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베테랑 배우들이 모인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돌아온다.
신구, 손숙, 조달환, 서은경, 최명경이 출연하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2월 14일부터 네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찾는다.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사실주의 연극으로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서 부모 자식 간의 사건과 가족들의 기억의 지점들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2013년 초연해 2014년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갔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으로 2016년 차범석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추모 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진행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연습실 공개에서 배우들은 병든 아버지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점점 사그라질 때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를 담은 장면의 시연을 선보였다.
이재은 연출은 "작가님이 겪은 일을 대본에 그대로 옮겨 현실적이다. 배우와 제작진도 등장 인물의 관계나 감정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이 작품은 현실이다. 내가 겪을 수 있는 일이란 걸 보여주려고 했다. 오늘은 부모님에게 전화 한 통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며느리 캐릭터를 바꿨다. 원래 대본상으로는 되게 못생기고 뚱뚱한 며느리다. 예쁜 배우를 굳이 못생긴 배우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해 예쁜데 눈치 없는 며느리로 바꿨다.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속에서 쌓인 것들이 풀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대본에 충실해서 크게 바꾼 건 아니지만 관계에서 변화를 주려고 했다. 현실에서 하지 않는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신구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는 이북실향민 아버지 역을 맡았다. 손숙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고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우리 나이로 85살인 신구는 "이 연극을 하는데 체력은 상관없다"라고 자신했다. 손숙 역시 "(신구가) 엄청 힘이 세다"라며 거들었다.
신구는 "가족 얘기다. 요즘 웰다잉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냐. 생명 연장 없이 가족의 품에서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하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작품이다. 진정성을 쏟아내고 연기하면 관객에게 그 진정성이 자연히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몇 번이나 공연을 해도 초연 때와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번에 (제작사에서) 다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도 주저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난 세 번의 공연에서 놓친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겠다 싶더라. 대사의 높이, 장음 등의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숙은 "기본은 작품이다. 배우가 공감이 안 가는 작품이라면, 이해가 안 되는 작품이라면 연극이 매끄럽게 만들어질 수 없다. 대사 하나까지 공감 가는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도 공감할 거다. 창작인데 이 작품을 좋아한다. 번역극을 하면 분석해서 연구할 게 많다. 왜 이렇게 됐는지 문화도 이해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냥 일상의 일이니 바로 들어온다. 어떨 때는 연극 같지가 않다. 대사 하나가 일상이다. 남자 작가가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썼을까 한다"라며 작품에 애정을 내비쳤다.
손숙은 "같은 대사여도 과거와 감정의 기복이 다를 수 있다. 둘째 아들이 큰 아들과 전화하는 걸 듣는다. 형은 똑똑하고 좋은 곳에 취직해 미국에 있는데 아버지가 임종하게 생겼는데도 못 오는 거다. 다음 달에 온다는 대사를 듣고 지난번에는 넘어갔는데 엄마로서는 너무 섭섭하다. 잘난 아들 둬서 뭐하냐는 느낌이인데 예전에는 놓쳤던 것 같다. 이번에는 자식에 대한 섭섭함이 깔리는 것 같다. '이 놈의 자식 쫓아가서 끌고 나올까' 라는 느낌이 있다. 아주 작게 놓친 것들이 꽤 많다. 다음에 또 있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신구는 손숙에 대해 "젊을 때부터 잘 알고 식구 같다"라고 말했다.
손숙은 "내가 술을 한 잔도 못 한다. 술자리를 못 가니까 의견 충돌이 없다. 더 친해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지금 상태가 딱 좋다. 서로 좋은 동지처럼 같이 공연한다. 너무 친하면 그것도 문제가 있을 거다.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면서 해서 한 번도 얼굴을 붉혀본 적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달환과 서은경은 아들과 며느리 역으로 출연한다. 최명경은 정씨로 분한다.
신구와 손숙, 최명경, 서은경은 지난 시즌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조달환은 새로이 합류해 아들 역으로 호흡한다. 신구와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도 부자로 나왔다.
조달환은 "'신구 선생님과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같이 했고 술 친구이기도 하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 때와 티격태격한 느낌이 비슷한 점이 있다. 그때 감정이 좋았다. 다른 장르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있다. 술자리에서도 대본 분석이나 이외의 얘기들을 나누면서 함께 만들어간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처음 작품을 볼 때 공감이 많이 갔다. 30대 이상 관객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10, 20대 관객이 온다면 이런 가족이 살았겠구나, 이런 낭만도 있고 애틋한 사랑도 있구라고 느끼지 않을까 한다"라고 짚었다.
서은경은 "각자 자기 안에 있는 가족, 인생을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팀워크가 너무 좋다. 선생님 두 분이 공연 때마다 일찍 오시고 항상 대본을 가장 먼저 외우셔서 부담감을 주신다. 잘 따라가고 있고 든든하다. 농담처럼 '우리가 하는 게 뭐가 있냐'고 한다. 선생님 두 분이 다 끌고 나가주시기 때문이다. 두 분에게 많이 배우고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최명경도 "어머니, 아버지가 선생님들 연배와 비슷하다.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공연을 보고 집에 가서 아버지, 어머니 손 한 번 잡아드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팀워크가 너무 좋다. 선생님들이 밥도 잘 사주시고 술도 잘 사주신다"라고 거들었다.
손숙은 "조달환이 새로 들어와서 힘들텐데 열심히 해줘서 새로 들어온 아들 같지가 않다. 최명경은 다운될 수 있는 극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2월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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