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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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은 K리그를 망칠셈인가

기사입력 2006.11.14 06:01 / 기사수정 2006.11.14 06:01

강창우 기자

 

[주장] 주말을 맞아 K리그를 찾은 4만에 가까운 관중.  이들을 모두 버릴셈인가?

[엑스포츠뉴스=강창우 기자]

연일 새로운 관중기록을 세우며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는 K리그에 대한축구협회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주말 K리그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대한축구협회는 성남과 수원 구단에 각각 이란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를 차출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에 두 팀은 19일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핵심멤버인 김용대, 김두현, 장학영 그리고 조원희를 울며 겨자먹기로 보내게 되었다. (장학영은 허벅지 부상으로 엔트리 제외)

▶베어벡 감독, K리그 일정에 중점을 두겠다.'라고 하지 않았었나?

불과 며칠 전 11월의 살인적인 대표팀 일정과 K리그 일정의 중복을 두고 베어벡 감독은 자국리그인 K리그를 배려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를 믿은 각 구단의 감독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대비하여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19일 챔피언 결정전에 나설 선수들에 대해서는 "협조의 대상이 아니다. 이란 원정은 소집된 모든 선수들이 치러야 하며, 선수들은 이란에 갔다 한국에 돌아온 뒤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에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강한 분노를 표출하며 "프로는 대표팀의 들러리인가. 이란전은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경기 아닌가. 프로팀의 한해 농사를 망칠 셈인가. 징계를 할 테면 해봐라. 절대 못 보낸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었다.

이에 수원의 차범근 감독 역시 "이런 식으로 간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 그동안 프로팀이 얼마나 희생을 했나. 말은 프로축구 살리자고 하면서, 실제로 하는 걸 보면 대표팀만 살고 프로팀은 죽어도 된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축구협회의 짜맞추기식 소집.

양 팀 감독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축구협회는 연맹과의 팽팽한 협의 끝에 "파주까지만 와라. 이란전은 빼주겠다."라는 어이없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뛰지도 않을 선수를 명분만으로 데려가겠다는 협회의 결론에 성남과 수원은 할 말을 잃은 듯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베어벡 감독의 정확한 발언이 아닌 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베어벡 감독과 상의해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해 주겠다는 제안이 들려왔고, 각 구단은 다음날 선수를 돌려준다는 약속을 한번 더 믿어보기로 하고 선수들을 12일 저녁 파주로 보냈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란행 비행기에?

이미 "K리그를 최대한 배려했다."라는 주장을 내보인 베어벡 감독에게 협회 고위 관계자들의 이 같은 흥정은 어처구니없이 들렸을 수밖에 없다.  결국, 베어벡은 양 구단의 선수를 이란행 비행기에 태우게 되었고, 협회의 약속을 굳게 믿은 구단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아시안 컵 본선진출이 확정지어 승패에 상관없는 경기를 위해 K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국내 프로축구 최대의 행사를 포기해야 하는 구단의 억울함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가. 이란 원정 길에 오른 선수들은 15일 이란과의 경기를 치른 뒤 16일 귀국해 5시간 30분의 시차를 극복한 후 19일 챔피언 결정전에 임해야 한다.

물론 챔피언 결정전에 선수들을 내어준다는 결정을 고심 끝에 내린 베어벡 감독에게 출국 당일 4명의 선수를 빼달라는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베어벡 감독의 심정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원재 대표팀 미디어 담당관이 얘기처럼  "해외파 선수들은 주중 경기를 소화하고 먼 잉글랜드로 다시 돌아가 주말에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세계 축구 강국들 중 자국 프로리그를 우선시하는 배경 속에 강한 대표팀은 없었다.  플레이오프 4만에 가까운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 등, 이어지는 챔피언결정전에 많은 관심이 몰리는 가운데, 이런 K리그 최대의 행사를 반쪽 짜리로 만드는 베어벡 감독의 결정이 아쉬울 뿐이다.



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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