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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극강'의 반열에 오른 지난 2년

기사입력 2010.03.18 14:15 / 기사수정 2010.03.18 14:1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특정한 영역에서 최고가 되기는 어렵다. 그것도 '압도적인' 최고는 좀처럼 나타나기 어렵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한 김연아(20, 고려대)는 피겨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큰 점수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아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김연아가 증명해온 기록은 피겨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올림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김연아는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조애니 로셰트(24, 캐나다)만 제외하고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그러나 거대한 이변이 없는 한, 김연아의 우위는 확실하게 보인다. 올림픽에서 2위와 무려 23점 차이로 우승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2007년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안도 미키(23, 일본 츄코대)와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였다.

김연아는 시니어 초기 시절, 이 선수들과 카롤리나 코스트너(23, 이탈리아)와 경쟁을 펼쳤다. 심각한 부상을 안고 뛴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범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 속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 김연아는 '극강'의 존재로 성장했다.

몸 관리가 한층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2008-2009 시즌부터 김연아의 기량을 거침없는 상승세를 탔다. 이 시즌부터 '김연아 팀'의 조화도 무르익고 있었다. 선수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코칭스태프와의 신뢰이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 결코, 최상의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없다.

지도자와 선수가 서로 의견이 조화를 이루려면 각자가 원하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 김연아가 지는 2년 동안 월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여기에 있었다. 다른 경쟁자들이 코치와의 불화설이 돌 때, '연아 팀'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약, 이들 사이에서 잡음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는 쉽게 나올 수 없었다.



2007년 월드 챔피언이었던 안도 미키는 2008-2009 시즌 부상으로 고전했다. 심각한 몸 상태로 인해 점프의 감각이 흔들렸던 그는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아사다 마오도 이 시즌을 기점으로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아사다 마오가 시니어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시즌은 2007-2008 시즌이었다. 아사다는 이 시즌에서 두 번의 그랑프리(스케이트 캐나다, 에릭 봉파르)와 4대륙 선수권, 그리고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김연아에 밀려 2위를 기록했지만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면서 세계랭킹 1위의 자리를 지켰다.(그러나 2008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는 가장 논란이 많았던 세계선수권대회 중, 하나로 남아 있다.)

2008-2009 시즌에 들어서면서 아사다 마오와 다른 경쟁자들은 급격히 흔들렸다. 플러츠(플립에 가가운 잘못된 러츠)를 해결하지 못한 아사다 마오는 가장 중요한 점프인 ‘트리플 러츠’를 잃고 더욱 트리플 악셀에 전념하게 됐다.

그리고 안도 미키는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3+2로 하향 조정하면서 안정감을 도모했고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모든 점프가 흔들리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2008년 12월에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까지만해도 코스트너의 점프는 위태롭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3월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제대로 된 점프를 구사하지 못했던 코스트너는 강자로서의 포스를 점점 상실해 갔다.(코스트너가 흔들리는 사이, 조애니 로셰트가 정상권으로 도약했다)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스케이터는 자신의 기량을 유지하는 부분이 매우 필요하다.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과의 '유지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탄탄하게 쌓은 기본기를 완성해 '토털패키지'로 거듭났다.

뛰어난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축복 된 일이다. 자칫 방심할 수 있는 자신을 자극할 수 있고 경쟁심을 불태우는 좋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김연아의 경우, 이러한 차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2008-2009 시즌부터 김연아의 기량은 월등한 레벨로 올라갔으며 그가 연기한 프로그램은 피겨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됐다.

분명한 점은 올림픽에서 아사다 마오를 비롯한 다른 스케이터들도 모두 올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점이다.(아사다가 올림픽에서 선보인 쇼트프로그램은 그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SP 중, 최고였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나타난 트리플 악셀 회전 수 부족이 인정된 점과 미흡한 안무 소화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던 PCS는 석연치 않았다)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의 수준은 매우 높았고 모두 최상의 연기를 선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김연아는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한동안 완벽하게 연기하지 못했던 프리스케이팅을 클린하면서 ‘무결점의 스케이터’로 거듭났다.



김연아는 지난 3일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하기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세계선수권은 편한 기분으로 즐기고 싶다. 지금까지 스케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거의 이루었다고 본다. 모든 점을 완벽하게 준비하겠지만 편안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2006-2007 시즌부터 지금까지 총 17번의 시니어대회에 출전했다. 그 중에서 13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한 번의 2위와 세 번의 3위를 기록했다.

2007-2008 시즌부터 기록한 김연아의 성적은 더욱 경이롭다. 13번의 시니어 대회에 참가해 11번 우승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던 두 번의 대회는 부상으로 연습마저 힘들었던 2008 세계선수권대회와 2008년 12월에 국내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뿐이었다.

피겨 역사상 이 정도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선수에게 끊임없이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김연아의 말대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즐기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엄청난 부담감이 뒤따른 이번 올림픽을 마친 김연아는 "좋은 컨디션을 믿고 가벼운 마음을 가졌던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다"고 말했다.

2위와 무려 23점 차이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에겐 '스케이트'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사진 = 김연아, 브라이언 오서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백종모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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