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해, 김현세 기자] "저만 아니라 모든 1.5군 선수가 그럴 거예요. 1군에서 실수 한 번 하는 게 정말 치명적이거든요. 그래도 이겨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24일 경남 김해 상동야구장. 롯데 자이언츠 김동한에게 예년과 달라진 게 하나 보였다. 퓨처스캠프 명단에서 내야수가 아닌, 외야수로 이름을 올렸다. 전향은 아니나 겸업으로 훈련하고 있었다.
"가끔씩 외야를 보기는 했는데, 캠프 때부터 전문적으로 준비해서 한 적은 없다. 한번씩 비어 있을 때 나선 정도다. 올해 아직까지 경기는 안 나가 봤어도 훈련하면서 느낌이 괜찮은 것 같다."
지금껏 외야 출장이 많지 않았으나 가용 포지션을 더 늘려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게 롯데 측 판단이었다. "단장님께서 내-외야 멀티 포지션을 권하셨고, 나도 공감이 되더라. 우리 팀 외야에서 (민)병헌이 형 빼고 거의 좌타자이지 않나. 나는 우타자로서 좌투수가 나올 때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전준우의 1루수 겸업과 강로한, 고승민이 외야수 수업을 받고 있고, 허문회 감독은 "포지션마다 2명씩 플래툰으로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멀티 포지션 소화가 김동한에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동한은 "하루는 내야, 하루는 외야, 이렇게 번갈아 훈련하고 있다"며 "내야는 어릴 때부터 계속 해 왔으니 큰 부담은 없다. 외야에서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수비 난이도 자체는 내야 쪽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 같은데, 어느 곳이나 쉬운 포지션은 없다. 그래도 외야에서 심리적으로 편해져 타격에 더 신경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 2루수 출장이 22경기로 가장 많았고, 3루수, 유격수를 겸하면서 내야 유틸리티로 활약했다. 수비 이닝 177⅓이닝 동안 실책 수는 단 2개다. 내야수로서 안정성을 갖춘 데다 지난해 1군에서 42경기 나와 타율 0.282를 쳐 기회를 잘 살렸다는 평가다. 이제 외야수로 활용 가치까지 인정받게 될 시 팀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지난해 2군에서 올라 와 알토란 같이 활약한 김동한이지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는 "사실 2군 선수로서 1군에서 실책 한 번 하는 게 치명적일 수 있다. 심리적 요소가 큰 것 같다. 나 같이 모든 백업, 1.5군 선수가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2군에서 '더는 내려 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래리 서튼 감독님께서 '실수를 두려워 마라'고 하시니 정신적으로 더욱 편히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동기부여까지 확실하다. 김동한은 "지난해 아이가 태어났는데, 14개월이 됐다. 사실 프로 선수이다 보니 궁극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입지도 좁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이겨내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 2군에서 콜업됐을 때 그걸 느꼈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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