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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결산] 남아공을 뜨겁게 달군 10대 키워드

기사입력 2010.07.12 09:17 / 기사수정 2010.07.12 09:45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2010 남아공월드컵이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한 달여간 국내 축구팬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남아공월드컵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사상 최초 원정 16강 진출을 비롯해 그 어느 대회보다도 많은 논란과 이변을 일으키며 숫한 화제를 낳았다. 

부부젤라!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히트 상품. 멕시코와 남아공의 개막전부터 주목받았던 부부젤라의 수백만 마리 벌떼가 날아가는 듯한 소음은 중계방송을 보는 이들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고역이었다. 특히 부부젤라 소리에 선수들 간의 콜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도 발생하는 등 부부젤라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불만도 속출했다. 이에 대회 초반에는 경기장에 부부젤라 반입을 금지해야 된다는 의견과 아프리카 전통의 응원방식을 존중해야 된다는 반론이 충돌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 말미로 갈수록 부부젤라 소리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부부젤라는 남아공 월드컵의 상징적 존재로 각인됐다. 부부젤라는 얼마 전 재개된 K-리그에도 활성화되며 새로운 축구 응원문화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블라니 논란



아디다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지나치게 높은 탄성과 예측 불가능한 궤적으로 대회 내내 논란의 대상이었다. 특히 골키퍼들에겐 '재앙'에 가까웠는데, 잉글랜드 골키퍼 로버트 그린이 미국과의 조별예선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실점을 헌납했던 것은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 외에도 자블라니의 높은 탄성과 회전이 잘 감기지 않는 특성은 이번 대회 프리킥 골 가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오심 월드컵

남아공월드컵에서 가장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부분은 바로 오심이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8강전에서 프랭크 람파드의 명백한 골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비롯하여 들쭉날쭉한 오프사이드 판정, 이해할 수 없는 파울 판정으로 인한 노 골 선언, 핸드볼 파울과 헐리우드 액션을 잡아내지 못하는 등 승부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오심이 자주 벌어졌다.

그럼에도, FIFA는 이번 대회 판정의 정확도가 96%로서 어느 대회보다도 정확한 판정을 내린 대회라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대세 눈물, 그리고 북한의 참패

북한 국가대표 공격수 정대세는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국가가 연주되자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어린 시절 꿈이었던 월드컵 무대에 국가대표로서 섰던 것에 대한 감격과 재일교포로서 겪어왔던 한이 섞인 정대세의 뜨거운 눈물은 우리나라 팬들에겐 물론 전 세계 언론과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정대세의 눈물과 열정도 북한의 참패를 막지는 못했다. 이번 대회 최약체로 분류됐음에도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던 북한은 첫 경기 브라질전에서 1-2로 석패하며 선전했으나, 이후 44년 만의 복수를 외친 포르투갈전에서 0-7의 참패를 당하는 등 3전 전패 1득점 12실점으로 대회 최악의 팀이란 오명을 얻고 말았다.
 
라리가 빅3의 부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3인방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카카, 리오넬 메시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던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이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메시와 카카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8강 탈락을 막지 못했다. 호날두는 북한을 상대로 7-0으로 이길 당시 넣었던 골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 다운 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포르투갈 역시 16강에서 스페인을 만나 탈락했다.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

남아공월드컵은 징크스의 무덤이기도 했다. 전 대회 4강팀 중 최소 한 팀은 다음 대회 본선에 나서지 못한다는 징크스는 독일월드컵 4강팀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이 모두 본선무대를 밟으며 깨졌다. 개최국 남아공은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개최국은 무조건 2라운드 이상에 진출한다.'라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우승과 관련해서 많은 징크스도 깨졌다. 1962년 칠레월드컵 이후 남미와 유럽이 번갈아가며 우승했던 '전통'도 깨졌고, 유럽국가는 비(非)유럽대륙에서 열린 대회는 우승하지 못한다는 '우물 안 개구리' 징크스도 사라졌다. 스페인은 60년 만의 4강 진출은 물론이고 80년 월드컵 역사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컵 징크스'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조별예선 첫 경기를 패배한 팀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도 보기 좋게 이겨냈다.

그러나 토너먼트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은 팀은 다음 경기에서 패배한다는 징크스는 이번 대회에도 계속됐다. 독일은 아르헨티나를 8강에서 4-0으로 대파했지만, 정작 4강에서는 스페인에 1-0으로 무릎을 꿇었다.

유럽의 대반전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이 끝날 때만 해도 유럽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지금의 16강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악의 실패를 맛봤다. 13개의 출전 국가 중 고작 6개 국가만이 16강에 진출한 것. 특히 지난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와 준우승팀 프랑스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특히 프랑스는 니콜라스 아넬카가 대회 도중 스스로 귀국하고 감독과 선수가 서로를 탓하는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여 '아트 사커'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

반면 남미는 5개국 모두가 16강에 이름을 올렸고, 8강에도 절반에 해당하는 네 팀을 올리며 초강세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8강전에서 남미는 유럽에 무너지며 우루과이 단 한 팀만이 4강에 진출했고, 유럽은 16강에 오른 여섯 팀 중 세 팀이 4강에 오르는 대반전을 이룩했다. 나아가 사상 최초로 비(非)유럽 대륙 우승의 영광까지 가져갔다.

네덜란드, 독일의 '실리 축구'

이번 대회 유행한 '실리 축구'는 토탈사커의 전원공격-전원수비라는 대전제는 유지하면서 화려함보다 내실을 기하는 것을 그 특성으로 한다. '실리 축구'는 최전방에 원톱을 두고 미드필더를 두텁게 하여 수비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뒤 빠른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데, 네덜란드와 독일은 이러한 '실리축구'로 가장 재미를 본 팀이다. 그 외에도 월드컵 역사에서 늘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했던 브라질마저도 '실리축구'를 구사하면서 '실리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유난히 적은 골이 터진 원인이 되기도 했다.

문어와 펠레

독일 서부의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의 수족관에 사는 파울이라는 이름의 '점쟁이 문어'는 이번 월드컵 최고의 깜짝 스타였다. 국기가 그려진 상자에 든 홍합을 먹는 방식으로 진행된 파울의 예언은 독일의 본선 7경기는 물론 스페인-네덜란드의 결승전까지 총 8경기의 승패를 완벽하게 맞추는 놀라운 신통력을 발휘했다.

파울의 몸값도 수직 상승했다. 스페인의 한 어업 관련 사업가는 파울을 미식 이벤트의 마스코트로 활용하고 싶다며 3만 유로(약 4,600만 원)를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축구황제' 펠레는 지목하는 팀마다 번번이 패한다는 '펠레의 저주'로 또 한 번 유명세를 탔다. 펠레는 애초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을 우승후보로 지목했지만 모두 도중 탈락했다. 그의 예상은 파울의 예언과 비교되며 '문어만도 못한 예측력'이란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니에스타의 '결승전 결승골'

어느 대회든 결승전의 결승골은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연장 후반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이번 대회 마지막 골은 스페인에겐 80년 월드컵 역사상 첫 우승의 기쁨을, 네덜란드에겐 세 번째 월드컵 준우승의 아픔을 동시에 안겨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장면이었다.

[사진=이청용 (C) Gettyimages/멀티비츠, 자블라니 (C) 아디다스 제공]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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