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이창훈이 정치외교학도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 고하늘(서현진 분)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들 간의 현실적인 속사정을 그려내며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창훈은 대치고 7년 차 생물교사 배명수를 연기했다. 신임 교사 고하늘(서현진 분)과 슬럼프를 겪는 정교사 도연우(하준)을 챙겨주고,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진학부의 분위기 메이커. 이창훈은 '실제로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을 보는 것 같다'는 리얼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블랙독'은 2005년 연극 '굿바이쏭'으로 데뷔한 이창훈의 15년만 첫 주연작이었다. 그는 "저는 주연이라기보다는 주연들 옆에 나온 사람이었다"며 "다른 배우들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인 것이 부끄럽다"고 쑥스러워했다. 이어 "드라마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블랙독'은 굉장히 신선했다. 시나리오가 섬세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에서 보여준 일상 연기는 '블랙독' 제작진에게 좋은 인상을 줬고, 캐스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이창훈은 옷부터 가방까지 모두 자신이 쓰던 물건들을 사용하며 극중 배명수를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창훈은 "평소에도 역할과 튀지 않으려고 내가 쓰는 걸 사용하는 편이다. '봄밤' 때는 거의 내 옷들을 입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의상팀에 제 옷들을 맡겼다. 대본이 나오면 그분들이 알맞게 세팅해 주시는 식이었다. 그런데 그보다도 저는 (평범한) 제 생김새가 한몫하는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오랜 시간 연기 한 길만을 걸어왔을 것 같은 이창훈이지만 실은 맨땅에 헤딩하듯 호기심으로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사연도 공개했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몰라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11년 만에 겨우 졸업했다. 처음엔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고, 학교에서 책을 읽으라고 시키면 소리내서 읽는 걸 재밌어하는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대본 같은 걸 사서 입으로 말해보는 게 취미생활이었다. 중얼중얼 거리는 습관이 생기면서 '나는 직장을 다녀도 중얼대겠구나' 싶더라. 하필 주변에 연극영화과 다니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고 무작정 대학로를 갔다. 그리고 신문에서 본 것 같은 극단을 찾아가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바로 퇴짜를 맞았다. 과를 물어서 정치외교학과라고 했더니 자퇴서를 가지고 오라더라. 그런데 저는 자퇴할 마음은 없었다."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은 뒤 스물다섯이던 2005년, 이창훈은 연극 판에 발을 들이게 됐다. 오랜 무명에 슬럼프는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중간에 여러 번 슬럼프가 있었는데 매번 급하게 지나갔던 것 같다. 당장 해내야 할 공연 작품이 있었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같은 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겪을 만한 여력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고 답했다.
정치외교학도에서 배우가 된 이창훈을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저희 가족은 제가 이쪽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제가 연기를 한다는 게 너무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어머니는 '조금 하다가 관두겠지' 생각하다가 이 외모로 오래 버티는 저를 신기해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경제인이 됐다는 것에 무척 안심하고 흡족해 하신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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