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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박호산 "아버지와 닮은 역할, 7살 아들도 눈물 흘리며 봐"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0.01.29 10:47 / 기사수정 2020.01.29 10:4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 안방에서 활약한 박호산이 무대로 돌아왔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한국 초연 중인 뮤지컬 ‘빅 피쉬’를 통해서다.

에드워드 블룸 역할을 맡은 박호산은 10대부터 70대까지 오간다. 청년 에드워드로서는 아내 산드라에게 한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직진하는 순수함을, 아빠 에드워드로서는 아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한다. 에드워드가 사실주의자 아들과 소통하는 엔딩을 통해 감동을 준다.

“막내아들이 7살이라 극장에는 못 들어오기 때문에 분장실에서 모니터로 봤거든요. 강에서 굿바이하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날 보고 우는 거예요. 내용을 이해하냐고 물으니 ‘아빠는 이제 친구들 못 만나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그다음 장례식 장면은 제가 없는 데도 집중해서 보더라고요. 첫째, 둘째 아들은 오히려 쿨해요. 재밌게 잘 봤다더라고요. 첫째는 사회초년생인데 여자 친구와 여자 친구의 부모님과 왔어요. 둘째는 래퍼(풀릭)여서 스웨그 있게 ‘아빠 좋은 작품 한두 개 하는 거 아니잖아요’라는 반응이었어요. 워낙 어릴 때부터 공연장에서, 연습실에서 삼촌 고모들과 같이 커서 익숙한가 봐요.”

‘빅 피쉬’는 가족을 위해 위대해질 수밖에 없었던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의 과거와 현재, 상상을 오가는 이야기다. 다니엘 월러스의 원작 소설(1998)은 물론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도 잘 알려졌다. 뮤지컬로는 2013년 브로드웨이, 2017년 웨스트엔드에서 선보였다.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해 새로운 버전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한국 초연 중이다.

에드워드는 마녀, 인어, 거인, 늑대 인간 등 그동안 만난 다양한 친구들을 윌에게 이야기해준다. 박호산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말미 에드워드의 장례식장에서 거인 칼이 윌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을 꼽았다.  

“장례식 장면이 너무 좋아요. 대부분의 장면이 꿈이고 상상인데 이 장면은 현실이잖아요. 윌은 아빠가 이야기를 과장했다는 것을 눈치로 알아요. 윌이 칼에게 ‘만나 뵌 적은 없지만 많이 닮았네요’라고 말하니 ‘칼이에요’라고 소개해요. 칼은 3m 거인까지는 아니지만 누가 봐도 커요. 영화에서도 거대증이 있는 사람으로 나오죠. 아들도 아빠의 코드를 이해하게 되는 거죠. 대사는 없지만 마녀가 눈 먼 할머니로 나올 때도 정말 찡해요. 사실화된 장면을 볼 때 정말 슬퍼요.” 

에드워드 볼룸은 아들 윌의 축구 경기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평범한 아빠다. 하지만 그가 지나온 길은 놀랍도록 남다르다. 비록 능청스러운 허풍이 가미됐지만 모험가부터 로맨티시스트, 마을 최고의 슈퍼스타, 나라를 구한 전쟁 영웅까지 누구보다 위대한 남자였다. 

“우리 아버지와 닮았다고 생각해요. 장애가 있어 절룩거리시는데 중고등학교 때 주먹으로 전교에서 유명했다고 하더라고요. 큰아버지가 맞고 오면 아버지가 2살 어린데도 다 정리해줬다는 거예요. 물론 어릴 때는 믿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믿지 않았어요. 손이 크긴 하지만 키가 큰 것도 아니고 몸도 작으시니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아버지 친구들이 ‘내가 네 아버지 가방을 얼마나 들었는지 알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과장이겠지만 그냥 뻥만은 아니구나 싶었죠.”

마녀, 늑대 인간, 거인 이야기 뒤에 숨은 진실이 드러난다.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려 했던 윌이 비로소 에드워드를 이해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 작품은 현실 그대로가 아닌 즐거움을 주는 요소를 더해 인생을 재밌게 살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거짓이 진실이 되는 순간, 믿으면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각인하며 여운을 남긴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삶을 과장해서 얘기해요. 악의는 전혀 없어요. 듣는 사람이 행복하고 재밌었으면 하는 거죠. 단 아들 윌의 입장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실제로는 없다는 걸 알 때처럼 실망감이 있을 거예요. 윌은 사실만 전하는 기자인 데다 다른 사람이 아버지를 주책으로 볼까봐 아버지와 부딪히죠. 아버지의 진짜 의도를 이해 못 했는데 이후 자기도 이야기를 꾸며보면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아버지답게 사실에 기초해 과장해보고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만들어줘요. 이 작품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행복해지는 대사가 ‘칼이에요’인 것 같아요. ‘만났던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윌이에요’, ‘칼이에요’ 이 부분이 너무 좋아요. 사실이거든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라이트하우스, CJ ENM,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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