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3.22 07:44 / 기사수정 2010.03.22 07:44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야구장의 주역은 선수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야구팬이 울고 웃으며, 그것으로 인하여 승패도 결정난다. 그래서 야구는 선수와 팬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야구장에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팬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지원해 주는 구단 직원들도 있고, 그라운드의 '포청천'이라 불리는 심판도 있다. 야구장이라는 현장은 이들의 상호 작용으로 운영된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마야구의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매년 전국대회가 열릴 때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있다. 하루에 4~5경기를 지켜보며, 누가 좋은 선수인지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이 그러한 존재다.
이들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들을 뽑기 위해 지금도 스피드건을 들고 야구장을 찾는다. 추워도, 더워도, 비가 오나 눈이 와도 이들은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킨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스카우트는 LG 트윈스 스카우트팀에 재직 중인 김진철(52) 부장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원년 멤버이기도 한 김 부장은 스카우트 일을 시작하며 '큰 일'을 다섯 번이나 냈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넥센 히어로즈 전신), 박재홍, 김수경을 비롯하여 조용준, 오재영, 이동학 등 총 5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에게 '스카우트계의 미다스의 손'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오늘도 여전히 야구장에서 '옥석 가르기'에 최선인 김 부장을 황금사자기 전국대회가 한창인 목동구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 황금사자기 대회가 한창인 서울 목동 구장. 그 현장에 김진철 LG 스카우트팀장이 있다.
Part 1 : 스카우트(Scouting)에 대한 이야기
- 많은 이들이 김 부장님에 대하여 '스카우트계의 미다스의 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평가를 받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 같다. 특히,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해서는 한, 두 경기 보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다.
김진철 부장(이하 '김') : (공감한다는 듯) 고교야구를 살펴보자. 아침 10시부터 경기가 시작되면, 끝나는 시간이 보통 10시다. 하루 평균 12시간 동안 경기를 본다. 그것이 스카우트의 임무다. 만약에 1년 동안 보는 경기 숫자를 말해달라고 하면 '헤아릴 수 없다'고 답할 정도다.
공식 경기가 없는 오프시즌에 편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오프시즌에도 경기를 본다. 바로 연습경기다. 또한, 프로 경기를 놓치지 않는다. 직접 가서 안 보면 TV중계 할 때 봐야 한다. 우리 팀의 미진한 부분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어떠한 선수를 보강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 '스카우트계의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우는 데에는 5명의 신인왕 선수들을 뽑았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박재홍, 김수경, 오재영, 조용준, 이동학을 비롯하여 2년 전 KIA 타이거즈가 안치홍을 뽑았을 때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김 : 사실 안치홍은 KIA 스카우트들이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나는 조언 정도만 했다. 무엇보다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 선수에 대한 장/단점을 코칭스태프와 많은 토론을 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코치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프로야구 1군'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생활에 대한 부분이나 멘탈(정신적)인 부분도 그 중 하나다. 어쨌든 '기량이 좋은 선수들'을 뽑아 오는 것이 내 업무가 아니겠는가.
- 흔히 야구팬들이 바라보는 '좋은 선수'의 요건과 부장님께서 바라보는 '좋은 선수'의 요건은 같은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김 : (공감한다는 듯) 그렇다. 많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아마야구에 정통한 팬들 역시 게임을 많이 보고 객관적인 평가를 많이 한다. 분명 와 닿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분들을 통하여 좋은 정보 얻을 때도 있다.
- 작년 봉황대기가 한창일 때 당시 아마야구에 대해서는 거의 말 그대로 '아마추어'였던 본인에게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누구를 뽑으면 좋을지 견해를 밝혀 달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렇다면, 신인 지명 당일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얻는가?
김 : 일단 내가 보는 것이 주가 된다.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가지를 야구인들을 통하여 자문을 얻지만,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만, '내가 결정을 잘했는가'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물론 그 선수가 누군지는 이야기를 안 한다(웃음). 그렇게 조언을 구하다 보면, '내가 보는 눈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 그렇다면, 아마야구에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된다고 보는가, 아니면 마운드에만 오르면 된다고 보는가? 사실 지난해 LG에서 지명한 선수들 대부분이 투-타에서 모두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이었다.
김 : 고교에서는 투수를 하면서도 타격에 자질이 있는 선수가 있다. 물론, 투수가 공격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로 '투수는 투수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투수를 하게 되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 타격까지 소화하면 체력적인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 (투-타 모두에 재능을 보인) 유경국, 배민관 모두 투수적인 역량을 보고 뽑은 것이다. 원래 야구 센스가 뛰어나기 때문에 타격에 소질도 있었던 것이다.
