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기다림 끝 우천 중단. 하지만 오래지 않아 맑게 갠 하늘에 아쉬움을 삼킨 이가 있었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는 지난 29일 잠실 한화전 2회 김태균-백창수-송광민을 KKK로 돌려세웠다. 한 타자 당 3구면 충분했다. 1이닝 9구 3K는 KBO리그 역사에서 6번 뿐인 진기록. 켈리가 7번째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나 우천 노게임으로 사라졌다.
막상 당사자인 켈리는 기록의 주인공이 '될 뻔'한 사실을 조금 뒤늦게 알았다. 그는 "우천 중단됐을 때 윌슨이 1이닝 9구 3K 사실을 알려줬다. 그 전까지 몰랐다"며 웃었다.
비록 기록되지 않았지만, 9구 3K는 켈리의 최근 좋은 컨디션을 방증한다. 11승을 달성하며 윌슨-차우찬과 승수가 같지만, 평균자책점은 2.72로 이들 중 가장 낮다. 수치가 증명하는 호투에도 이들 중 패전(12패)이 가장 많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켈리는 "승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11승도 많은 승수라 생각한다. 패전도 야구의 일부"라며 '대인'의 면모를 뽐냈다. 그는 "후반기 성적이 괜찮도 팀이 4등이라 괜찮다.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켈크라이' 별명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팬들이 붙여주신 별명은 다 좋지만 그건…"이라며 웃었다.
한국 문화와 팀 분위기에 잘 녹아든 점도 켈리의 호성적의 밑바탕이다. 동료들과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두터운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켈리는 "임찬규는 붙임성이 좋고 농담을 자주 한다. 오지환과도 장난을 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현수, 이형종 등과도 다른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고 설명했다.
동료들과 함께 노력한 결실이 눈 앞에 다가왔다. 4위 LG는 2016년 이후 3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다. "가을야구가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켈리는 "지쳐있는 상황이지만 포스트시즌의 의미는 남다르다. 내 안의 또다른 에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전에서 에이스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팬들 또한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켈리에게 기대가 높다. 켈리는 "팬들에게 매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선수로서 팬들을 피칭으로 즐겁게 해야 한다"며 "내 투구를 보러 팬들이 야구장에 오도록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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