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12.06 03:28 / 기사수정 2006.12.06 03:28
´함께 있을 때는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 시야가 넓고 받아먹기 편하게 공을 전달해주는 이상민같은 포인트가드의 어시스트는 동료들의 득점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효과까지 발휘한다.
ⓒ 전주kcc
[엑스포츠뉴스 = 김종수 기자] 농구를 보다보면 '콤비'나 '트리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다.
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렇겠지만 한정된 인원이 정해진 틀과 시간 속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농구에서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 동료들의 존재는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물론 같이 뛴다는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플레이와 패턴 등이 맞춰져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유달리 손발이 잘 맞고, 뜻이 잘 통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가운데 성적까지 잘나오면 으레 따라붙는 단어가 ´콤비´ ´트리오´라는 말들이다.
보통 2명일 때는 ´콤비´ 그보다 한 명이 더 많을 경우에는 ´트리오´라는 식으로 지칭되는데,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팀이나 강호로 불려지는 팀들을 보면 꼭 이런 ´콤비´나 ´트리오´로 불리는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이다.
어떤 리그, 어떤 선수라고 하더라도 걸출한 한사람의 개인만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NBA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괴물센터´ 윌트 체임벌린 역시 개인의 실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성만큼 챔피언 타이틀은 많이 차지하지 못했다.
반면 그만큼의 유명세는 타지 못했지만 동시대의 빌 러셀은 무려 11차례나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빌 러셀에게는 밥 쿠지, 존 하블리섹 등 당대의 명선수들이 함께 뛰며 이른바 ´트리오´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라이벌시대´를 형성하며 우승을 다퉜던 매직존슨과 래리버드 역시 카림 압둘자바, 제임스 워시나 로버트 패리쉬, 케빈 맥헤일 같은 훌륭한 동료들이 함께 했기에 영광이 가능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역시 홀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고군분투하다가 스카티 피펜, 호레이스 그랜트와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시카고의 전설을 써내려 갈 수 있었다.
반면 리치 미치몬드나 앨런 아이버슨 같은 경우는 그 개인의 능력은 엄청나지만 원맨쇼를 펼치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 총알 같은 스피드와 빠른 슛타임의 외곽슛을 갖춘 조성원같은 슈터는 팀 동료들에게 편안함과 함께 다양한 공격옵션의 혜택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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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른바 ´슈퍼트리오´외에 ´콤비´라고 불리는 이들도 멋진 성적을 거두기는 했었다.
데이비드 로빈슨, 팀 던컨의 ´트윈타워´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의 ´원투펀치´는 구태여 ´트리오´를 이루지 않고도 리그를 제패하는 위업을 달성했었다.
물론 여기에는 ´트리오´까지는 아니지만 뒤에서 받쳐주는 다른 훌륭한 동료들의 위력도 결코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당대를 풍미했던 ´단짝´ 존 스탁턴과 칼 말론 역시 NBA 역사상 가장 안타까운 ´콤비´중 하나이다.
각자 농구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와 파워포워드로 꼽히는 선수들이고 더불어 오랜 기간 동안 소속팀인 유타를 리그의 강호로 이끌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에게는 우승반지가 없다.
제프 호너섹 같은 좋은 동료들이 분명히 있기는 했지만 이 둘과 함께 ´트리오´라는 단어로 움직이기에는 무언가 조금씩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정규리그에서는 항상 강했지만 큰 경기에서 어이없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보여주었다.
가정이겠지만 외곽에서 존 스탁턴의 좋은 패스를 받아서 득점으로 이끌어줄 ´명슈터´가 있었으면 좀더 강한 진용이 완성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예를 들면 레지 밀러 같은…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잠깐 동안의 시애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게리 페이튼, 숀 캠프 ´콤비´에 알론조 모닝을 포함시킬 수도, 과거 올랜도의 ´슈퍼콤비´ 페니 하더웨이, 샤킬 오닐에 미치 리치몬드를 섞어볼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역시 ´콤비´보다는 ´트리오´로 불리는 경우가 훨씬 성적이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프로농구로 넘어와보면 개인적으로 참 아까운 ´콤비´가 문경은, 맥도웰 콤비였다.
