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12 03:30 / 기사수정 2010.02.12 03:30
치어리더를 말하다(3) - 팬들 앞에 돌아온 치어리더 김하정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치어리더는 몸을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직종이다. 짧게는 한두 시간에서 길게는 네 시간이 넘도록 응원을 리드하다보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보니 응원 도중 부상을 입어 현장을 떠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현재 프로농구 안양 KT&G 카이츠의 치어리더를 맡고 있는 김하정(24)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 될 뻔했다. 차이가 있다면, 김하정씨는 부상 후 곧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9년 6월이었다. LG 트윈스 치어리더 팀에 소속돼 있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잠실 구장 응원 단상에서 사라졌다. 그러고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며칠 동안 발목이 아팠는데,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어느날엔가 행사가 있어서 집에서 나가려는데 발을 내디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야 했죠."
한 달가량 병원 신세를 졌지만 정확한 병명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퇴원하고 나서도 통원 치료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한동안 일을 쉴 수밖에 없었다.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 통증은 사라졌지만 이미 시즌은 막바지였고 결국 LG에서의 첫 시즌을 다소 아쉽게 마무리했다.
"다치고나서 처음에는 정말 겁도 많이 났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제대로 걷지도 못할까봐…. 병원 다니면서 회복된 후에는 '아, 치어리더 일은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치어리더를 인터뷰하다 보면 그녀들의 '프로 정신'에 감탄할 때가 종종 있다. 자신의 일에 대한 확고한 직업의식은 김하정씨에게서도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곧 찾아왔다. 프로농구 개막과 함께 KT&G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KT&G는 이번 시즌 초반부터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24차례의 안양 홈 경기 가운데 승리는 8번에 불과했다. 응원을 직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홈 경기 성적이 나쁘면 흥이 나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
"지고 나면 속상하죠. 정말 아쉽게 지는 경기도 많아요. 속으로는 맥이 빠져도 우리가 더 웃고 열심히 응원해야 선수들도 힘이 나겠죠?" 모범 답안을 외워온 것 아니냐고 짓궂게 되묻자 "아니에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하루에 8시간까지 연습을 해요. 거의 매일 그 정도로 하다 보니까 힘들 때도 있지만, 경기에서 이기면 즐겁고, 더 뛰고 싶은 마음도 생겨요." 어느 선수가 좋은지를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고민하는 기색 없이 "박성훈 선수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프로농구 시즌은 이제 전체 일정의 약 20%만 남겨둔 상태다. 게다가 KT&G는 잔여 경기 대부분이 원정 경기로 편성돼 있다. 농구 시즌이 끝난 후 김하정씨의 계획이 궁금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야구장에서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팬들과 가까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호응도 많이 해주시는 편이니까…." 지난해 시즌 중반에 야구장을 떠나야 했던 아쉬움 때문일까. 그녀는 "이 일을 그만둘 때까지 야구 치어리더를 하고 싶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하정씨가 속한 이벤트 업체 '코렉스'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응원단을 맡고 있다.
[사진 = 치어리더 김하정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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