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03 23:38 / 기사수정 2010.04.03 23:38
첼시는 3일 밤(한국시각) 맨유의 홈 구장 올드 트라포드에서 열린 2009-20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에서 조 콜과 디디에 드로그바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페데리코 마케다가 만회골을 넣은 맨유에 2-1로 이겼다.
애초, 시작 전부터 이번 시즌 EPL 우승팀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로 주목을 받았던 양 팀의 격돌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였던 첼시의 승리로 마감됐다. 게다가 이날 승리로 첼시는 승점 74점을 기록, 2위 맨유를 2점 차로 제치며 리그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이로써 첼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 탈락하며 상대적으로 리그 운영에 여유까지 한 몫 하며, 안첼로티 감독이 부임한 첫 시즌에 지난 3시즌 동안 맨유에 내준 EPL 선두 쟁탈에 한발 다가섰다.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 속에 돋보였던 조 콜의 득점
이날 양팀은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경기를 진행하면서 화끈한 골 잔치를 펼치지 못했다. 경기 시작부터 탐색전에 돌입한 듯 상대의 진영을 살핀 상황에서 전반 20분 조 콜이 말루다가 좌측에서 올려준 땅볼 크로스를 감각적인 오른발 힐 킥으로 마무리하며 첼시가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에도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인 양 팀은 별다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맨유는 박지성을 중심으로 공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페트르 체흐의 선방과 첼시 수비진에 막히며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반전과 달리 더욱 공격 중심의 경기를 이끈 맨유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쳤다.
드로그바의 투입, 승리의 열쇠가 되다
후반 중반에 들어서자 안첼로티는 니콜라 아넬카와 조 콜을 대신해 드로그바와 살로몬 칼루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을 더욱 강화했다. 불안하게 앞선 원정팀의 입장에서는 수비적으로 당연히 나와야 하겠지만, 공격력 증대란 카드를 꺼낸 안첼로티의 전략은 성공했다. AC 밀란 시절, 지독하게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던 안첼로티의 용병술이 중요한 시점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교체 투입된 드로그바는 후반 34분 살로몬 칼루의 패스를 받고 나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맨유의 파상공세가 진행된 과정에서 팀에 승리를 안겨주는 확실한 축포였다. 맨유는 루이스 나니의 좌측 크로스를 받은 마케다가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만회 득점을 넣었지만, 별다른 소득없는 공세 속에서 경기는 2-1 첼시의 승리로 마무리를 지었다.
퍼거슨의 천적임을 입증한 안첼로티
어쩌면 안첼로티가 첼시의 사령탑으로 앉아있는 것은 어색할지도 모른다.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오랜 기간 AC 밀란의 사령탑으로서 희로애락을 느꼈던 안첼로티이므로 대다수 유럽 축구팬의 머릿 속에 그는 첼시보다는 밀란의 감독이 더 익숙할 것이다.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과 한 번의 리그 우승에 성공한 안첼로티는 밀란 시절 유난히 맨유에 강했다. 다시 말하면 안첼로티는 퍼거슨과의 지략 대결에서 단 한 차례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았다. 2004-2005시즌 챔스 16강에서 모두 승리하며 해당 시즌 챔스 준우승에 성공했을 때와 2006-2007시즌 챔스 4강에서 맨유를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했을 때 안첼로티는 맨유를 제압하는 방법을 보여주며 퍼거슨 천적으로 부상했다.
아이러니하게 이번 시즌 밀란은 안첼로티의 부재를 몸소 실감하며 맨유에 사상 첫 토너먼트 탈락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맨유만 만나면 유난히 강했던 밀란은 너무나도 다른 레오나르두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며 0-4로 패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임시 감독이었던 후스 히딩크의 후임으로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 안첼로티는 리그 초반부터 선두 자리를 유지하며 4시즌 만에 리그 정상에 복귀할 듯 보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경기력 난조는 맨유에 리그 선두 자리를 내주는 위기를 가져왔고 이번 시즌에도 맨유의 우승으로 마감될 듯 보였다.
그럼에도,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택한 안첼로티는 위기 상황에서 번뜩이는 전략을 제시, 늙은 여우 퍼거슨을 제압하며 그의 천적임을 입증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안첼로티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퍼거슨은 불안감 때문인지 이번 경기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교체 투입으로 자멸했다.
만일 첼시가 이번 경기에서 지거나 비겼다면 맨유 추격이 힘들었음을 고려할 때, 안첼로티의 용병술은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과연 안첼로티의 첼시가 이번 경기 승리의 기세를 몰아 주제 무리뉴의 사퇴 이후, 단 한 번도 얻지 못했던 리그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퍼거슨의 천적 카를로 안첼로티 첼시 감독 ⓒ 첼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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