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13 07:13 / 기사수정 2010.05.13 07:13
- 한국 유럽파, 지난 10년 간(10시즌) 최고의 골 ②
[엑스포츠뉴스=이동호 기자] 지난해 여름에 시작했던 유럽 각국의 리그들은 이제 종료되었거나 마지막 한 경기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항상 우리는 1년 또는 10년 등의 주기들을 대상으로 지나갔던 것들을 되새겨보곤 하는데, 지난 2000/2001에서 2009/2010시즌은 어떻게 보면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서 어느 때보다 많이 활약을 펼쳤던 10년이었다.
2000년대 초 안정환이 AC페루자를 간 것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의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기현을 비롯한 여러 선수가 벨기에 무대를 밟았던 게 이미 10년 전이란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유망주들을 포함한 상당수의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가서 성공했거나, 아쉽게 국내 무대로 다시 돌아온 이들도 있다.
유럽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우리의 뇌리 속에 인상적인 골들을 많이 남겼다. 그 장면들을 우리들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상기시켜보기 위해 [싸커+]에서 옛 기억을 되살려 봤다. (선수당 한 골을 기준)
2005/06 김동현 vs 히우 아베
김동현은 '한국판 비에리'로 불리며 2005년 말 수원을 떠나 SC 브라가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팀에 합류한 뒤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수페르리가 24라운드 히우 아베와의 홈경기에 후반 30분 교체 출장하게 된다.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지 3분이 넘어갈 때쯤 김동현의 유럽 진출 첫 골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고 나서 상대 페널티 박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김동현의 강력한 왼발 슛은 골키퍼가 손을 쓸 틈도 없이 골대 모서리를 향해 뻗어가 우측 골포스트를 맞고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김동현은 이 경기서 후반 40분 또 한 번 골대를 강타했다.
2005/06 차두리 vs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한 시즌 전만 해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주전 공격수로 인정받았던 차두리는 저메인 존스, 이오아니스 아마나티디스 등에 밀리며 시즌 중반부터는 측면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05/06시즌이 종료되어 갈 때쯤엔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선수 명단을 두고 차두리와 송종국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05/06 분데스리가 최종전인 도르트문트 원정 경기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장한 차두리는 후반 9분 도르트문트의 크리스토퍼 메첼더가 차낸 볼을 낚아채고 나서 한두 걸음 앞으로 간 다음 대포알 같은 슛으로 골을 넣었다. 이 골을 TV로 처음 봤을 땐 정말 골네트를 찢어버릴 만큼 강력했었다. 그러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 장면을 두 눈으로 봤음에도 차두리는 독일 월드컵에 선수로서 나서진 못했다.
2006/07 설기현 vs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설기현은 RSC 안더레흐트와 울버햄턴에서도 많은 득점을 해냈고 레딩에서 또한 그랬다. 시즌 초반에서 중반만큼은 그 어떤 한국인 해외파 선수들보다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설기현은 레딩으로 이적한 첫 경기부터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주가를 올렸다.
2006년 10월 업튼 파크에서 가진 웨스트햄과의 원정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득점을 올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바비 컨베이가 내준 볼을 잡은 설기현은 그의 앞에 있던 요시 베나윤을 요리조리 끌고 다니다 순간적으로 슈팅을 시도했고, 이 슈팅은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2007/08 김동진 vs 즐라트 모라비츠
상트페테르부르크 페트로프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07/08 UEFA컵 1라운드 2차전 제니트-모라비츠의 경기. 김동진은 국내에 있을 때부터 중거리 슛이나 발리슛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제니트가 2-0으로 앞서 있던 후반 26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뒤에서 달려오던 김동진이 그대로 왼발 논스톱 발리슛을 작렬한 것이다.
현재 이 골 동영상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예를 들자면 04/05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터트린 논스톱 발리슛과 흡사하다. 이후 김동진은 같은 시즌 UEFA컵 조별예선에서 스탕다르 리에쥬를 상대로 멋진 터닝 발리슛으로 다시 한 번 득점을 올렸다.
2008/09 신영록 vs 겐슐빌리지
'영록바' 신영록의 터키 슈퍼리그 데뷔골 역시 범상치 않았다. 2008시즌 수원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선하고 나서 20009년 초, 자유 이적으로 터키의 부르사스포르로 이적했다. 터키 리그 시즌 중반부에 합류한 신영록은 교체 출전으로 팀에 서서히 녹아들다 세 경기 만에 화끈한 중거리포를 쏘아 올렸다.
겐슐빌리지와의 리그 19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장한 신영록은 전반 9분, 팀의 역습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동료가 찔러준 볼을 페널티 아크 안에서 수비를 등지고 볼 트래핑 한 후 감각적인 터닝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하지만, 현재 신영록은 현재 부르사스포르와 계약금 및 급여 미지급 문제로 마찰이 생겨 국내 복귀를 모색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09 박주영 vs 발렌시엥FC
스타드 루이 2세 경기장에서 열린 08/09 리게 앙 최종 라운드 AS모나코-발렌시엥과의 경기. 데뷔 시즌 성공적인 모습으로 모나코에 안착하며 ‘박선생’으로 불렸던 박주영은 예상대로 이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골은 전반 6분 만에 나왔다. 중앙선 뒤에서 카멜 메리앙이 길게 찔러준 패스를 박주영이 재치 있게 수비수한테서 멀리 떨어지도록 볼을 트래핑 한 후 페널티박스 내 우측 지점에서 그대로 때린 슛이 골대 좌측 하단 모서리로 쏙 들어가며 득점이 되었다. 정교하면서도 강한 게 찬 멋진 골이었다. 이것으로 박주영은 08/09시즌을 5득점, 6도움으로 마쳤다.
2009/10 이청용 vs 버밍엄 시티
2009년 여름 볼턴 원더러스 유니폼을 입은 이청용의 데뷔골은 리그 7라운드 버밍엄 원정 경기에서 나왔다. 1-0으로 볼턴이 앞선 가운데 후반 교체투입 된 이청용은 후반 39분 동료에게 백패스를 했는데, 이것이 버밍엄의 케빈 필립스에게 걸리며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청용은 2분 뒤 팀의 구세주가 되었다. 메튜 테일러의 프리킥이 버밍엄의 골대를 강타하고 나온 볼을 이청용이 달려들어 슛 동작을 취했으나, 그는 버멍엄 수비수들과 골키퍼의 반대 방향으로 볼을 넘기고 나서 빈 골대로 볼을 톡 집어넣었다. 하마터면 골대까지 재칠번한 묘기에 가까운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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