- 드래프트 현장에서 '타임'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앞선 구단이 자신들이 지명할 선수들을 호명해서 그런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특별히 '타임'을 요청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싶다.
김 : 지명하려고 생각했던 선수가 앞에서 빠져나갔을 때 주로 타임을 건다. 후속 조치로 대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선수를 뽑을 것인지, B 선수를 뽑을 것인지, 그 대안에 대해 짧은 시간 동안 팀원들끼리 잠깐이라도 회의를 한다. 물론 그 전에 시뮬레이션을 많이 한다. 하지만, 드래프트 현장은 생동감이 있는 곳이다. 순간적인 판단이 정말로 중요하다. 그것이 스카우트가 지닌 최고의 '맥'이 아닐까 싶다.
Part 2 : 선수시절의 추억
-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김부장님께서 삼미 슈퍼스타즈 원년 멤버였다는 사실이다. 원년 당시 이야기를 잠깐 들려 달라.
김 : 팀이 '인천'이라는 연고지를 모태로 태어난 팀이었다. 하지만, 당시 인천 연고 선수가 상당히 약했다. 서울이나 대구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실력으로 그 선수들을 이기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꽤 오랜 기간 약체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반면 1983년에는 구단에서 장명부와 이영구를 영입하면서 페넌트레이스 2위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타 팀에 비해 '약체'였다.
-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본인이 아닌 금광옥 포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이 아쉽지 않았는가?
김 : 금광옥 선수가 주전 포수였다. 실업 때에도 정말 잘했다. 삼미가 약체임에도 불구하고 '금광옥'이 강타자였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었다. 그 선수가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은 당연했다. 그에 비해 나는 백업 포수 아니었는가(웃음).
- 하지만, 영화에서와는 달리 인천고-인하대를 나오며 '에이스 인호봉'과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는 다름 아닌 김 부장님 본인이었다. 1976년, 봉황대기에서 '인천고 인호봉'이 40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을 때에도 김 부장님이 안방을 지키고 있지 않았는가?
김 : 그랬다. 그런데 당시 선린상고(현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인호봉의 40이닝 무실점 기록이 깨졌다. 10회 연장에서 신군식을 타석에서 맞았는데, 당시 내가 사인 낸 구질이 슬라이더였다. 그런데 나는 가운데에서 아웃코스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주문했는데, 그 공이 몸쪽으로 높게 형성돼서 들어왔다. 결국, 신군식의 굿바이 홈런이 터져 나왔는데,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다. 결과적으로 실투였다.
- 그렇기에 일찍 더그아웃을 떠나 현장 일을 한다는 것이 본인에게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현역 시절 기록을 보니, 타율 0.130, 6안타, 4타점이었다.
김 :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은 더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프런트직에 대한 구단 요청도 있었다. 프런트로 돌아서서, 그쪽 일을 배워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맞지 않겠느냐 생각하여 구단 운영 쪽 일을 맡게 됐다.
- 그런데 김진영 당시 삼미 감독께서 '선수로 다시 복귀하라'고 하소연하실 때가 있었다던데?
김 : 1983년인지 1984년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당시 삼미가 18연패에 빠진 경험이 있었다. 선수 자원이 없다 보니, 김진영 감독께서 나에게 "유니폼 입을 의향이 없느냐?"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당시 나는 진급이 결정날 수 있는 단계였고, 또 이미 유니폼 벗었는데, 또 다시 유니폼을 입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정중히 거절한 바 있다.
▲ 김 부장의 선수 생활은 말 그대로 짧고도 얇았다. 그러나 그는 금광옥, 양승관 등 삼미 프로 원년의 스타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엄연한 '프로 원년 선수'였다.
Part 3 : 프런트직의 시작
- 삼미 기록원에서부터 시작하여 본격적인 프런트 업무에 들어갔다. 처음 프런트 일을 맡았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는가?
김 : 프런트는 야구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선수가 아닌 색다른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면을 보고 노력을 기울이려고 애를 많이 썼다.
- 춘천방송에서 방송 해설도 맡았다고 들었다.
김 : 당시에는 내가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강원도에서 춘천고 야구부 바람이 강하게 불어 그 쪽(춘천 MBC)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왔다. 그래서 춘천고와 강릉고의 경기를 3번 정도 해설했던 경험이 있다.
