 자주 나오는 나고야 돔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병규의 수비 부담은 타니 보다 더 크다.
타니의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는 스즈키 이치로(35.시애틀 매리너스), 다구치 소(3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로 중견수보다 좌익수 자리가 더 익숙했던 선수. 만일 하라(52) 요미우리 감독이 무리수를 던져 중견수 자리에 타니를 놓는다면 요미우리의 외야는 다시 불안해진다.
공격 부담은 타니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지난 해 요미우리는 니시 도시히사(35), 기무라 타쿠야(35), 고사카 마코토(34)등이 테이블 세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이승엽(31)의 부담이 커졌었다. 타니가 부상 전 정확한 타격감각, 주루센스를 되찾는다면 요미우리는 1,2번 타자 문제에 대해 잠시나마 걱정을 덜 수 있다.
주니치는 아라키 히로유키(30)-이바타 히로카즈(32)로 이어지는 수준급 테이블 세터 진을 갖추고 있다. 이병규가 선두에 나서 공격을 이끄는 일은 없을 전망. 그러나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위험부담이 있다. 6번 타자 자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하위타선으로 옮겨지거나 자칫하면 2군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큰 부상을 입고 재기에 성공해 일본무대에 진출한 이병규. 부상 이후 준재 에서 범재로 전락하고 있는 타니. 그들이 제 역할을 못해 준다면 각자 소속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알렉스 오초아를 넘어라
알렉스 오초아(35). 밀워키 블루어스,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 미네소타 트윈스 등을 거쳐 2003년 주니치에 입단해 2006년을 끝으로 나고야를 떠난 도미니카 용병이다.
4년 통산 2할8푼의 타율과 75개의 홈런을 치며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타이론 우즈(38)와 같은 오른손 타자라는 점, 많지 않은 홈런, 2억 4천 만엔(약 17억원)의 높은 연봉 등의 이유로 이병규에게 용병 한 자리를 비워주고 떠났다.
한국과는 다른 스트라이크 존, 투수들의 뛰어난 제구력 등에 빠른 적응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 대처능력을 길러야 한다. 일본에서 실패한 용병타자들이 고전한 이유는 바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병규가 알렉스 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칠 필요는 없다. ‘거포가 없다’는 주니치의 고민거리는 타이론 우즈가 가세한 2005년부터 많이 사라진 상태. 그러나 외야 수비에 있어서는 걱정이 많다.
알렉스는 일본 프로 야구 최고 수준의 수비와 ‘레이저 빔’ 송구를 보여줬던 선수. 알렉스의 수비를 다른 선수에 비교하자면 얼마 전 니혼햄에서 은퇴한 ‘화려한 수비의 대명사’ 신조 쓰요시(36)에 비교할 만하다.
주니치는 이병규를 영입하며 ‘비싼 선수’와 ‘거포 욕심’을 포기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싼 값에 ‘정확한 타자’, ‘좋은 외야 수비수’를 데려왔다는 사실은 ‘최소 비용의 최대 효과’의 원칙에 충실한 모습. 주니치가 요구하는 이병규의 모습은 3할대의 정확한 타격과 좋은 수비로 나고야의 팬들을 열광시키는 것이다.
그 곳은 한국이 아닙니다
이병규의 플레이를 가리켜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슈퍼마켓에 라면 사러 가는 플레이’. 불에 데인 아이가 불을 무서워하듯, 2003년 커다란 무릎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움직임에 두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고야의 이병규는 ‘LG 트윈스의 스타’가 아닌 ‘주니치 용병’일 뿐. 천부적인 야구 센스를 바탕으로 하는 안정적인 외야 수비는 일본인들에게 ‘어슬렁 거리는 게으른 수비’로 비춰 질 수 있다. 짧은 내야땅볼에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혼의 야구’의 일본에서 어슬렁거리는 플레이는 비난 받기 십상이다.
이종범이 1998년 팔꿈치 부상 전까지 나고야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280 10홈런 28타점의 나쁘지 않은 타격성적도 있었지만 몸을 아끼지 않은 주루플레이와 수비에 있었다. 부상 없이 악착같이 뛰며 주니치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병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