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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20대 빙상 4인방, 3가지 닮은꼴 빛났다

기사입력 2010.02.17 12:48 / 기사수정 2010.02.17 12:48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20대 초반 선수들의 패기가 무섭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수영의 박태환, 배드민턴의 이용대가 맹위를 떨쳤다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의 20대 선수들이 연일 주가를 드높이고 있다. 

이승훈-모태범-이상화-이정수, 20대 대학생의 연이은 올림픽 메달 

첫 스타트를 끊은 선수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자랑, 이승훈(한국체대)이었다. 이승훈은 대회 개막 이틀째,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최초로 장거리 부문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1988년생인 이승훈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무모한 도전'을 펼쳤지만 끈기와 열정적인 도전 정신으로 결국 메달 획득의 기쁨을 누렸다.

이어 16일에는 한국 빙상의 새로운 역사를 쓴 '대사건'이 벌어졌다. 모태범(한국체대)이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일본의 두 선수를 따돌리고 감격의 첫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1989년생인 모태범은 그간 1000m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였지만 빼어난 컨디션과 경기력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레이스를 펼친 끝에 한국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첫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리고 17일, 이번에는 한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이 새로운 역사를 또 써냈다. 1989년생 간판, 이상화(한국체대)가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인자' 예니 볼프(독일)를 따돌리고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뒀다. 꾸준한 기량 향상으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우던 이상화는 막판 스퍼트로 결국 꿈을 이루는데 성공하며, 한국 동계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쇼트트랙 역시 '무서운 20대 초반'의 기세가 대단했다. 1989년생 이정수(단국대)가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1인자' 자리에 올랐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랭킹 1위에 오르고도 다른 형님들의 그늘에 가렸던 이정수는 시종 선두권을 유지하는 새로운 유형으로 레이스를 주도하며 결국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뤄냈다. 

위축되지 않는 정신력 바탕, 최상의 레이스 보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심리적으로 전혀 흔들림없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최상의 경기력으로 '본 무대'를 지배하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이들이 메달을 따는 과정에서 각축을 벌였던 선수는 모두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였다. 모태범은 세계기록 보유자인 제레미 워더스푼(캐나다)과 2차 레이스에서 맞붙었으며, 이상화는 세계 단거리 최강자 예니 볼프와 2차례 모두 대결했다. 이정수 역시 '까다로운 스케이터'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와 준결승, 결승에서 잇따라 만났다.

하지만 선수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하게 맞섰다. '상대가 하면 나도 한다'는 듯이 이들은 오직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며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세계 최강자로 꼽힌 선수들을 극복해내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올림픽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메달 후보들이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물론 이정수는 미국 AP통신에서 3관왕 후보로 거론되고, 이상화 역시 국내 언론 사이에서 메달 기대주로 꼽기는 했지만 실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은 있었다. 모태범 역시 500m보다는 1000m에 더 유망했던 선수였고, 이승훈은 5위에 들면 잘 한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이 부진한 성적을 냈을 때 이들은 부담감 없이 최고의 기량으로 '질주 본능'을 과시하며 '빙상 강국'의 위상을 드높인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섰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이들은 탁월한 감각을 과시했다. 날 차기, 코너링, 추월 등 모든 기술이나 작전을 시험하면 거의 대부분 빠르게 소화해내곤 했다. 그 덕에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감독의 작전대로 레이스를 펼치며 시원하게 빙판 위를 갈라 금맥을 캘 수 있었다. 

'아직 20대 초반' 4년 뒤, 더 나아가 8년 뒤를 꿈꾼다

이들은 앞으로 2014년 소치, 더 나아가 우리나라 평창이 유치하려는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의 활약도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아직 20대 초반이기에 4년, 그리고 8년이 지나면 좀 더 원숙미가 넘치는 기량으로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평창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이 유치된다면 이들의 금빛 질주를 잇따라 볼 수 있는 행복한 상상이 벌써부터 기대되기도 한다. 그만큼 20대 초반에 빛나는 성과를 냈기에 앞으로의 발전, 활약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사진= 이상화, 모태범, 이정수  (C) 엑스포츠뉴스 백종모, 강운 기자]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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