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9.04 22:34 / 기사수정 2006.09.04 22:34
[엑스포츠뉴스=이우람 기자]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전은 분명 우리가 주도권을 잡은 경기였다. 비록 유기적인 움직임과 창의적인 활동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은 압박형 4-2-3-1 포메이션을 앞세워 중원을 완벽히 장악하고는 생각보다 쉽게 이란을 휘둘렀다. 다만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힘이 부족했다.
결국 후반 종료 직전 수비진의 뼈아픈 실책으로 동점골을 이란에 헌납하며 아쉬운 1-1무승부를 기록했다.
실점 장면을 돌이켜보면 누구도 한국의 승리를 의심치 않던, 더구나 체력도 거의 바닥이 났을 때였다. 이란의 하세미안은 그 짧은 찰나에 김상식을 밀치고 공을 가로채 감각적인 슈팅을 날려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임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허용한 '통한의 실점'은 겉으로 보기엔 김상식의 실수로 보였다. 이란전이 끝나고 아니나 다를까, 많은 네티즌이 하세미안에게 공을 빼앗긴 김상식에게 분노를 드러내며 온라인상에 인신공격과 같은 보복을 가했다. 오죽했으면 선수 본인이 개인 블로그를 폐쇄할 정도였을까.
이쯤에서 다시 한번 잘 살펴보자. 무엇이 문제였을까?
김상식만의 잘못?
김상식과 함께 가까이 협력수비를 펼치던 조원희가 있었다. 김상식과 함께 하세미안을 밀착마크 하던 조원희는 골키퍼 김영광이 나오는 걸 보고 약간 뒤로 물러섰다. 아마 그 순간 우리 수비수끼리 호흡에서 좀 더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틈을 이용해서 하세미안이 슬쩍 손으로 밀어버리면서 김상식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하세미안은 김영광이 나온 것을 보고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수비라인이 호흡이 맞지 않아 초래한 실점이었던 것이다.
경기 직후 실점 상황에서 하세미안에게 공을 빼앗기고 넘어진 김상식이 잘못이라는 여론이 뜨거웠다. 하지만 김상식의 잘못만 따져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선수라도 수비진과 골키퍼 간 호흡이 흐트러진다면 얼마든지 이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김상식의 실수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이란전에서 좀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있었다. 공격진이 조금만 더 결정적 찬스에서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았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이란을 압도한 경기력에 일찍 승리를 확신한 듯 골키퍼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에서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후반 종료가 다가올수록 우리가 먼저 전방에서 추가 득점을 포기했고 방심했다. 아무리 수비에 치중한다 하더라도 득점 기회가 있으면 살려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는 스스로 손을 놓은 것 같아 아쉽다.
한국이 세트피스 때의 득점 외에도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 한 골 정도 더 넣었다면, 추가 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공간이 주어졌을 때 의욕적이었다면, 아마 후반 중반도 가지 않아 진짜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을까.
축구는 팀 스포츠
김상식 개인의 실수를 무조건 덮어두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란전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 탓을 김상식에게만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1-1 무승부가 김상식의 잘못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란과 같은 대등한 팀과의 경기에서 충분히 내줄 수 있는 실점 아니었을까.
하지만 기회가 있었는데 끝까지 이란을 몰아세우지 못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설령 이번 경기에서 김상식 선수의 실수가 있다하더라고, 김상식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수비수 한 명을 마치 대역죄인 대하듯 하기보다는, 김상식의 실수를 탓하기보다는, 차라리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하세미안의 골에 박수를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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