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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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기자단]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 바르셀로나

기사입력 2010.08.05 16:57 / 기사수정 2010.08.05 20:53

엑츠기자단 기자

[엑스포츠뉴스=엑츠기자단 박시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바르셀로나의 한국 투어가 막을 내렸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투어에서의 오만한 행동으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게 되었다.

이미 지난해 안티 풋볼 논란, 스프링 쿨러 사건, 파브레가스 향한 DNA 발언 등으로 극심하게 악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커녕 이번 투어를 계기로 안티팬들의 급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과연 누구를 위한 올스타전이었을까. 

터무니없이 높은 티켓 가격, 1진 멤버의 대거 불참

2008-09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며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선 바르셀로나의 한국 투어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마침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근 축구계의 흐름을 스페인과 바르셀로나가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축구팬들에겐 선진 축구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처음부터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일단 티켓 가격이다. 4등석이 무려 55,000원이었다. 아무리 바르셀로나라고 하지만 거의 월드컵 티켓 가격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한 처사는 이해하기 힘들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가장 최하 자리인 3등석의 가격이 60,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 높은 액수였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언제 국내에서 볼 수 있을까라는 심리에 비싼 티켓 가격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았다. 그러나 그 다음에 불거진 문제는 1진 멤버들의 대거 불참이었다. 월드컵을 마친 후 대부분의 스페인 선수들이 휴가를 떠나면서 화려한 1진 멤버들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독일과의 월드컵 4강전에 출전한 스페인의 베스트11 가운데 무려 7명이 바르셀로나 선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주전들이 대거 빠지고 2진급 선수와 유스 선수들로 대거 채워진 빈약한 스쿼드를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메시라도 볼 수 있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들만의 언론을 대하는 방법

2일, 피곤한 표정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메시와 D.알베스가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D.알베스는 최근 월드컵에서 북한과 경기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남한과 북한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누를 범했고, 메시 역시 피곤함만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해외 언론들의 질문에는 성심껏 대답하면서도 국내 언론의 질문에는 무성의함으로 일관한 것이다. 첫날인데다 오랜 비행시간으로 피로가 누적되었으니 양해를 구한다는 관계자들이 해명했지만 다음날에도 보여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황급하게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경호원들은 인터뷰를 못하도록 저지하는데 바빴고, 이에 국내 언론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D.알베스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믹스트존을 나가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나마 이브라히모비치만 홀로 성의껏 인터뷰에 응해 유일하게 호감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토록 무례한 행동은 마지막까지 지속되었다. 이번에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나섰다.

"메시는 새 시즌을 앞두고 이제 처음 훈련을 시작한 상황"이라 언급한 그는 "현재 체중도 정상수준보다 1~2kg 정도 늘어난 상태이며,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나섰다간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시가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겠지만, 팬들에게 인사를 드릴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기자회견은 7시에 이뤄졌고, 마지막으로 티켓을 환불할 수 있는 마감 시간은 5시였기 때문에 축구팬들에게 메시의 불참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주최사 측에서도 해명하기에 바빴다. 메시의 30분 이상 출전 조항을 언급하면서 다시 바르셀로나에게 요청했고, 결국 그 다음날 메시를 비롯한 1진 멤버들이 출전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다음날 열린 과르디올라 감독의 인터뷰는 가관이었다.

"메시가 본 경기를 앞둔 마지막 훈련에서 몸 상태의 진전을 보여 출전을 결정했다"며 "메시는 몇 분 간 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분명 전날에는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불참할 것을 언급했지만 이제서야 훈련에서 몸에 이상이 없어 출전을 결심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누구를 위한 올스타전이었나?

 모든 이슈는 바르셀로나에 쏠려 있었다. K-리그 올스타로 뽑힌 선수들도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출전했지만 실질적으로 자신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최 측과 연맹에서도 바르셀로나의 특급 선수들과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벌이는 향연이 경기장을 꽉 채우고 재미있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바르셀로나의 개그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핀투 골키퍼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1분 만에 선취골을 허용했는데 누가 봐도 일부러 한 게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과연 이 경기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면 그런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관심은 메시가 몇 분을 출전하느냐에 있었는데 전반 30분에 교체 투입되어, 하프타임 때 교체 물러났다. 결국, 30분 조항을 들먹인 주최 사의 요청도 묵살된 셈이다. 후반전에는 아비달과 S.케이타를 빼고 전부 평소에 라 리가에서 보기 힘든 선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K-리그 올스타팀은 주전들이 대거 결장한 바르셀로나에게 2-5로 패하면서 '역시 K리그 수준은 이거밖에 안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봐 심히 우려스럽다. 결국, 어느 누구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올스타전은 이토록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지난해 여름 맨유가 한국을 방문했었다. 공개 훈련을 보기 위해 입장료 15,000원을 받은 점이나 마케다의 인종 차별 세레모니 등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팬 서비스 행사, 기자회견 등에서 보여준 맨유는 바르셀로나와 비교해 사뭇 대조적이었다.

서울과의 경기에서도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시아 투어의 목적은 아시아 팬들을 그러모으기 위한 것이다. 많은 돈을 받고 투어에 참가했으면 기본적인 예의는 보여줘야 한다. 프로로써 기본적인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은 바르셀로나는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내 언론사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2진 멤버들을 경기에 출전시킨 바르셀로나 구단은 무엇을 얻기 위해 한국까지 온 것일까. K-리그 일정까지 변경하면서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유치했던 우리도 크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확실한 준비와 철저한 서로 간의 믿음 속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는 이런 투어가 행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글=엑츠기자단 박시인]

[사진=바르셀로나 펩 과르디올라 감독ⓒ엑스포츠뉴스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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