적어도 외곽슛 하나는 국내최고 수준인 문경은에 골 밑에서의 무지막지한 파워가 돋보였던 파워포워드 맥도웰, 이 둘은 같이 있는 동안 내내 팀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선보였었다.
이들 역시 존 스탁턴, 칼 말론 ´콤비´처럼 정규리그에서는 맹위를 떨쳤지만 큰 경기에서는 조금씩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고배를 삼키고는 했었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혔던 센스 있는 포인트가드 한명만 있었으면 이들은 더욱 강한 플레이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콤비에서 한단계 보강된 의미로 표현되는 트리오라는 말을 살펴보자.
트리오는 일반적으로 서양음악에서 합주·합창 등의 개념을 뜻하는데 본래는 3명이 함께 연주하거나 노래부르는 음악을 뜻하였고 3중주나 3중창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농구판의 경우를 여기에 비춰본다면 ´트리오´는 단순히 잘하는 선수 3명이 모인 그런 조합이 아닌,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최고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말하자면 숫자는 3명이되 합치면 4명, 5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그런 개념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서로의 마음까지도 척척 맞아야하는 까다로운 조건까지 수반된다 하겠다.
한때 ´휴스턴의 슈퍼 트리오´라고 불리우던 하킴 올라주원, 찰스 바클리, 클라이드 드렉슬레의 조합은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최고의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위력한번 선보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눈으로 보이는 것 외에 보이지 않는 마인드 적인 측면 역시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 ´트리오´ 모두가 공격적일 수는 없다. 추승균 같은 스타일은 자신도 공격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수비에 치중하는 플레이로 팀의 부족한 2%를 채워주는 ´소금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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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내최고의 ´트리오´는 어떤 팀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다시피 역대 최고의 ´트리오´는 농구대잔치 시절의 허재, 강동희, 김유택의 황금조합일 것이다.
중앙대학교 선후배관계로 맺어진 이들은 동문인만큼 마인드 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잘 맞았고 개인기 중심의 공격수 허재, 골 밑의 지배자 김유택, 게임조율의 마법사 강동희가 서로의 영역을 보완하는 효과까지 발휘하며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었다.
프로농구초창기의 허재, 강동희, 김영만라인도 훌륭했지만 이때는 허재와 강동희가 전성기가 아니었고 더불어 용병제도로 인해 플레이스타일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당시 만큼은 아니라는 평가이다.
프로농구만을 놓고 봤을 때는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 라인이 최고의 ´트리오´로 많은 지지를 받았었다.
도저히 통과가 안될 것 같은 공간사이도 문제없이 뚫어버릴 정도의 컴퓨터 패스를 자랑했던 이상민, 어떠한 위치나 상황에서도 기가 막히게 3점 슛을 적중시켰던 조성원, 충분한 공격력이 있으면서도 주로 수비를 담당하며 미들 라인에서의 슈팅을 구사하던 추승균 조합은 분명히 눈으로 보이는 3명 이상의 효과를 냈고, 그 결과 수 차례의 우승까지 일궈낼 수 있었다.
더불어 속공패스를 즐겨하던 이상민과 그 패스를 받아서 공격을 성공할 수 있었던 조성원, 추승균의 빠른 발 역시 그들의 최고무기인 ´속공농구´의 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는 조성원의 은퇴, 노장이 되어버린 이상민의 예전같지 않은 플레이 등으로 추억의 ´트리오´가 되고 말았다.
개인의 기량을 떠나 합쳐질 때 훨씬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이른바 ´트리오´라는 존재, 향후 또 어떤 팀, 어떤 선수들이 이 같은 멋진 하모니를 이어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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