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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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증에 빠진 프랑스, 2002년 악몽 재현하나

기사입력 2010.06.12 06:15 / 기사수정 2010.06.17 18:24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이제 더이상 '아트 사커'란 별명은 프랑스에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지난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가 12일(한국 시간) 새벽 3시 30분에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월드컵 유럽리그 지역예선 아일랜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티에리 앙리(32, 바르셀로나)의 '신의 손' 논란 등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본선에 합류한 프랑스였기에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우루과이전에서는 강팀의 면모를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프랑스의 '자격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선수 개개인의 면모를 보면 화려함 그 자체인 프랑스 대표팀이었지만, 하나의 팀으로서는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아트 사커'란 탁월한 개인 능력의 단순 집합체에 붙은 수식어가 아니었다. 그들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승리를 향한 열망과 함께 호흡하며 뿜어져 나오는 환상적인 조직력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프랑스에게선 과거 '아트 사커'가 자랑하던 전술적 움직임도 열정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프랑크 리베리(27, 바이에른 뮌헨)가 양 측면을 오가며 홀로 고군분투할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팀으로서의 짜임새가 예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프랑스는 유로 2008 죽음의 조에서 네덜란드, 이탈리아는 물론 루마니아에도 밀리며 8강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프랑스는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 지휘 아래 유럽 지역예선을 통해 '제2의 지단'이란 평가를 받던 '신성' 요앙 구르퀴프(23, 보르도) 중심의 전술을 구축해왔다. 본선을 앞두고는 경기력이 떨어져 있던 스트라이커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를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두며 절치부심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 들어온 현재까지도 플레이메이커인 구르퀴프와 에이스 리베리 간의 어떤 유기적인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리베리를 향한 공격전개는 대부분 후방의 에브라를 통해서 이뤄줬을 뿐이고, 구르퀴프 역시 중원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것 외엔 프랑스 공격의 활로를 뚫는데 공헌하지 못했다.

비단 리베리와 구르퀴프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들이 공을 잡았을 때 상대 수비의 견제가 집중된다면 주변에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 활로를 개척해야 하는데, 프랑스 대부분의 선수는 그저 상황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전방의 아넬카나 고부에게 공이 주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되자 공을 가진 프랑스 선수들은 고립된 채로 개인전술에 의존한 비효율적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었고, 자기 진영 깊숙이 자리 잡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펼친 우루과이의 수비를 뚫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전반 초반 리베리가 날카로운 측면 돌파 후 중앙으로 찔러준 패스를 문전에서 고부가 아쉽게 놓친 장면 이후에 프랑스는 몇몇 중거리 슈팅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문전에서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 프랑스는 이후 플로랑 말루다(29, 첼시)와 앙리 등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더 이상 과거의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루과이의 니콜라스 로데이로(21, 아약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뒤에도 프랑스는 수적 우위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일방적인 공격 점유율을 가져간듯 했으나 실제로는 우루과이의 밀집 수비에 막혀 무의미한 공격만 반복할 뿐이었다.
 
결국, 프랑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조별리그에서 만나 0-0 무승부를 거두며 나란히 16강 진출 실패의 고배를 마셨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다시 한번 0-0 무승부를 기록하게 됐다. 프랑스로서는 승점 1점을 챙기기는 했으나 이날 보여준 경기력만을 놓고 본다면 오히려 만만치 않은 전력과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홈팀 남아공과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덜미를 잡힐 확률도 없지 않다.

네 팀이 나란히 첫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기며 안갯속 혼전에 빠진 A조에서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프랑스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친 프랑스 대표팀 (C) FIFA홈페이지 캡처]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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