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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클럽축구는 이런 것이다', 진주 고봉우 FC

기사입력 2010.07.19 00:13 / 기사수정 2010.07.27 10:12

백종모 기자

클럽축구 발언대 [22편] - 진주 고봉우 FC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클럽 축구만의 색깔을 지닌 한 유소년 팀이 한국 축구를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다.

'클럽은 축구를 하는 곳이 아니다. 축구를 하려면 엘리트로 가야한다'는 인식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강하다. 하지만 그런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팀이 있다.

'진주 고봉우 FC'는 엘리트 팀들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고 있는 클럽 팀이다. 실력 뿐 아니라, 지도 방식에서부터 프로 팀과의 연계 등 우리의 축구 환경에서 이루기 어려웠던 것들을 모두 실현하고 있는, 그야말로 클럽축구계의 모범 사례가 되는 팀이다. 대한민국클럽축구대제전(이하 클럽축구대제전)에서 출전하는 고봉우 FC의 양병은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진주 고봉우FC는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에서 유소년 축구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70년대 국가 대표로 활약했던 고봉우 씨를 단장으로 2003년 진주에서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몇몇 학교의 방과 후 축구교실 형태로 시작했다. 양 감독은 방과 후 축구교실을 운영 하면서 항상 아쉬운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방과 후 축구교실을 하다보니까, 일반 학생인데도 정말 축구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이런 애들이 공을 차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엔 방법이 없었죠."

본격적인 팀 창단의 계기는 2006년 한 대회에서 3~4학년 선수들이 우승을 거둔 것이었다. 우승 팀 아이들을 주축으로 팀을 창단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건상 클럽 방식이 아니면 어려웠습니다. 당시에 전교 1~2등 하고 하던 아이들도 있었거든요. 결국, 외국에서 하는 클럽 식으로 전문 클럽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진주에서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한군데 모아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시키게 됐죠. 이것이 현재 진주 고봉우 FC 드림팀(육성반)입니다"

그렇게 창단된 고봉우 FC 드림팀은 불과 1년 사이에 나가는 대회마다 우수한 성적을 냈고,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도 경험했다. 클럽축구대제전의 전신인 2008년 강진청자배 대회 5~6학년부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진주 고봉우 FC에는 패스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진주 고봉우 FC의 특징은 훈련 방식에서부터 비롯된다. 훈련 시스템은 개인 능력을 키우는 위주로 되어 있고, 모든 훈련이 공과 함께 이뤄진다.

"우리에게 패스란 '경기를 꼭 이기고 싶을 때, 동료를 이용하는 것' 정도의 개념입니다. '주고 싶으면 주고 안줘도 된다'고 얘기를 하죠. 패스 안하고, 드리블 한다 해서 꾸짖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배운 게 그것밖에 없는데, 안배운걸 하면 오히려 이상한 거죠. 5~6학년이 되면 조금씩 패스에 대한 부분을 가미를 시키지만, 4학년까지는 패스보다는 드리블만 반복해서 합니다. '일대일에서만 이겨라, 볼을 뺐기지만 마라' 그게 제가 항상 하는 말입니다."

그 결과 고봉우 FC 선수들의 개인기는 자타가 공인할 만큼 뛰어나다. 양 감독은 볼에 대한 감각이 어린 시기에 가장 필요한 부분임을 지적했다.

"볼에 대한 감각이란 건 어릴 때 키워 놓으면 커서도 계속 갑니다. 반면, 나중에 몸이 굳은 상태에서는 배우기 어렵죠. 몸이 부드러울 때 해놓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부분은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면서도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팀으로 봤을 때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할 때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진주 고봉우 FC가 개인기 위주의 훈련을 하는 것은, 양 감독이 남미에서 직접 축구를 공부했던 것이 영향을 끼쳤다.

"아르헨티나 감독 밑에서 남미 축구를 보면서 많은걸 느꼈습니다. 그곳에서는 운동장에서 뛰는 게 전혀 없더라고요. 몸 풀 때부터 공을 가지고 몸을 푸는 겁니다. 그 쪽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면서, 우리에 맞게 적용시켰습니다."

또한, 유소년 팀은 성적이 아닌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 양 감독의 생각이다.

