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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2002년 설기현의 향기가 난다

기사입력 2010.06.23 17:19 / 기사수정 2010.06.23 17:22

이강선 기자

[엑스포츠뉴스=이강선 기자] '이제는 염기훈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

그는 현재 축구 팬들의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공격수'다. 공격에서 둔탁한 움직임으로 공격의 템포를 끊어 먹고,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아~ 오른발로 툭 찼더라면…'라는 탄성을 절로 만든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기 때문.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염기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활약한 설기현의 모습이 떠오른다. 설기현도 2002년 당시 염기훈과 '비슷한 이유'로 월드컵 개막 전부터 국민의 원성을 샀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기현은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에 터진 결정적인 동점골로 모든 비난을 잠재웠다.

왼발잡이에, 최전방-측면 윙어도 함께 겸할 수도 있다는 점. 여러모로 염기훈과 설기현은 비슷해 보인다. 혹시 '2010년 염기훈'의 움직임에서 '2002년 설기현'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을까?



가장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염기훈

그리스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는 누구였을까? 모두가 박지성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답은 염기훈이었다. 염기훈은 그리스전에서 11.419km를 뛰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이 뛴 선수로 집계되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그는 10.696km을 뛰면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뛰었다.

설기현의 장기도 지칠 줄 모르는 움직임과 투지로 경기장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많이 뛴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수비와 공격을 넘나들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염기훈의 장기이지만, 아직까지는 빛을 못보고 있다. 때문에 이제 활동량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골로써 축구팬들 더 나아가 염기훈의 왼발을 지켜보는 국민에게 골로서 보답을 해야 하는 것이 염기훈의 지상 과제다.

코너킥과 프리킥, 결정적인 한방을 기대하자

팀에서 염기훈의 왼발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팀이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시 염기훈은 자신이 직접 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3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염기훈은 전반에 위협적인 프리킥을 한차례 선보였고, 후반 김남일과 교체 직전에는 왼발 크로스로 박주영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주었다.

허정무 감독은 이런 염기훈의 장점이 팀에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어서 그를 경기에 출전시키고 있다.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자신에 기회를 준 감독에게도 16강전에서 선물을 가져다주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염기훈 '2002년의 설기현'이 될 수 있을까?

'템포를 끊어 먹는 거북이' 축구팬들이 설기현을 향해 부르던 말이다.

설기현은 2002년 월드컵 조별예선 3경기 내내 국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 선수다. 주로 측면에서 활약하면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골은 터지지 않고 오히려 계속 만들어지는 찬스를 무산 시키는 바람에 설기현을 빼고 다른 선수를 넣으라며 국민의 원성을 샀다.

이 때문에 16강전(vs이탈리아)에 출전하는 설기현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설기현은 16강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천금 같은 ‘왼발’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모든 비난을 사라지게 했다.

여러모로 염기훈은 설기현과 비슷하다. 현재 염기훈이 대표팀에서 비난을 받는 이유가 공격의 템포를 끊어 먹는다는 점에서도 비슷하고, 설기현과 같은 왼발을 쓴다는 점에서도 설기현과 많이 닮았다.

염기훈이 16강전에서 허정무 감독의 출격 명령을 받는다면 그는 2002년의 설기현과 마찬가지로 큰 부담을 가지고 경기장에 나설 것이다. 16강전에 출전하면, 경기에 나서는 만큼 염기훈이 모든 비난을 날려버리는 멋진 한방으로 그간의 설움을 날려버리기를 축구팬들은 바라고 있다.

[사진=염기훈 (C) Gettyimages/멀티비츠]



이강선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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