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수정 기자] ‘배가본드’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60분을 순삭 시키며 안방극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새 금토드라마 ‘배가본드(VAGABOND)’ 1회에서는 모로코 행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로 조카를 잃은 차달건(이승기 분)이 유가족 일원으로 모로코로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주 모로코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한 국정원 블랙요원 고해리(배수지)와 첫 만남을 이루는 내용이 담겼다. 차달건은 모로코 공항에서 여객기 탑승객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제롬(유태오)의 얼굴을 알아봤고 고해리의 만류에도 불구, 제롬을 맹렬하게 추격한 뒤 치열한 격투를 벌이는 모습으로 금요일 밤을 후끈하게 달궜다.
‘배가본드’ 첫 방송은 이전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대규모 스케일에 화려한 볼거리를 끊임없이 펼쳐내며 러닝타임 60분을 꽉꽉 채웠다. 유인식 감독은 다채로운 매력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리며 대형 스케일의 사건과 쫀쫀하게 결부시켜 스토리에 설득력을 부여했고, 장영철·정경순 작가 역시 탄탄한 필력으로 민항 여객기 추락사고 후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스피디하게 전개시켜 몰입력을 높였다. 여기에 이길복 촬영 감독은 모로코 천혜의 배경을 스토리와 알맞게 엮어가는 발군의 감각으로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승기는 첫 회 지분의 대부분을 이끌며, 극 전반을 ‘하드캐리’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승기는 성룡을 꿈꾸는 열혈 스턴트맨 차달건에 완벽 빙의해 머리로 벽돌을 깨고, 맨주먹 패싸움을 벌이고, 오토바이로 거리를 질주하고, 차를 전복시키는 등 각종 고난도 스턴트 실력을 뽐냈다. 이 뿐 아니라 죽은 형의 아들인 조카 훈이의 생계를 책임지는 츤데레 삼촌으로 조카와 철없이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선사하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졸지에 조카를 잃게 된 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분노하고 오열하는 극과 극 감정 연기를 절절하게 펼쳐내며 제대로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줬다. 압권은 모로코에서 펼쳐낸 액션장면들이었다. 건물 사이사이를 건너뛰고, 달리는 차 보닛 위로 달려들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에 매달려 맨주먹으로 창문을 부시는 등 이전 한국 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고강도 액션씬을 연이어 소화해내며 전무후무한 액션 명장면들을 탄생시켰다.
배수지는 국정원 직원 신분을 감춘 채 모로코 한국대사관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는 블랙요원 고해리 역으로 이전에 본적 없던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회의시간에 늦어놓고도 발랄하게 등장, 해맑게 웃는 등 눈치 없는 천방지축 계약직 직원인 척 하다가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빠져나가자 돌변한 표정으로 “지금 바로 회수해서 전송하겠습니다”라는 대사와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신분도 정체도 숨겨야하는 블랙요원의 딜레마적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배수지는 2회분부터 본격 등장해 이승기와 때론 대립하고 때론 공조하는 모습으로 스토리를 이끌며 존재감을 더욱 각인시킬 예정이다.
방위산업체 존엔마크사 아시아 담당 사장 제시카 리 역 문정희는 당당한 포스로 화이트 수트를 입고 등장, 차세대전투기 설명회에서 유창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폭발시켰다. 특히 전투기 계약을 따내는데 예상치 못한 난항을 겪자, CIA 출신 존엔마크사 부사장 마이클을 앞에 앉혀두고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나나 당신이나 모두 파멸이다”라고 호통치며 노려보는 장면은 숨 막히는 섬뜩함마저 자아내 앞으로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그런가하면 이날 엔딩 장면에서는 모로코 시내와 바닷가 등을 누비며 치열하게 접전한 추격전의 끝, 차달건이 끝내 용의자를 놓치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 담기며 충격을 안겼다. 차달건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피투성이가 된 채 벼랑을 기어 올라왔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주저앉은 채 울부짖는 모습으로 다음 스토리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한편 ‘배가본드’ 2회는 21일(오늘)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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