"이기려면 체력 훈련, 슈팅 연습을 해야 합니다. 처음엔 코치들은 물론 부모님들조차 반대하더군요. 공만 다루고 있는 걸 보고 '이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되니, 전술 훈련을 해야한다.'그런 생각이었죠. 하지만 제가 볼 땐, 볼 다루는 기술을 더 다지고 완벽하게 만들어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프로팀, 대표 팀 가서 드리블 연습하겠어요? 전술훈련과 몸 관리는 그때 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렇게 개인기 위주의 훈련을 하면서도, 고봉우 FC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5~6학년이 되니까, 그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4학년 때까지는 이기는 게 아닌, 배운 것을 실제로 써보는데 중점을 둡니다. 이기려는 욕심에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하면, 실력이 늘 수 없죠. 지도자가 성적에 욕심을 내면 피해는 아이들이 봅니다. 아이들이 먼저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기기 위해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잘하면 결국 팀도 강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취지의 일환으로 진주 고봉우 FC에서는 실력 별로 공격수와 수비수를 나누는 방식을 지양하고,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골고루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수 교체가 경기장 밖이 아닌 안에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 산하 유소년 팀이 클럽 축구 방식을 택하기까지
 

프로 산하 유소년 팀은 학교 축구부를 선정하여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고봉우 FC와 연계된 경남 FC U-15 진주 팀은, 특이하게도 클럽 축구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경남FC가 U-15 팀을 클럽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 데는 고봉우 FC의 영향이 컸다.

"당시 저희 팀에서 다섯 명이 U-12 클럽 선발 상비군에 뽑히기도 했고,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많이 왔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클럽에서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타지로 가서 합숙하는 걸 내키지 않아 하더라고요. 엘리트가 아닌, 클럽 시스템에서 계속 하고 싶다는 거였죠."

경남FC에서는 고봉우 축구 교실의 장래를 보고 클럽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게 된다.

"아이들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서로가 찾아낸 거죠. 경남FC 입장에서도 U-18팀 밑에서 육성할 수 있는 클럽이 있어야 되는데, 당시 고봉우 FC의 선수들을 육성시켜서 U-18 팀으로 연계시키는 동시에, 장래에 진주 고봉우 FC를 통해 올라올 아이들까지 내다본 것입니다."
 

국내 축구의 현실과 클럽 축구
 

클럽 축구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진주 고봉우 FC이지만, 양 감독조차 클럽 축구 방식에 대해 완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 축구 시스템 자체가 엘리트 기반이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 클럽 팀이 힘든 부분이 많아요. 무엇보다 지금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부담이 큽니다. 아이들이 클럽을 거쳐 다른 팀에 갔을 때 적응하는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죠."

양 감독은 국내 축구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엘리트 방식과 클럽축구가 융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된다고 보고 있다.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이나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엘리트는 선수 수급에서 문제를 겪고 있고, 클럽은 기존의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힘듭니다. 하지만 클럽축구의 영향으로 학원 축구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합숙을 지양한다던가,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곳이 많죠."

양 감독은 국내에서 클럽축구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특히 외국에서 축구 생활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이제는 엘리트 축구가 아닌 클럽 축구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돈벌이로 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후진 양성을 위해서는 클럽축구가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박지성 축구 센터의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한국 축구의 미래는 클럽축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겁니다."
 

클럽축구대제전은 전국의 강팀을 상대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장
 

클럽축구대제전에 대한 고봉우 FC의 기억은 남다르다. 유소년 부의 꽃이라 볼 수 있는, 5~6학년 부에서 2008년 강진청자배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에는 준우승을 기록했다. 양 감독은 "클럽 팀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엘리트 팀보다도 클럽 팀 중에 라이벌이 많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적보다는 경험을 우선시하고 있다.

"작년에 저희 5~6학년 팀이 수원 FC MB 팀에게 졌습니다. 현재도 이 팀이 주말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승패를 떠나서 이렇게 좋은 팀과 한 번 더 붙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그런 팀 과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 합니다. 결과에 욕심이야 누구나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대회를 통해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이번 대회에서도 아이들이 배웠던 기량을 운동장에서 마음껏 펼치고 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대회에 임하는 양 감독의 목표는 한결같다.

"아이들이 우리 고봉우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좋은 성적은 운이 따르면 가능할 수 있는 것이고, 내용이 더 중요합니다. 언제나 마찬가지입니다. 전술적인 부분이나 그런 건 바라지 않아요. 기술적인 부분만큼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게 제일 큰 바람입니다."

[사진제공=진주 고봉우 FC]



백종모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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