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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도 천지창조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기사입력 2007.02.06 01:53 / 기사수정 2007.02.06 01:53

송한용 기자

하나님도 천지 창조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다저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2년 자유계약 선수가 되면서 아메리칸리그의 텍사스 레인저스로 전격 이적한다.  타력은 강했으나 투수력이 별 볼일 없어 언제나 리그 하위권에만 맴돌던 그들은 5년 연속 10승대 투수의 영입에 흥분했고, 또한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적 첫 해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직 리그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러려니 했지만 예전의 그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자 일각에선 사상 최악의 먹튀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했었다.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그에게 당시 투수코치 오렐 허샤이저 코치는 이렇게 위로를 해주었다고 한다.
 
'하나님도 천지창조 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오늘 필자는 이 말을 이 선수에게 해주고 싶다.

2004년 아시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 우리는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보았다. 정확히는 얘기할 수 없었지만 한국축구의 답답했던 '뻥' 축구만 보던 우리에게 한국에도 이런 선수 하나만 있었으면 하면서 무의식 중에 그려왔던 이상형의 스트라이커에 거의 딱 들어맞는 신예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보았기 때문이다.

박주영…흡사 세계 정상급 선수에게서나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놀라운 볼트래핑 센스, 상대팀 한 두명 정도는 가볍게 제치는 개인기, 순간적으로 나오는 공간을 파고들어 찬스를 만들어내는 영리함, 무엇보다도 놀라운 골 결정력까지…. 지금까지의 한국의 대형스트라이커와는 뭔가 다른 스타일의 축구 천재의 탄생은 축구 팬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거기에 A매치 데뷔전이었던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벡전과 쿠웨이트전의 연속골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한반도는 박주영 신드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텅텅 비었던 K리그 경기장은 축구 천재를 보기 위한 팬들로 붐볐고, 언론에선 그에 대한 특집방송이 판을 쳤다. 또한, 그의 골은 물론 일거수 일 투는 모두 기삿거리였다. 심지어 그가 골을 넣고 하는 기도 세레머니 조차도 무릎에 충격을 준다는 이유로 자제하라는 걱정 아닌 걱정거리조차도 기사였으니 말 다했다. 거기에 그는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데뷔 첫 해 18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데뷔는 그에 대한 타구단의 견제로 이어졌다. 그에 대한 견제가 심해진 2006시즌…. 그는 골 침묵에 시달렸고, A매치에서도 예전의 그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고, 독일월드컵 예선 3차전 스위스전에서 이른바 역주행으로 선취골을 헌납하자 축구 천재, 득점 기계라는 찬사는 어느덧 컨디션 그래프의 폭이 너무 크네,  플레이가 너무 소심하네! 등의 비판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이제 그는 대표팀에선 부름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소속팀에서마저도 벤치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축구 천재가 역적이 되는 것이 이렇게 한순간이란 것이 보는 이도 이렇게 허무하건만 본인은 어떨까? 이제 그는 절치부심하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 골이 아니면 그 어떠한 것으로도 이미 돌아서 버린 불특정다수의 팬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부담을 느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대기만성이라고 했다.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도 한 번 정도는 좌절을 겪고 그를 이겨낸 후 세계를 호령했었다. 마라도나도 82년 최악의 월드컵을 보낸 후 86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조국에 두 번째 월드컵을 안겼고, 지단 역시 94월드컵 진출 실패를 맛본 후 4년 뒤 사상 처음으로 조국을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았다.

 골을 넣은 후 여지없이 기도 세레머니를 하고 훗날 축구 전도사가 꿈이라고 하는 그는 누구나 잘 아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에 이 말을 잘 이해할 것이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도 천지 창조라는 대업을 위해 일주일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결코,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나하나 배워가며 실력을 쌓아가라. 그리고 그 천재성에 성실함을 더하라.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도 그 화려함 이면에 피나는 노력과 연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그리고 언제나 그대의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길 바란다.

 하나님도 천지 창조하는데 일주일이 걸렸으니깐….



송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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