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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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도끼살인마, 악마의 날을 다시 갈아라

기사입력 2006.09.18 04:00 / 기사수정 2006.09.18 04:00

김종수 기자


[3부작] 

무차별급 그랑프리 그 이후… 패자부활전을 기대하며(1)

많은 관심 속에서 펼쳐졌던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결승전은 당초의 예상대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팔적인 인기몰이를 기록했다. 구태여 한국의 천하장사 이태현 선수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크로캅, 실바, 바넷, 노게이라, 아로나, 세르게이, 알렉산더 등 효도르를 제외한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등장해 엄청난 빅매치와 그에 걸맞는 경기내용까지 펼쳐 많은 국내의 격투기 팬들은 아직도 그때의 흥분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랑프리 결승이 끝난 후 가장 관심을 받는 선수는 단연 미르코 크로캅과 조쉬 바넷이다.

'무관의 제왕'이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프라이드 인기 넘버원이었던 미르코 크로캅은 우승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어 역시 크로캅이라는 찬사를 받고있고 조쉬 바넷 또한 비록 준우승에 그치기는 했지만 노게이라를 접전 끝에 물리치는 놀라운 경기력에 팬들에 대한 깍듯한 예의, 거기에 상대선수에 대한 배려까지 보여주며 '바넷=진짜사나이'라는 공식까지 얻어가고 있다.
반면 이번 대회 이후 주가가 하락한 선수들도 있다.

이번 경기의 결과만을 따진다면 단 일패에 불과할 수도 있겠으나 필자가 주목한 세명의 선수들은 무차별급 그랑프리 대회 이전부터 불안한 경기내용을 보여주었던 이들이다. 그런 상태에서 시합을 가져 패배를 당한지라 이들에게는 일패 이상의 데미지가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회 이후 빛의 한쪽에 있는 그림자가 되어버린 반달레이 실바, 세르게이 하리토노프, 알리스타 오브레임 이상 3명의 선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패배를 기록했지만 승리할 때는 누구보다도 멋지고 통쾌하게 경기를 끝냈던 이들 열혈파이터들의 패자부활전(敗者復活戰)을 기대하며…

'도끼살인마' 반달레이 실바(Wanderlei Silva)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등장음악 속에서 험악한 인상을 잔뜩 구기며 등장해 손목을 풀며 상대를 노려본다. 살기등등한 눈빛에 웬만한 상대는 경기 전부터 주눅이 들기 일수고 일단 시합이 시작되면 동급최강의 좋은 체격 조건과 내구성 그리고 엄청난 파워를 바탕으로 한 양 훅을 마구 휘둘러댄다. 헤비급에서 뛰어도 충분할 육체를 가진 그이기에 미들급의 웬만한 선수들, 특히 주로 그와 싸우는 동양선수들은 맞대결이 시작되었다싶은 순간 펀치를 허용하고 바닥에 쓰러지기 일수다. 순간 시작되는 체육관 동료들의 괴상하고 요란한 기합소리가 계속해서 시작되고, 마치 거기에 리듬이라도 맞추려는 듯 그는 넘어진 상대의 얼굴이며 몸을 인정사정 없이 밟아버린다. 보통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할 정도지만 그의 얼굴에는 슬며시 미소까지 배어있는 듯 하다. 견디지 못한 상대는 실신상태로 들어가고 급하게 심판이 말리지만 이미 피투성이로 바닥을 뒹굴 뿐이다. 그런 가운데 그는 넘어진 상대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고 체육관동료들과 껴안고 웃으며 승리를 만끽한다.'

잔혹함과 영리함의 대명사로 고릴라의 탈을 쓴 여우로도 불리고있는 '도끼살인마' 반달레이  실바, 한때 헤비급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함께 미들급의 절대강자로 불렸던 그가 커다란 암초에 걸려 큰 위기를 맞이했다.

