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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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판타지 세계관으로 풀어낸 인간 본성

기사입력 2019.09.09 09:06

이송희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송희 기자]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가 판타지 세계관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짚어내며 깊은 공감과 여운을 안기고 있다.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이하 ‘악마가(歌)’)는 악마와 인간의 ‘영혼 매매 계약’이란 판타지적 소재에 현실적이고 풍자적인 요소를 가미한 ‘코믹 판타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와 인물들은 판타지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짜릿한 긴장과 유쾌한 웃음, 찡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선과 악’을 조명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영혼과 삶에 관한 ‘악마가’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악마가’ 속 인물들을 통해 판타지 세계관 속 ‘인간과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밀착해 들여다봤다.

#하립, 인간의 이기심과 양심을 보여주는 입체적 캐릭터→공감+몰입도 선사
하립(정경호 분)은 목숨이 위태로운 아들 루카(송강 )를 살리기 위해 악마가 원하는 김이경(이설 )의 1등급 영혼을 빼앗아야만 했다.

그러나 과거 김이경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이 자신이었다는 사실과 그녀의 불행한 처지를 보며 갈등을 시작한 하립. 악마 모태강(박성웅)은 ‘양심’ 때문에 흔들리는 하립이 하루빨리 계약을 이행하도록 그를 다시 늙고 초라한 서동천(정경호)으로 되돌려놨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부와 명예, 젊음까지 다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서동천은 자신이 고작 라면 냄새에 흔들리는 나약한 영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양심과 이기심, 죄책감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하립의 모습은 인간의 입체적인 면모를 고스란히 담아낸 캐릭터였다.

선도 악도 아닌 이 인물은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인간의 마음을 다면적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하립의 ‘영혼 사수기’는 욕망과 희생이 복잡하게 얽힌 과정이었다. 때문에 하립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김이경의 영혼마저 빼앗기로 결심한 순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내고, 다음 선택을 궁금하게 했다. 이제 영혼을 회수당한 하립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가 됐다. 과연 그는 아들 루카를 살리기 위해 김이경의 영혼을 빼앗을 수 있을까?

#‘악마’ 류 X ‘천사’ 공수래의 대결! 선과 악의 한 끗 차이, 인간의 본성을 자극
지난 방송에서는 천사에서 악마로 타락한 류의 전사가 드러났다. 어린 시절 류는 인간의 일을 지켜보기만 할 뿐 나쁜 이들을 벌하지 않는 신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고, 아버지인 공수래(김원해) 앞에서 더는 신을 따르지 않겠다며 돌아섰다. 수전령이었던 공수래는 신을 거부한 류의 한쪽 날개를 잘라버렸다. 그 후로 류의 증오는 깊어졌고, 복수심은 자라났다.

류는 인간들과 영혼 계약을 하며 그들이 자신의 ‘욕망’에 귀 기울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악의 구원’이라 불렀다. 악마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유일하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그와 계약하는 순간이며, 영혼이 사라지고 양심과 배려가 없어지면 그들의 욕망은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회수당한 하립은 이제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욕망만 남은 인간이 됐다.

관점을 달리해 또 다른 ‘구원’을 만들어낸 악마의 ‘영혼 계약’은 진정한 선과 악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신의 뜻에 반하며 “모든 선에서 악을 드러내겠다”고 선언한 류. 그를 막기 위해 공수래가 정체를 드러냈다. 인간들이 어둠 속에서도 밝은 곳을 찾아가리라 믿는 신의 전령은 류의 악행을 막기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까지 루카를 살려냈다. 전령천사들이 모태강을 벌하기 위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공수래가 타락한 류의 악행을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나둘 밝혀지는 영혼 계약자, ‘삶과 영혼’의 이야기
지난 12회에서 김이경은 마침내 하립과 악마의 영혼 계약에 관해 알게 됐다. 하립과 모태강의 일들을 곁에서 지켜본 강과장(윤경호)이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기 때문. 강과장은 김이경에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상상보다 많고, 그들은 스스로 악마를 찾아와 계약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서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듯한,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인간들이 있다. ‘악마가’는 기획 의도에서부터 “이 팍팍한 세상에는 누구라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릴 이유가 하나쯤 존재한다”고 말하며 악마의 유혹 앞에서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돌아보게 하고, 하립의 영혼 사수기를 통해 사랑과 양심의 가치에 대해 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악마가’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영혼 계약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갔다. 아들의 목숨을 살리고, 자신이 꿈꾸던 음악을 하고 싶었던 하립,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망하게 하고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고 싶었던 이충렬(김형묵), 죽은 딸을 다시 보고 싶었던 강과장, 인기와 사랑을 얻고 싶었던 주라인(이화겸), 영혼을 팔아서라도 남을 해치고 싶었던 쇠파이프남(강훈)까지.

이들은 모두 다른 사연을 가졌지만, 결국 악마에게 구원을 바란 사람들이었다. 이제 이들의 삶과 영혼에 관한 이야기가 단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반전 속에서 안타까움과 슬픔을 넘어 가슴 먹먹한 감동까지 안길 남은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13회는 오는 11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winter@xportsnews.com / 사진 = tvN 방송화면

이송희 기자 wi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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