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천만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지옥', '창', '사이비' 등 애니메이션부터 영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내던 이야기꾼은 tvN 월화드라마 '방법'을 통해 자신만의 또 다른 세계를 펼쳐내는데 성공했다.
'방법'은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지난달 2일 첫 방송을 시작해 종영을 2회 남기고 있다(12부작).
연상호 작가가 방송 전 "1회를 보신 분들은 2회를 안 보실 수 없다. 속는 셈 치고 1회만 봐 달라"고 자신감을 보였듯, '방법'은 매 회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2.4%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매회 상승세를 기록하더니 지난 10회 분에서 6.6%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 또한 드라마 '방법' 이후의 이야기는 일찌감치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
다음은 코로나19 여파로 서면으로 주고 받은 엑스포츠뉴스와 연상호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성동일의 섬뜩한 악마 연기가 호평을 얻고 있다. 평소 자상한 아버지, 따뜻한 형님 캐릭터인 성동일을 메인 빌런으로 캐스팅한 이유가 있다면.
극 중 진종현은 어찌보면 평범한 사람같기도 하고 어쩔 때 보면 소름끼치는 악귀인 인물이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제작사인 레진 스튜디오에서 성동일 배우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과연 이 역할을 하실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성동일 배우가 역할을 수락하셨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베테랑 연기자 성동일 배우가 이 드라마에 참여하시면서 드라마의 격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촬영된 편집본을 볼 때마다 극본을 쓴 저조차도 놀랐다. 확실히 내가 쓴 극본과는 다른 훨씬 풍성하고 입체적인 진종현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동일 배우는 마치 만능 맥가이버 칼 같은 연기자다. 어떤 역할, 어떤 상황이 주어져도 그 모든 연기가 납득이 되는 연기를 보여주셨다. 방송을 보면서도 성동일 배우의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방법을 당할뻔해 몸이 뒤틀리는 연기를 하신 성동일 배우에게 진정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역시 명배우는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명품으로 보여주는구나’ 생각했다.
Q. '기생충'에서 활약했던 정지소가 '방법'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열연하고 있다. 정지소의 연기 어떻게 보고 있나.
가장 중요했던 백소진 역은 사실 김용완 감독이 수많은 오디션을 보고 고심 끝에 결정된 상황이었다. 김용완 감독은 백소진 역에 신선한 얼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많은 배우들을 만났었다. 그리고 지금의 정지소 배우를 선택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백소진 배우를 찾던 과정에서 저는 영화 촬영 중이어서 그 과정을 함께하지는 못했다. 최종적으로 정지소 배우가 하게 됐다고 이야기를 듣고 좀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방법'의 첫 리딩날 정지소 배우를 보고 '기생충'에 나왔던 그 배우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정지소 배우는 이미 백소진으로 변해있었다. 편집본을 보면서도 정지소 배우는 눈빛 하나, 몸짓 하나도 모두 백소진이었다. 지금의 백소진의 인기는 8할을 정지소 배우가 만들어낸 것이다.
Q. 가장 공들였던 장면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프리 프로덕션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김용완 감독과 제작진이 굿 장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어깨 너머로 지켜봤다. 특히 조민수 배우와 이중옥 배우 그리고 백소진의 엄마 역할을 맡은 김신록 배우는 굿 장면을 위해 꽤 오랫동안 훈련했다. 드라마를 봤을 때 그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긴 것을 보고 감탄했다. 김용완 감독도 무속자문 팀과 굿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고 드라마의 장면과 가장 어울리는 굿 장면을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방법'의 무속자문 팀 역시 이 드라마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배우들을 트레이닝시키고 자문해주셨다.
