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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라진 세리에A 중계와 불편한 진실

기사입력 2010.04.10 11:41 / 기사수정 2010.04.10 11:41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유럽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최근 세리에 A 중계가 사라져가는 것을 쉽게 발견할 것이다.

지난 31라운드를 기점으로 이탈리아 세리에 A는 썸머 타임 때문에 중계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졌다. 평소 세리에 A의 열렬한 팬이었던 기자는 1시간이란 시간이나 일찍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지만, 결과는 녹화 중계라는 참혹함이었다. 게다가 세리에 A를 밀어낸 방송국의 편성은 프로야구 리뷰였다.

물론 방송국은 상업적인 이득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시청률이 나오지도 않는데 방송을 강행하는 것은 완벽한 손해이다. 차라리 인기가 없는 프로그램을 대신해 더욱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을 보낸다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것이다. 이는 당연하다.

이 때문에 필자는 최근 자취를 감추며 녹화 중계로 밀려난 사라진 세리에 A 중계의 현실을 불편한 진실이라 말하고 싶다. 1990년 후반 위성 스포츠를 통해 조금이나마 유럽 축구를 접하게 했던 설렘에서 벗어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자랑스러운 K-리그보다 더욱 접하기 쉬워진 해외 리그에 대한 익숙함이 낳은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때와는 달리 우리에게는 더욱 향상된 인터넷이 있다. 개인 방송국이나 외국 사이트를 통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지만, 누구든 쉽게 유럽 축구를 접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이 IT 강국이라서 조금 더 빠른 인터넷을 편리하게 이용한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아쉽게도 방송을 통해 K-리그를 접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AFC 챔피언스리그도 마찬가지이다. 대다수 팬은 응원하는 팀에 대한 소식을 위해서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길 원하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때도 있다. 결국, 불편해도 인터넷을 통해 문자 중계를 접하거나 막연히 누군가 작성해줄 기사를 기다려야 한다. F5를 반복해서 누르며 경기 상황을 조금이나마 빨리 알고자 노력하는 모습의 한 축구팬에게서 측은한 감정까지 들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세리에 A에 대해 말하겠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는 세리에 A 중계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는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외국어보다는 한국어로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목소리가 편한 점은 어쩔 수 없는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몇 년 전부터 필자의 귀에 맴돌던 한준희 해설위원님의 시원스런 목소리를 주말 밤에 들을 수 없는 현실은 너무나 아쉽다.

한편, KBSN 스포츠는 이번 시즌까지 세리에 A를 중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이 섣불리 재계약을 하지 않는 점도 이해가 간다. 정작 국내 유럽 축구 팬 중 세리에 A를 좋아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소수를 위해 자선 단체처럼 많은 돈을 투자하길 바랄 수도 없다. 게다가 국내 축구팬의 인식 속에서 세리에 A는 툭하면 싸움나고 온갖 악성 루머가 터지는 리그이니 오랜 기간 그들을 지켜보지 않았다면 관심도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2002년 언론을 통해서 잘못 전달된 안정환 선수와 페루자의 분쟁으로 세리에 A에 대한 선입견을 품은 전례가 있다. 시간을 좀 더 과거로 돌리면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와 16강전에 맞붙은 이탈리아는 수비진의 줄 부상과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자비로움을 제외해도 충분히 거친 모습을 보여줬다. 다시 말하면 4번이나 월드컵에 우승한 그들의 명성을 국내 팬이 인정할 리가 거의 없다. 더러운 축구, 수비만 하는 축구라는 두 가지 인식만이 자리 잡았을 뿐이다.

이번 시즌 세리에 A는 주말 경기를 포함해 총 6라운드가 남았다.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접하게 될 수 있는 세리에 A 중계가 허망하게 끝나는 사실은 아쉬움을 더해준다. 잠시나마 누렸던 편안함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국의 유망한 선수 중 하나가 이탈리아 내 빅클럽으로 이적하길 바라는 일뿐인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이다.

게다가 우리는 지나치게 EPL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크다. 몇몇 사람들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 경기장을 또 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라 부르며, 이번 시즌 챔스에서 EPL 클럽이 전멸해서 이제는 남의 나라 잔치가 됐다는 망언까지 하는데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저 사라져가는 세리에A 중계가 너무나 당연해서 불편할 뿐이다.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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