'타격가 대 타격가'의 승부로 불리던 미르코 크로캅과의 대결에서 변변한 공격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시종일관 밀리다가 상대의 특기인 하이킥에 머리를 맞고 실신 당해 버린 것으로 1패도 1패지만 그동안 보여준 강력한 악마적 이미지에 손실이 간 것이 더욱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마크 헌트나 아로나 등에게 패할 때는 적어도 경기시간을 모두 소모한 판정패였으나 이번의 패배는 일방적으로 얻어맞다 1라운드 초반에 넉 아웃 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10월 16일 UFC Ultimate Brazil 무대에서 비토 벨포트(Vitor Belfort)에게 일명 '불꽃펀치'세례를 맞고 1라운드 44초만에 초살당한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당하는 TKO패이다. 더욱이 프라이드 무대로 옮겨와서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며 당시에는 경기가 끝난 후 바로 일어나기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여 강력함으로 똘똘 뭉쳤던 이미지에 흠집을 남기고 말았다.

다들 알다시피 UFC무대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실바지만 프라이드에 와서는 최강자중 한명으로 군림했었던 그이다.
'사모아 괴인' 마크 헌터(Mark Hunt)에게 프라이드 첫 패배를 당하기 전까지 당시 일본인들의 우상이었던 사쿠라바 카즈시(Kazushi Sakuraba)를 3차례나 꺾는 등 무패전적을 바탕으로 파죽지세로 미들급챔피언까지 올랐고 장기집권이라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

비록 그 영광 뒤에는 대부분의 대전상대가 오야마 슌고(Shungo Oyama), 타무라 키요시(Kiyoshi Tamura), 카네하라 히로미츠(Hiromitsu Kanehara), 요시다 히데히코(Hidehiko Yoshida) 등 일본선수들 일색이었으며 서구의 강한 도전자들과는 별로 대전이 없었다는 악평도 따르고는 있지만 말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각종 격투기전적(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대회 기준)이 38전인 실바에게 일본인 상대들은 무려 15명이 넘어갈 정도이니 전혀 신빙성이 없는 누명들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기실 그런 것들은 중요치 않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가 체중을 조금감량해 체구가 작은 동양의 미들급선수들을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거져먹어도, 또한 그렇게 많이 동양선수들을 상대로 승수를 쌓았음에도 또 강력한 도전자들을 외면하고 요시다 등 만만한 도전자를 지목해 비겁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악평은 악평일뿐 실바에게는 주최측과 팬들을 만족시키는 뭔가 특별한 것이 가득하다.

난타전을 즐기는 스타일상 항상 화끈한 경기내용을 선사했고 링에서 보이는 연예인기질도 다분했다.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는 선수를 어찌 팬들이 외면하겠는가? 그에 대한 팬들의 호감도는 둘째치고라도 실바는 당연히 흥행의 보증수표중 하나로 자리잡게되었고 주최측 역시 직·간접적으로 실바를 프라이드를 대표하는 캐릭터중 하나로 밀어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경기 이전부터 최근 그의 하향세는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마크 헌트에게 진 이후 그다지 붙고싶지 않아했던 '아부다비의 대마왕' 히카르도 아로나(Ricardo Arona)에게 참패를 당하고 결국 이번 무차별급 그랑프리에서는 크로캅의 하이킥에 넉다운되고 말았다.
38전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통산패배가 6패 밖에 되지 않았고 프라이드에서 활약한 몇 년 동안은 패배를 전혀 몰랐던 승률이 80%가 넘는 선수가 최근 7경기에서 무려 3패를 당한 것이다. 참담한 패배를 안겨주었던 아로나에게는 리벤지에 성공했지만 당시의 판정문제는 지금까지도 말이 많은 편이고, 나머지 3승은 후지타, 나카무라, 요시다 등 모두 일본인 파이터들이다.
과거의 악명을 다시 회복하려면 '도끼살인마'는 어쩜 예전보다 훨씬 더 험난한 과정들을 거쳐야할지도 모른다.
호제리오 노게이라, 알리스타 오브레임, 케빈 랜들맨 등 아직 붙어보지 않은 미들급의 강자들을 깨끗이 정리해 아직까지는 이곳의 왕은 나라는 것을 보여주던가 아님 크로캅전을 거울삼아 헤비급으로 올라가 그곳의 강자들과 진검승부를 벌어야 할 수도 있다.

악마의 도끼 날은 다시 날카로워질 수 있을까…? 그의 날이 다시 예리함을 뿜어내기를 많은 팬들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호 예고: '러시아군 최강의 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편)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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