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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와 다른 스케이터, 얼마나 격차 나나

기사입력 2010.03.24 15:00 / 기사수정 2010.03.24 15:0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스케이팅은 링크 위에서 홀로 고독하게 투쟁하는 스포츠다. 다른 선수와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요소를 얼마만큼 완벽하게 해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지난 2008-2009 시즌이 끝나면서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와 다른 스케이터들 간의 실력이 크게 벌어졌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기록했던 조애니 로셰트(24, 캐나다)보다 무려 16.42점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압도적인 기량은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2008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부상이 없었던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물음표가 적지 않게 나왔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를 범한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가 월드 챔피언에 오르고 롱프로그램에서 불안한 점프 랜딩을 보인 카롤리나 코스트너(23, 이탈리아)가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대회가 끝난 뒤,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 대회를 끝으로 '큰 부상'이 없는 시즌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넘사벽'이라고 칭한 것은 한편으론 위험한 일이다. 특히, 이변의 가능성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피겨 스케이팅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아는 '그 누구도 뛰어넘기 힘든 실력의 소유자'로 인식되고 있다.

김연아의 기량에 태클을 걸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경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도 김연아는 올림픽에서 극복해냈다. 은메달을 획득한 아사다 마오를 무려 23점 차이로 앞서나갔던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사상, 그 누구도 다다르지 못했던 고지에 올라섰다.



우선 김연아가 구사하는 기술 난이도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현역 스케이터들 중, 김연아만이 완벽하게 구사하는 콤비네이션 점프다. 또한, 이나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 + 더블 토룹 + 더블 룹도 매우 보기 드문 점프 조합이다.

상당수의 여자 싱글 선수들은 점프를 하기 직전에 몸을 먼저 비틀거나 부정확한 에지로 도약해 점프를 구사한다. 회전수가 부족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고 있는 아사다 마오는 악셀 도약 직전, 왼쪽 발목을 먼저 돌리는 모습도 노출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더블 악셀을 구사할 때, 불필요한 동작 없이 곧바로 도약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상위권을 차지한 스케이터들의 점프를 느린 화면으로 꼼꼼하게 보면 김연아의 점프가 군더더기가 없고 가장 깨끗하게 도약해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 초반에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뛴 다음, 더블 악셀에 이은 콤비네이션과 트리플 플립, 그리고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을 뛰는 구성은 매우 어렵다. 이렇듯, 점프의 조합과 기술의 구성에서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과 확실히 차별되고 있다.

신채점제의 묘미인 GOE(가산점)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점프의 정확한 도약과 완벽한 회전 수, 그리고 높이와 비거리를 통해 적절한 가산점이 붙는다. 똑같은 기술이라도 '질'이 다른 기술에 가산점이 주어지는 경향은 '피겨의 정직함'을 강조하고 있다.

김연아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는 코치는 선수시절, 가장 완벽한 점프를 구사했던 경력이 있다. 그를 가르쳤던 스승인 세계 최고의 ‘점프 전문가’중 한 명인 더글라스 리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지도를 받은 오서는 주니어 시절에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최초의 선수가 됐다.

점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완벽하게 익히는 점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유지하는 훈련도 매우 필요하다. 언제나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며 자신이 지니고 있던 기술을 관리해 왔다.

좋은 기술을 유지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이것을 한층 발전시키는 일은 더욱 힘들다. 그동안 뛰어난 점프를 구사해온 김연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점프의 '질'이 더욱 좋아졌다. 점프에 일가견이 있는 오서는 김연아의 점프가 흔들리지 않도록 다듬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프가 무너진 다른 선수들과 더욱 차이를 벌려나갔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면 이변은 분명히 일어난다. 이러한 사실은 김연아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변이 일어날 확률을 낮추며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올림픽에서 기록한 228.56점은 결코 가볍게 여길 점수가 아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김경주 기자,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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