-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 KIA를 거쳐 LG에 합류했다. 팀마다 독특한 문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간단하게 평한다면?
김 : 삼미, 청보, 태평양까지는 선수 수급이 어려웠다. 그러다가 태평양이 현대로 넘어가기 직전에는 선수들이 7~80% 세팅된 상태였다. 현대 시절부터 그동안 뽑아 왔던 선수들이 성장했고, 여기에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곳에서 스카우트로서 절정을 맞았다. 이후 KIA에는 6개월 정도 몸을 담았다. 기존 스카우트팀이 있었기에 지역 스카우트로서 ‘어드바이스’ 하는 일이 주된 역할이었다. 그리고 지금 몸담고 있는 LG는 수도권 팀으로서 지원이나 환경이 정말 좋다. 앞으로 투수력을 지속적으로 보강할 경우 상당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 포수 출신이기에 스카우트로서 유리한 점이 있는가?
김 : 물론 스카우트들의 포지션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포수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은 물론 있다. 투수들의 심리적인 면, 타자의 심리적인 면을 모두 볼 수 있다. 안방마님으로서 8명을 진두지휘 해 봤기 때문에 아는 것 아니겠는가. 그 8명의 심리상태를 잘 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포수는 바라보는 눈이 다른 야수들과 다르다. 야구를 할 때에도 포수이기 때문에 나 자신은 (다른 야수) 8명을 바라봤다. 그렇기에 시야를 넓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스카우트를 하는 데 있어서 김 부장님의 철학은 '좋은 선수'를 뽑는 일도 물론 선행되어야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팀에 부족한 자원이 어느 포지션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이는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김 : LG는 절대적으로 투수를 뽑아야 한다. 현대에 있을 때에도 투수에 대한 보강을 상당부문 해서 성공했다. 사실 LG는 타격 쪽 구성이 어느 구단에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투-타 밸런스만 맞춰 준다면 오랜 세월 강자로 부임할 수 있는 팀이 LG다.
- 메이저리그의 '저인망식 스카우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드래프트 일자를 앞당기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김 부장님 본인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김 : 메이저리그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공격이 시기적으로 너무 앞당겨져 있다. 대부분 1~3월 내에 스카우팅이 끝난다. 1차 지명을 부활한다 해도 그 친구들을 막을 수 있는 여건은 없다. 설령 1차 지명을 부활시킨다 해도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선수나 부모가 정확한 판단을 해서 '메이저리그에 노력해 보겠다'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타이틀만 보고 계약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선수와 부모, 그리고 각 학교 감독들의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싹'이 보이는, 나중에 대어가 될 수 있는 좋은 준척급 선수들을 뽑는 것도 스카우트 팀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김 : 상위 지명에서 좋은 선수들을 뽑은 것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좋은 스카우트라는 것은 중/하위권 선수들을 잘 뽑아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스카우트의 의무이자 자질이라 생각한다.
- 그렇다면, 앞으로도 1차 지명 부활이 아닌, 전면 드래프트 체재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김 : 사실 전면 드래프트는 작년부터 시행하지 않았는가. 1년만 하다가 바꾼다는 것도 사실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당분간 전면드래프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선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전 구단을 통틀어서 자기의 기량을 인정해주는 구단에 가는 것이 좋다. 그러다 (전면 드래프트에) 문제점이 도출된다면 그때 가서 1라운드 우선 지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현행 방법(전면 드래프트)이 가장 좋을 수 있다.
- 마지막 공식 질문이다. 김 부장님께 야구란 무엇인가?
김 :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뭐라고 해야 하나.... 야구는 나를 있게 해 주었다. 또한, 선수가 아닌 스카우트로서 좋은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또한, 내가 선택한 선수들이 명예와 부를 찾는 선수들 보면 참으로 보람된다. 이것이 '나의 야구'다.
※ 김진철(LG 트윈스 스카우트팀 부장)
1. 생년월일 : 1958. 4. 18
2. 포지션 : 포수 / 우투우타
3. 프로 통산 기록 : 29경기, 타율 0.130, 6안타, 4타점
4. 경력 : 인천고 - 인하대 - 삼미 슈퍼스타즈(1982년 선수 은퇴, 프런트 업무 시작) - 청보 핀토스 - 태평양 돌핀스 스카우트 팀 - 현대 유니콘스 스카우트팀장 - KIA 타이거즈 스카우트 - 現 LG 트윈스 스카우트팀장
[사진=LG 트윈스 스카우트팀 김진철 부장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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