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7:29
스포츠

'4년 전 난투극' 독일-아르헨티나 8강서 리턴매치

기사입력 2010.07.03 14:01 / 기사수정 2010.07.03 14:01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 바로 2010 남아공월드컵 8강에서 만나는 독일과 아르헨티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3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케이프타운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에서 남아공월드컵 8강전을 치른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승 2무 1패의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역대 전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8승 5무 5패로 앞서 있다.

FIFA 랭킹도 독일(6위), 아르헨티나(7위)로 호각세다.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강팀답게 두 팀은 월드컵의 중요한 길목에서 자주 만났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결승에서 만나기도 했다. 86년에는 현재 아르헨티나 감독으로 있는 마라도나의 맹활약 덕에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90년에는 독일(당시 서독)이 승리를 거뒀다.
 
특히, 4년 전 독일월드컵 8강에서는 승부차기가 끝난 뒤 난투극을 벌이며 라이벌 의식이 극에 달했다. 당시 경기 내내 개최국 독일에 유리한 판정이 주어졌다고 생각했던 아르헨티나 선수 중 한 명이 승부차기가 끝난 뒤 독일 선수의 정강이를 걷어찬 것이 발단이 돼 양 팀 선수가 주먹을 주고받는 싸움을 벌인 것. 이 사건으로 인해 독일은 미드필더 토르스텐 프링스가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았고, 핵심 선수를 잃은 독일은 4강전에서 이탈리아에 패배하고 말았다. 

이러한 악연 때문인지 두 팀은 8강전을 앞두고도 유난히 많은 독설을 주고받았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바이에른 뮌헨)는 아르헨티나에 대해 "늘 상대 선수를 도발하고 심판에게 불필요한 불만을 드러낸다. 심판 판정에 영향을 주기 위한 수법이다. 성격 자체가 그렇다. 경기에 대한 존중이 없다. 그들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라며 아르헨티나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무슨 일이야, 슈바인스타이거. 긴장했니?"라며 응수했다. 그는 "슈바인스타이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다. 오직 4년 전의 복수를 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 우리를 나쁜 패배자라고 말해도 상관없다"라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나아가 3골을 기록 중인 독일의 신성 스트라이커 토마스 뮐러에 대해서는 "볼보이인 줄 알았다. 너무 야위어서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다."라며 비꼬았다.

선수들도 한 몫 거들었다.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는 독일을 자신들이 16강에서 3-1로 이긴 멕시코보다 못한 팀이라고 깎아내렸고, 메시는 "내가 골을 못 넣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독일을 상대로만큼은 꼭 골을 넣고 싶다"라며 독일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냈다.

독일도 가만 있지 않았다. 마라도나에게 비아냥을 받은 뮐러는 "8강전이 끝나면 나를 또렷하게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발끈했다. 나아가 "마라도나는 선수로선 대단했지만 감독으로선 검증되지 않았다."며 일침을 가했다. 대표팀의 주장 필립 람(바이에른 뮌헨) 역시 "남미인들은 신경질적이고 충동적이어서, 패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른다. 4년 전 같은 난투극이 안 나오길 바랄 뿐이다"라며 은근히 아르헨티나의 속을 긁어놨다.

치열한 장외 언쟁만큼이나 두 팀 간의 8강전 역시 불꽃 튀기는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팀의 공격력은 이번 월드컵에서 불을 뿜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앞선 4경기서 4전 전승에 10골을 몰아쳤고, 독일도 호주를 4-0으로 대파하는 등 4경기서 9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테베즈-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삼각 편대를 앞세워 전의를 불태우고 있고, 독일 역시 3골을 넣은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월드컵에 유독 강한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와 루카스 포돌스키(FC쾰른), 슈바인스타이거가 버티고 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화려한 공격수들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바로 중원의 대결.  독일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신예 플레이메이커 외칠과 중원 수비의 달인인 '마지우개' 마스체라노가 맞대결을 벌인다. 외칠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이번 대회 독일 전력의 핵심이란 점에서 독일-아르헨티나전은 공격수들보다 오히려 외칠과 마스체라노의 대결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4년 전처럼 승부차기로 갈 수도 있다. 양 팀 골키퍼인 세르히오 로메로(아르헨티나)와 마이클 노이어(독일) 모두 이번 대회가 첫 월드컵이지만 나란히 4경기 2실점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어 막상막하의 대결이 예상된다. 지난 대회 승부차기에선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4-2로 이겼다. 

[사진=리오넬 메시(좌), 마로슬로프 클로제(우) (C)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