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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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를 인기 없게 한 3가지 문제점

기사입력 2006.07.21 10:01 / 기사수정 2006.07.21 10:01

조윤진 기자



■ 연고의식의 부족


안양에서 서울로의 연고 이전과 부천에서 제주로의 연고 이전 사건이 아니더라도, K리그에서 연고의식을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더욱 더 강하게 비판하자면 도대체 왜 구단 명에 도시이름을 붙여놨는지가 궁금할 정도로 연고제의 존재이유가 없다. 내가 사는 성남도 성남일화의 선수가 누군지,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연고의식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해결책은 유소년 시스템이다. 연고의식이 싹트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지역의 선수들이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처럼 K리그가 용병제한이 거의 없는 것도 아니고, 일정 수준이상 한국인으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유소년 시스템으로 형성된 그 지역의 중 고등학생들이 프로리그에 올라와서 그 팀 소속으로 뛰게 된다면, 지연적, 학연적인 호감도가 상승할 것이며, 이는 우리 팀이라는 의식을 고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혹자는 이를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비정상적인 계획이라 매도할지도 모르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될 때에나 지역감정이 부정적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지, 지역감정을 스포츠에 적용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 마을, 우리 마을 사람, 우리 마을 팀을 응원하겠다는 것이 뭐가 잘못된 일인가?

 

■ 마케팅능력의 부족

 

얼마 전에 일 때문에 수원에 간 적이 있었다. 수원에 가서 놀란 것이 있었는데, 바로 버스 정류장과 버스 내부의 수원삼성블루윙즈의 광고였다. 성남에는 제2경기장 주변에 현수막 몇 개 걸어 놓은 것이 홍보의 처음이자 끝이었는데, 참 수원의 마케팅 능력이 부러웠다. 

K리그의 마케팅능력은 한심하다 못해 짜증까지 나게 한다. 도대체 경기를 보러 오라는 건지 오지 말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K리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한번쯤 경기를 보러 가고 싶어도 경기에 언제 열리는지 알 길이 요원하다. 특히 각 구단의 홈페이지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웬만한 개인 블로그보다 더 조악한 홈페이지구성은 우리나라 K리그의 한 단면을 보이고 있었다. TV중계는 바라지도 않는다. 요즘 같은 인터넷시대에 최소한 홈페이지 정도는 잘 정비해 놔야 되지 않겠는가? 

또한, 흥미를 유발시킬 ‘더비(Derby)’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마케팅능력의 부족이라 하겠다. 프로레슬링 같이 쇼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장수, 차범근 감독보다 무링요 감독과 웽거 감독의 신경전을 더 흥미 있게 보는 것은 ‘FC서울’과 ‘수원삼성’ 보다 ‘첼시’와 ‘아스날’의 대결구도가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합이 아니더라도 감독이나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흥미를 가진다. K리그에는 이러한 요소가 없다. 자연적으로 발생되지 않는다면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 뉴스를 보면서 가장 짜증나는 일이 하나 있는데 프로축구가 끝난 뒤 기자와 인터뷰하는 대목에서 늘 ‘대표팀 발탁이 된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나와도 ‘소속팀 팬 분들을 위해서 뛰겠습니다.’ 같은 말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뛰려고 축구선수 하는가? 인터뷰 같은 것을 할 때에도 애초에 우리 팀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정말 한심하다. 선수 자신이 매일 국가대표발탁과 해외진출만 이야기하는데 K리그에 어떻게 관심을 갖느냐 말이다. 

또한, 리그운영방식도 팬들이 프로축구를 외면하게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갑론을박이 진행 중인 업다운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전기/후기 우승은 도대체 어느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전기 우승했으니 후기는 부상 선수가 없게 하겠다.’라는 말이 나오는 리그가 K리그다. 제발 정신 차리자. K리그 구단들은 ‘중간고사 잘 봤으니, 기말고사는 낙제만 안 나오게 하겠다.’라는 학생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 경기 자체의 매력 부족

 

위에 든 모든 문제점을 다 용서하고 경기장을 물어물어 정말 힘들게 갔다고 치자. 경기장 입장부터 정말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야구에 2배가 넘으려 하는 관람비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관람비를 책정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굳이 수요와 공급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관람비를 현실에 맞게 책정해야 되지 않겠는가? 눈물을 머금고 경기장에 들어가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서포터즈 몇십 명만이 골대 뒤에서 응원할 뿐, 일반 팬 신분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문드문 앉아있다. 앉아있는 사람이 창피할 정도였다. 

경기가 시작됐다. 파울이다. 주심에게 항의한다. 주심은 경기 흐름과는 상관없이 휘슬을 분다. 선수가 넘어진다. 일어나지 않는다. 들 것이 오면 그때야 일어나 걸어나간다. 선취 득점을 하면 더욱더 상황은 심각해진다. 공격 활로를 찾기는커녕 미드필더 진영에서 공을 돌리다가 접근하면 백패스이다. 선수의 기량문제보다도 경기운영에 있어서 동네 축구만도 못한 촌극이 발생한다. 그렇게 큰마음 먹고 경기장을 찾은 팬은 그날 이후로 경기장에 다시는 가지 않는다.

 

3가지 문제점 외에도 일일이 나열하지 못한 세부적인 문제점들이 많다. 난 축구 관련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축구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한다. 그저 축구를 좋아하는 대학생일 뿐이다. 이런 내가 축구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뿐이다. 

“축구전문가든 뭐든 간에 일반 팬인 내가 재미없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있나요?” 


※ 이 글은 엑스포츠 뉴스 일반회원 조윤진님의 글입니다. 엑스포츠 뉴스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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