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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은반 위의 무도] '김연아 드림팀'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기사입력 2010.03.04 14:58 / 기사수정 2010.03.04 14:58

조영준 기자

"(김)연아와 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적에 그리 신경을 쓰지는 않겠지만 연아와 제가 생각하고 있는 완벽함을 위해 정진할 생각입니다"

3일,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한 김연아(20, 고려대)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한 가지 요소라도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은 김연아와 오서의 공통점이다.

1일 막을 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선수 중 한 명은 단연 김연아였다. 그의 연기를 본 전 세계의 언론과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보냈다. 그리고 피겨 역사상 길이 남을 작품을 완성한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의 업적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은 김연아와 오서 코치만의 것이 아니다.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의 모든 것을 주관하지 않고 기술과 점프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안무와 프로그램은 데이비드 윌슨이 맡고 있으며 피겨 스케이팅의 '기본 중의 기본'인 스케이팅 기술은 캐나다 아이스댄싱 선수 출신인 트레이시 윌슨이 책임지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드림팀'은 김연아라는 피겨 여자 싱글 역사상 최고의 토털패키지를 완성해냈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는 만나기 전, 상당부분 기틀이 잡혀진 스케이터였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한층 발전시킨 공로는 높게 평가받아야한다.

브라이언 오서는 대한체육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외국인 코치로서 포상금을 받았다. 김연아를 최고의 스케이터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오서는 순식간에 올림픽 챔피언을 키워낸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신채점제 시대의 승자가 되고 싶다면 '분업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연아의 메인 지도자는 단연 브라이언 오서지만 그만이 김연아의 모든 것을 지도하고 잇지는 않다. 이들은 시간을 쪼개 각자가 맡은 분야를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김연아는 캐나다로 떠난 뒤, 가장 어려운 사항으로 '기본기'를 꼽았다. 과천실내 아이스링크에서 처음 피겨를 배우던 시절, 김연아는 점프는 물론, 스케이팅과 지상 훈련 등을 각기 다른 코치들에게 지도받았다. 탄탄한 기본기를 익히면서 성장했지만 점프와 기술에 중점을 두는 국내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훈련지를 캐나다로 바꾼 김연아는 트레이시 윌슨에게 스케이팅을 배우면서 한결 부드러운 풋 워크와 트랜지션을 구사하게 됐다. 스텝이 향상된 김연아는 이를 토대로 윌슨이 가르쳐주는 안무를 익혔다. 김연아가 보여주는 안무와 각기 다른 기술 사이를 연결해주는 움직임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이러한 토대가 성립될 수 있었던 점은 트레이시 윌슨과 데이비드 윌슨의 공로가 컸다.
그리오 오서는 김연아가 최고의 점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선수시절, 트리플 5종 점프는 물론, 트리플 악셀까지 자유자제로 구사한 그는 최고의 점프 전문가였다.

선수시절, 뛰어본 점프가 많으면 가르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의 지도자인 타티아나 타라소바는 저명한 안무가이자 프로그램 전문가이지만 기술 지도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사다의 전 지도자였던 라파엘 아르투니안(러시아)이 점프의 전문가였다.

야구에서 투수 코치와 타격 코치, 그리고 수비 코치와 주루 코치가 따로 존재하듯, 피겨 스케이팅도 각기 다른 분야에 전문 지도자가 있다. 이러한 '선진 시스템'은 김연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최고의 성과로 이어졌다.



완벽주의자 집단,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다

브라이언 오서-데이비드 윌슨-트레이시 윌슨은 모두 대단한 완벽주의자들이었다. 서로간의 의견을 모으며 최상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도를 멈추지 않았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이들과 김연아는 궁합이 잘 맞았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완벽주의자인 김연아는 어려서부터 될 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는 '독종'이었다. 김연아의 어린 시절 지도자였던 오지연 코치는 "원체 말도 없고 싫은 내색도 하지 않는 아이가 (김)연아였다. 연습을 하다 안 되면 씩씩거리며 화를 삭이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는데 될 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는 근성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승부욕은 물론, 프로 근성이 강한 이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루었다. 서로 간의 의견을 내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정진해온 이들은 올림픽 피겨 역사상 길이 남을 작품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완성해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최고 기록을 수립한 점도 놀라운 업적이었지만 롱프로그램인 '거쉰의 협주곡'을 완벽하게 연기해낸 점도 대단한 성과였다.

출국 기자 회견에서 이 프로그램 클린에 대한 질문을 받은 김연아는 "올림픽에서만큼은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싶었다. 올 시즌, 이 프로그램을 한 번도 완벽하게 클린하지 못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아서 자신이 있었다. 연기를 할 때도 마음이 편했고 이러한 요인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프리스케이팅을 클린한 성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성숙한 마인드 없이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다

김연아가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뛰어난 실력과 함께 성숙한 마인드를 갖췄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사실, 이번 올림픽의 부담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내가 어떤 결과를 얻어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게셨기 때문에 부담감을 털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연아의 이러한 성숙한 자세는 선수 개인으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서는 물론, 윌슨과의 이러한 정신자세는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 브라이언 오서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을 기정사실화하지 않았다. 캐나다와 미국, 그리고 유럽의 언론들과 인터뷰를 가지면서 "김연아는 지금까지 잘 해왔고 준비는 충분히 했으니 좋은 연기를 펼칠 것"이라며 김연아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데이비드 윌슨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건강한 김연아는 100%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내내 "최종 승자는 하늘이 결정해 주는 사람일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왔고 컨디션도 매우 좋으니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치겠다"고 일관적으로 말해왔다.

김연아는 금메달을 반드시 획득하겠다는 직설적인 화법을 피했지만 늘 자신감이 넘치는 말을 남겼다. 또한, 원치 못하던 현실이 닥쳤을 때, 이러한 점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마음도 준비하고 있었다. 기량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으로까지 조금의 빈틈이 없었던 김연아는 결국, 금메달을 획득했다.

모든 면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가 된 선수가 최고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면 미스터리로 남았을 것이다. 최고의 기량과 올림픽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성숙한 마인드는 228.56점이란 경이적인 점수로 이어졌다.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 그리고 트레이시 윌슨은 모두 김연아와 열린 자세로 소통하면서 강한 신뢰로 팀워크를 완성했다. 부담감 없이 남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즐기겠다고 밝힌 김연아는 "언제나 다른 선수들의 발언과 행동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가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 또한, 더 완벽한 연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끝까지 자신감을 표명했다.  



[사진 = 김연아, 브라이언 오서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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