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대한민국을 열광케 한 U-20 월드컵 준우승 영웅들이 총출동해 비하인드는 물론이고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3일 방송된 고품격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는 ‘I LOVE U-20’ 특집으로 꾸며져 지난달 대한민국 국민에게 환한 미소를 안겨주었던 U-20 월드컵의 주역들인 황태현, 오세훈, 김현우, 최준, 이광연 선수가 출연해 숨겨진 예능감을 마음껏 분출했다.
이들이 단복을 맞춰 입고 스튜디오에 입성한 가운데 U-20 대표팀의 주장 황태현은 “청와대보다 ‘라스’가 더 좋다. 청와대는 체육복을 입고 갔는데 여기에 나온다고 하니까 단복에 타이, 시계까지 맞춰 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선수들이 ‘라스’에 출연할 수 있도록 이끈 일등 공신은 김현우였다. “순수하게 방송이 궁금해서 출연하자고 했어요!”라며 이유를 밝힌 김현우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니까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라스’ 섭외를 위해 고등학교 동창 오세훈과 최준에게 무릎까지 꿇었음을 고백해 웃음을 선사했다.
또 ‘라스’ 출연을 꺼렸던 오세훈은 그 이유에 대해 “공격적인 분이 많으신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MC 김구라가 “아저씨들이 나이가 많다. 우리 동현이가 98년생이다. U-20에도 못 나간다”고 설명해 폭소를 자아낸 가운데 진지한 성격인 황태현은 조심스럽게 “(호칭을) 뭐라고 불러야 하냐”고 김국진에게 귓속말을 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함께 그라운드를 누리는 동료이자 경기장 밖에서는 절친한 사이인 선수들은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서로에 대해 폭로하기 바빴다. 이 가운데 최준은 “오세훈이 월드컵 끝나고 연예인 병에 걸렸다. 카메라 앞에만 가면 이상한 콘셉트를 잡는다. 되지도 않는 귀여운 콘셉트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고 디스했다. 이광연은 “꼴 보기도 싫다”고 했고, 이에 오세훈은 “(이광연이) 밖에서 밥을 먹을 때 주변 사람들을 의식한다”고 반격을 가해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선수들의 팀킬은 방송 내내 계속됐다. 최준은 오세훈 선수의 한일전 결승골이 어이없었다고 폭로했다. “(골에 도움을 준) 저는 무시하고 뛰어가더라고요. 자기 혼자 심취해 가지고”라고 팩트 폭격을 날려 오세훈을 현실 당황케 했다. 이를 지켜보던 윤종신은 “서로 다시 볼 일이 없나 봐요?”라며 웃음을 더했다.
이들의 티격태격을 지켜보던 김구라는 “저번에 김병지, 안정환 이런 사람들을 보다가 보니 풋풋하다”고 흐뭇하게 말했고, 안영미 역시 “너무 애기애기하다”며 현실 엄마 미소를 선보였다.
이들이 이렇게 단단하게 뭉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U-20 대표팀을 이끌어준 정정용 감독의 공도 있었다. 선수들은 “감독님 덕분에 식사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하는 것 대신 선수들끼리 이야기 나누며 소통했다. 훈련 이외에는 다들 방에 있으니까 이야기할 시간이 없는데 식사 시간만큼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이것 때문에 더 단단해진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정정용’으로 삼행시를 이어가며 애정을 드러냈다.
시작부터 ‘진지한 캐릭터’로 눈길을 끌었던 황태현은 삼행시마저 정직했다. 이 같은 성격에 대해 최준은 “저는 진지하게 얘기할 때만 찾아가고 놀고 싶을 때는 태현이 형을 아예 안 찾는다”고 솔직하게 말해 듣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결승전 당시 세 번째 실점 후 주저앉은 선수들을 챙기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황태현은 이에 대해 묻자 “나도 그렇고 밖에서 계속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자. 지금까지 충분히 잘했다고 해주셨다. 나도 지금까지 잘해왔던 게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돼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며 듬직한 주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황태현의 모범적인 말에 김구라는 “아주 바른 친구네. 강하늘 느낌 많이 난다. 축구계 강하늘”이라고 칭찬했다.
U-20 월드컵의 수문장이었던 이광연은 K리그 데뷔전에서 겪은 아찔한 경험을 전했다.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네 골을 실점했던 이광연은 “데뷔전인데 '왜 이럴까'라며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는데, 한 골씩 만회가 되더라”며 “그래서 나는 될 놈이구나 싶었다”고 솔직하게 전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광연은 경기 당시 있었던 특별한 의식에 대해 “경기 전에 골대의 왼쪽과 오른쪽 윗부분을 만지며 기도를 한다. 우크라이나와의 결승 때는 후반전에 기도를 못 했다. 그래서 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 같은 이광연의 말에 선수들은 하나같이 “저런 의식 안 하던데 MSG를 친 것 같다”고 반응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세훈도 경기 당시 있었던 ‘청색 팬티’ 징크스를 털어놓으며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오세훈은 “경기에 나갈 때 청색 팬티를 입었다. 포르투갈 경기 때 적색 팬티를 입고 졌다. 남아공 때 청색 팬티를 입고 이기니까 그 후로 거슬리더라. 그래서 계속 청색 팬티를 입었다”고 털어놓았다.
오세훈은 아르헨티나전에서 첫 골을 기록한 후 겪었던 신기한 경험에 대해서도 밝혔다. 오세훈은 “첫 골이 들어가는 순간 아무것도 안 보였다. 소리도 안 들렸다. 몇 초 지나고 강인이한테 달려가니까 그제야 실감이 났다”고 벅찬 순간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냉정했다. 오세훈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MSG 제스처를 취한 것.
김현우는 결승전 당시 옐로카드를 주는 주심에게 애교를 부리던 장면에 대해 언급했다. 김현우는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그 프리킥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나한테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김현우는 “경기 초반이었고 카드 받게 되면 수비수로서 부담이었다. 그래서 한 번 봐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당시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황태현은 “난 김현우가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카드를 받아도 추후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심판이 한 번 정도는 봐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최종 목표도 털어놨다. 각자 축구 선수로서 당찬 포부를 밝히는 가운데 최준이 축구 선수 최초(?) 관종 선언을 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축구 선수 이용을 롤모델로 꼽은 그는 “이용 선수의 월드컵 독일전처럼.. 그런 쪽으로도 화제가 되어보고 싶다”라며 뜻밖의 목표를 밝혀 모두를 빵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은 노을의 ‘그리워 그리워’를 부르며 시청자들에게 잊지 못할 무대를 선사했다. 다섯 선수의 노래 실력이 지나치게 정직했던 것. 비록 고음 불가였지만 열정만은 가득한 무대에 MC들은 웃음을 보이며 “환상의 하모니”라고 찬사를 보냈다.
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수도권 기준 1부가 5.7%를, 2부가 5.1%를 기록했고 최고 시청률 역시 6.7%(23:51)를 기록하며 의미를 더했다. 또한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수도권 기준)은 1부가 3.0%를 기록해 동시간대 1위는 물론 수요일 전체 프로그램 중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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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은 기자 dpdms12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