Q. tvN 월화드라마는 주로 16부작으로 편성됐는데 '방법'은 12부작으로 마무리 된다. 12부작으로 그려내기에 어렵거나 아쉬운 점은 없었나.
아무래도 영화와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건 전개의 호흡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 시청자에게 도달하는 호흡이 영화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에피소드의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였다. 초반의 전개를 빠르게 배치하고 뒷부분을 초반의 빠른 전개에서 깔아둔 퍼즐 형태의 에피소드를 맞춰가는 재미를 주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전략이었다. 지금 무척이나 고맙고 다행이라고 여긴 부분은 맨 처음 드라마 작업을 제안주셨던 스튜디오 드래곤의 최진희 대표님이 회차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신 것이다. 처음부터 ‘몇 회는 나와야 된다’가 아니라 회차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써보라고 한 제안 덕분에 이 이야기에 가장 맞는 회차를 찾아 작업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방법'을 제작한 레진 스튜디오도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방식에서 제작사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강요하지 않아 좋았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그 흔한, PPL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
Q. '방법'으로 첫 드라마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기존의 영화 시나리오 및 연출 작업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드라마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갖고 있었다. 연속되는 연속극의 매력에 대해서는 과거 드라마를 보면서도 느꼈었고 어렸을 때 재미있는 만화책의 다음 편을 기다릴 때의 기분 때문에 점점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고 느꼈었다. 극본 작업을 다하고 연출자인 김용완 감독을 만나서 극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연출자인 김용완 감독이 이 극본에 대해 나보다도 더 많은 이해를 갖고 있어서 안심했다. 그리고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이미 12부까지 다 쓰여진 대본으로 김용완 감독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 과정에서 김용완 감독이 필요한 씬이나 장면들을 추가하면서 작업했다. 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은 김용완 감독이 추가로 아이디어를 주시는 등 그런 점에서 김용완 감독과의 협업이 재미있었다. 그 동안 제가 쓴 시나리오를 제가 연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 완성된 편집본을 볼 때 ‘신선함’ 같은 것은 없었는데 이번에 연출을 김용완 감독이 하니 편집본을 받아볼 때마다 ‘두근거림’ 같은 것이 있었다. 제가 쓴 늬앙스나 씬들이 새롭게 연출된 후 보는 것도 신선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진 '방법'이라는 드라마는 최종적으로는 김용완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은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모두 영화의 작업이었다. 영화의 작업은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2시간 정도의 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것으로 100페이지 정도의 시나리오에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하는 구조였다. 반면 드라마는 여러 개의 개별 에피소드의 완결구조와 다음으로 이어지는 연결성도 가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동안 했던 영화 시나리오 작업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 작업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나 연재되는 만화, 시리즈 애니메이션들을 볼 때 ‘내가 어떤 부분을 기대하고 좋아했었는가’, ‘어떤 기분이었는가’를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이미 TV에서 하고 있는 장르 드라마들을 많이 봤고 그 과정에서 드라마 극본에 대한 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또한 이미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던 것 같다.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신선하고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고 내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새로운 무언가를 작업할 때 확실히 에너지가 샘솟고 극본을 쓰는 내내 즐거웠다.
Q. '방법'의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 영화판 '방법'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인가.
현재 확실히 예정된 스케줄은 드라마 '방법'의 이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방법' 정도다. 드라마 시즌 2는 제작사와 이야기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스케줄이 나온 것은 아니다. 배우들 모두 이번 드라마 작업을 즐겁게 한 덕분에 이후 시즌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너무 급하지 않게 단단한 이야기를 준비해서 시즌 2를 하고 싶다. 영화 '방법'에서는 기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드라마 '방법'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오컬트 스릴러로 만들어 보려고 준비 중이다. 많은 기대를 바란다. 일단은 영화 '방법'은 드라마 '방법'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연출할 것이다.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김용완 감독, 배우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모두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방법' 시리즈에서 직접 연출을 할 계획은 아직 없다.
Q. 종영까지 단 2회 남았다. '방법'의 관전포인트가 있다면.
일종의 여지는 남기지만 열린 결말은 절대 아니다. '방법'에서 다뤘던 모든 것들은 확실한 맺음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임진희와 백소진의 선택과 임진희와 백소진의 관계 같은 것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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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