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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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희 "90살 꼬부랑 할머니 돼도 배우 하고파, 공로상 최종 목표" [엑's 인터뷰③]

기사입력 2019.12.06 15:30 / 기사수정 2019.12.06 16:1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연극이지만 오페라를 듣는 재미가 있다. 척척 맞는 배우들의 호흡, 재기발랄한 스토리가 눈에 띈다. ‘테너를 빌려줘’ 이야기다.

연극 '테너를 빌려줘'는 오페라 공연을 앞두고 대책 없이 만취한 이탈리아 테너 가수 티토가 기절하고 테너 지망생인 맥스가 그로 분장해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극을 그린다. 뮤지컬 분야의 거장으로 불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1986년 영국 초연 당시 프로듀싱한 음악을 활용한 코믹극이다.

노현희는 유명 테너 가수인 남편의 여성 편력에 질투의 화신이 된 마리아 역할을 맡아 생동감 넘치는 코믹 열연을 선보인다. 그는 “일석삼조의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연말에 오페라나 클래식을 보려면 엄청 비싸잖아요. 우리 작품은 일석삼조에요. 여러 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죠. 요즘 경제가 어렵고 힘들고 지친다는 얘기를 제일 많이 하는데 그럴 때 보면 좋아요. 고민하고 고뇌하면서 보는 작품이 아니고 상황이 맞물려 소동이 일어나는 재밌는 작품이에요.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마음껏 웃고 힐링할 수 있죠. 노현희의 공연을 보러 와야 하는 이유요? 모든 캐스트가 다 훌륭하지만 TV에 안 나오니까 극장에 오셔서 직접 보러 와주세요.”

노현희는 ‘테너를 빌려줘’ 외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극단 ‘배우’를 직접 창단해 6년간 작품을 계속해왔다. 올해만 9개의 작품을 할 정도로 무대, 그리고 연기에 열정이 깊다. 가족 뮤지컬을 만들어 지방 공연도 다닌다.

“교수로 있을 때 동아리 하면서 학생과 합숙하며 작품을 만들었거든요. 연기에 열정을 가진 젊은 피들이 모여 같이 밤을 새우고 작업해요. 극단을 운영하는 꿈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열악해서 아직도 쉽지 않은 여정이죠. 그래도 ‘마음에 쏙 드는 엄마를 원하세요’ 같은 아동극, 가족 뮤지컬을 하는 데 반응이 좋아서 항상 매진이에요. 극단을 6년간 하면서 전국을 돌고 엄청 고생하는데 관객이 호응해주니 좋아요. 저 역시 엄마 역할로 출연도 하고 '심쿵송'도 만들어서 아이들과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요."

극단의 대표이지만 후배 배우들과 연기할 때는 똑같이 깨진다며 웃어 보였다.

"무대에서는 동등하고 선후배가 없어요. 거쳐 간 배우들은 50명 정도예요. 제가 월급을 주고 데리고 있을 수는 없어요. 연습실도 없고 사무실 없어 떠돌이예요. 지하 주차장을 빌려서 하기도 했죠. 하지만 다들 연기를 너무 좋아해 공사장, 택배, 물류 센터, 지하철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를 이어가요.”

열악한 상황에서도 극단을 운영하고, 빠듯한 일정 속에 연극에 오르는 이유는 다름 아닌 무대에 대한 열정과 애정 때문일 터다. 무대는 그가 유일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비중에 연연해하지 않는단다. ‘테너를 빌려줘’에서도 마리아의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존재감을 발산한다. 찰진 욕을 하거나 침대 위에서 질투로 비롯된 분을 못 이겨 요들송을 부르며 웃음을 준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대에서 연기하고 공연을 만드는 것밖에 없어요. 방송에서 멀어졌잖아요. 유일하게 뛰어놀 수 있는 텃밭이 무대예요. 연기를 밝힌다는 표현을 하더라고요. 무대에 있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만 골라서 했는데 역할이나 비중은 따지지 않아요.

50살이 되기 전에 마음껏 창피하고 싶어요. 50살 넘어서는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여러 옷을 입고 싶어요. 마리아 역할도 이번에 처음 도전했어요. 어찌 보면 뻘쭘하고 무안하고 돌 날아오는 거 아닐까 별생각을 다하고요. 엄마, 80살 노인 역할도 했거든요. 퇴물 여배우, 딸 잃은 엄마 역할도 했고요. 그동안 어리고 발랄하고 춤추고 까불까불하고 노래하고 예쁜 척하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더 많이 망가지거나 삶의 고뇌를 짊어지고 고민하는 역할을 찾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예쁠 나이가 아니잖아요.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단 옆에서 받쳐주면서 빛나는 조연이 되고 싶어요.”

무대는 물론 유튜브 개인방송 ‘노현희 TV’를 운영하고 ‘돌싱송’, ‘심장 쿵쿵 송심쿵송’ 등 발매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일’ 중이다. 하지만 어떤 수식어보다도 배우로 불리길 원한다.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로 기억되는 게 목표란다.

“어디 가서 소개할 때 배우 노현희라고 소개해달라고 해요. 트로트 가수도 하고 탤런트 이미지도 있고 교수일 때도 있고 다른 수식어들이 많아요. 방송, 예능에서 까불까불 놀아 개그맨이라고 아는 분도 있고요. 다른 수식어보다 배우로 소개해달라는 건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면서 평생 꿈이 배우였고 아직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마지막 꿈은 90살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 공로상을 받아보는 거예요. 백상예술대상에 노미네이트된 적 있는데 성이 노 씨여서 그런지 노미네이트만 돼요. (웃음) 다른 상은 욕심 없고 공로상이 최종 목표예요. 평생 연기에 몸 바쳐 왔어요. 그게 제 인생의 목표가 됐어요. 평생 배우이고 지금도 배워나가고 있죠. 타인의 인생을 사니까 다시 공부해야 해요. 빙의가 된다고 하잖아요. 그 역할에 영혼을 입혀야 해요. 한 역할에 빠지면 벗는 게 오래 걸려요. 평생 배우를 해야하나 봐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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