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최초의 수상'이라는 의미를 넘어선, 영화를 향한 다양한 시선을 넓히게 될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10일(한국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기생충'은 지난 달 진행된 시상식 최종 후보 발표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것과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작이 최우수작품상까지 품에 안은 것까지 모든 것이 최초다.
한국 영화사 101년 만의 쾌거이기도 하다. 지난 해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석권하며 유럽과 북미를 아우르는 시상식을 모두 휩쓴 '기생충'은 칸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동시 수상한 두 번째 영화로 기록에 남게 됐다.
첫번째 기록은 1955년 '마티'(미국)가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받았고, '기생충'은 무려 65년 만에 다시 새 기록을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였던 감독상 수상은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수상한 이후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다. 각본상도 아시아 최초다. 외국어 영화가 각본상을 받은 것은 2003년 스페인 출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이후 17년 만이다.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던 아카데미 시상식도 '기생충'에 최우수작품상을 품에 안기며 넓어진 다양성에 대한 시선을 보여줬다.
봉준호 감독도 직접 소회를 전했다. 전작이었던 '옥자'를 언급한 봉준호 감독은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서 만든 작품인데, 한국적인 것으로 가득찬 '기생충'이 오히려 여러 나라에서 반응을 얻었다.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것을 들여다봤을 때 전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후 "자막의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하며 화제를 모았던 수상 소감을 떠올리며 "때늦은 소감이 아닌가 싶다. 이미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외국어라는 장벽, 또 외국영화가 상을 받는 것이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고 모든게 자연스러워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도 "투표로 작품상을 받는다는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에 변화나 영향을 미치는 자극이 될 것이다. 우리 영화가 받으면 그런 면에서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을 쓴 '기생충'은 5월 칸국제영화제부터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이어진 긴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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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