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26 01:37 / 기사수정 2010.06.26 01:37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44년 만에 치른 '천리마 군단'의 월드컵 복귀 무대는 처절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북한 축구 대표팀은 25일(한국 시간) 오후 11시 넬스프뢰이트 음봄벨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코트디부아르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G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북한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3전 전패를 당했다. 예상은 했지만 처참한 결과였다. 1득점 12실점이란 기록 역시 북한과 세계 축구의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물론, 북한은 조 예선 편성이 지나치게 불운했다. 같은 조의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는 그 어느 조에 속하더라도 조 1위를 노릴 수 있는 강팀들이다. 선수 구성도 유럽 명문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주전을 구성할 수 있을 만큼 화려하다. 이런 강팀들에 비해 정대세, 홍영조, 안영학을 제외하면 전원 국내파인 북한 선수들은 개인 기량면에서 절대적 열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북한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대한민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아시아 전통의 강호들을 상대로 8경기 3승 3무 2패, 7득점 5실점으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저력 있는 팀이다. 본선에서도 FIFA 랭킹 1위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고, 후반 막판에는 골까지 넣으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 많은 전문가에게 절대 만만치 않은 팀이란 평가도 받았다. 그럼에도, 마지막 2경기에서 이렇게 맥없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북한을 강하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조직력을 갖춘 수비였다. 아시아 지역 예선과 특히 조별예선 첫 경기 브라질전을 보면 북한이 얼마나 견고한 수비를 구축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북한은 강인을 체력을 바탕으로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이 촘촘한 블록을 형성하는 '그물망 수비'로 상대를 옭아 맨다. 브라질 역시 예상치 못했던 북한의 강력한 수비에 전반 내내 고전했고, 브라질의 스타 플레이어 카카와 둥가 감독조차 '북한의 수비는 완벽했다.'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그러나 포르투갈전에서 북한의 탄탄했던 수비는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 사실 북한이 포르투갈보다 약체이긴 하지만, 0-7의 참패를 당할 정도로 북한의 수비는 빈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초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개인능력에 의존한 포르투갈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그러나 사상 최초로 자국 내에 경기가 생중계되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44년 전 8강에서 당했던 3-5 대역전 패의 복수를 하고 싶어서였을까. 전반 첫 실점 후 만회골을 위해 다소 공격적인 노선을 택했던 북한은 오히려 후반 초반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하고 만다. 이후 북한은 급격하게 무너지며 경기운영능력의 미흡함을 드러냈다. 결국, 북한은 무너진 수비에 수문장 리명국의 기량 부족까지 겹치며 0-7의 대패를 당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북한의 '그물망 수비'는 살아나지 못했다.
전반 초반부터 북한 선수들은 개인 기량에서 앞서는 상대를 당해내지 못했다. 특히, 아프리카 선수들 특유의 탄력 넘치고 예상치 못한 리듬의 엇박자 축구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기존의 촘촘한 수비망은 일찌감치 붕괴됐고 코트디부아르 공격수들은 자유롭게 공격을 펼쳤다.
이미 조별예선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던 북한이었지만, 야야 투레에게 선취골을 내준 순간 승부는 이미 정해져 버렸다. 수비는 본래의 탄탄함을 찾아가지 못했고, 마음이 급한 코트디부아르 선수들의 실수에 부족함이 가려질 뿐이었다. 슈팅 수 8 대 28 , 점유율 40 대 60, 코너킥 0 대 7에서 알 수 있듯이 포르투갈전 못지않은 완패였다.
북한은 그들의 유일한 무기나 다름없던 '그물망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역습의 축구를 통해 44년 만에 월드컵 출전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었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 본선에서 '천리마 군단'은 그것만으론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넘기는 역부족이란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사진=북한 축구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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