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14 16:47 / 기사수정 2010.04.14 16:47
하지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내내 수비 불안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들어왔다. 물론 가장 최근에 열린 A매치였던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기본 밑바탕부터 시작해 위기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임기응변'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본선에서 이같은 능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중앙 수비에 대해 일부 팬들은 '자동문'이라는 비아냥을 섞어가며, 여전히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테오파니스 게카스(그리스), 존 오비 미켈(나이지리아) 등 B조에 속한 세 팀의 주요 선수들의 경기력이 최근 워낙 상승세에 있어 이를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사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이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소속팀 경기를 통해 감각을 쌓으면서 본선에서 조직적으로 수비진을 다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각 소속팀에서 중앙 수비 자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은 어떨까. 자원 가운데 다수 선수들이 그대로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지만 몇몇 선수들이 여전히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정수(가시마), 곽태휘(교토)는 잔부상만 없다면 월드컵행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부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두 선수는 나란히 소속팀에서 제 경기력을 보여주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중전과 공격 가담 능력이 좋은 이들이 본선까지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체격 좋은 경쟁국들을 상대해 그만큼 '좋은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허정무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조용형(제주)도 비교적 상승세를 타면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K-리그에서 7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5골만 허용하며 성남(4골)에 이어 두번째로 가장 낮은 실점을 허용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제주의 상승세에 원동력이 되고 있는 '중앙 라인'의 최후방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다만 지난 10일에 있었던 울산과의 경기에서 위험한 파울로 상대에 패널티킥을 허용한 장면은 아쉬웠다. 위험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막는 방법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 셈이다.
가장 걱정이 큰 선수는 강민수(수원)다. 올 시즌, 제주에서 수원으로 이적해 활약이 기대됐지만 전혀 제 몫을 다 하지 못하며 흔들리고 있다. 특히 지난 4일에 열린 서울과의 '수도권 더비'에서는 동료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3골을 헌납했고, 9일에 열린 성남과의 '마계대전 더비'에서도 조재철에게 뒷공간을 내주는 등 2골을 허용하는데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대표팀 골키퍼인 이운재에 대한 경기력 논란과 더불어 수원 수비의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강민수의 경기력 저하는 단연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강민수는 2007년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성장해 온 선수였다. 아시안컵에서 김진규와 더불어 전 경기 풀타임 출장했으며, 베이징올림픽,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등을 거치면서도 꾸준하게 출전해 경험을 쌓으며 어느 정도 입지가 올라 있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력을 놓고 보면 잔실수가 많고 상대의 빠른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자칫 엔트리 발탁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자리를 비집고 김형일(포항)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마지막까지 추격을 하고 있다. 김형일은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A매치 출전은 단 두 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탁월한 체격 조건을 앞세운 변함없는 경기력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경쟁 구도 상으로 이정수, 조용형, 곽태휘의 승선이 유력한 가운데, 강민수와 김형일이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경쟁도 경쟁이지만 무엇보다 수비 자원답게 개인적인 능력을 극대화시켜 어떤 경기에서든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돼야 코칭스태프나 선수단 내에서 요구하는 조직력을 만들어낼 수 있고, 궁극적으로 본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허정무호는 지난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좁혀 수비시 수적 우위를 점하며, 상대의 강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전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본선 내내 이뤄지려면 그만큼 실전에서 감각을 어느 정도 키워놓아야 더욱 효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열쇠는 '척추 라인'의 최후방, 중앙 수비에 달려 있다. 남은 기간동안 중앙 수비 자원들이 어느 정도 더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조용형, 이정수, 강민수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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