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은영 기자] 인요한 교수가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 이중복 씨를 45년 만에 만났다.
7일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 인요한 교수가 출연했다. 인요한 교수는 최초로 한국형 구급차를 만든, 파란 눈의 전라도 순천 토박이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인요한 교수는 1959년 전라도 태생으로 1993년 한국형 구급차를 최초 개발했다. 인요한은 "이 차는 우리 집 마당에서 만들었다. 목수, 철공업자를 불러 직접 개조했다"고 설명했다.
인요한 교수는 순천에 대해 "여기가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1959년부터 1978년까지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주의 중심이 순천"이라며 "먹을 것이 풍부하고 순천만 끝내준다. 낙안읍성도 있다"고 순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요한 교수는 특히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 순천에서 제일 많이 놀았던 친구다. 말수는 적지만 아주 착한 친구다. 이중복이라는 친구. 1975년쯤에 미국에 온 가족이 안식년을 다녀왔다. 그 이후로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인요한 교수는 이미 6개월 전 'TV는 사랑을 싣고'에 의뢰했다. 인요한 교수는 "바쁜 부모님 때문에 유모의 손에서 자랐다. 그분 손을 떠난 게 5~6세 때쯤이다. 그때 처음으로 이중복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온돌방 아랫목에서 겨울에 추우면 놀고 바깥에서 놀면 불 피우고 놀고 여름에는 여러 가지 놀이하느라 바빴고 서리도 하고 지금도 그날이 기억난다"며 "친구들 다 연락이 되고 다 만나는데 중복이 이 친구만 연락이 안 된다. 그래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뭘하고 살았나 궁금하고 너무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요한 교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일명 '쨘이'로 불렸다고. 인요한 교수는 "영어 이름이 존이었다. 순천에서는 '쨘이'로 불렸다. 친구들이 백인이라는 것은 인지를 안 했던 것 같다. 머리가 커서 머리 크기로 친구들이 놀렸다. 저는 거울을 보지 않아서 친구들과 다른지 잘 몰랐다. 심지어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 구경하러도 갔다. 친구들과 서울 말투를 흉내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집안에 대해서도 밝혔다. 인요한 교수는 "복잡하다"며 "쉽게 말하면 아버지는 켈트족 미국인이다. 어머니는 원주민 혼혈아 코만치다. 브레이브 하트가 코만치를 만나 애를 낳았는데 전라도에서 컸다. 그게 나다"라고 웃었다.
인요한 교수의 집안은 약 130년간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중에서도 전라도에 오랜 기간 정착했다. 인요한 교수는 "우리가 여기서 워낙 오래 살았다. 할머니가 1899년 목포 태생이다. 4대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군산에서, 저는 전주에서 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1895년 외증조부 유진 벨이 한국 땅을 밟은 이후 130년간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유진 벨은 일본으로부터 위협받던 고종 황제를 도왔다. 당시 미국 선교사들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은 3.1운동을 미국에 알렸다. 일본 잔인성을 비난하며 신사 참배를 반대하기도 했다. 아버지 휴 린튼은 인천 상륙 작전에 참여했다"면서 "전쟁 후에는 순천에서 선교 및 구호 활동을 하셨다. 어머니는 결핵 퇴치 사업에 앞장섰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요한 교수는 "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 통역을 했다. 한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중요한 건 전라도와 함께 130년이 돼 간다. 좋은 일도 함께하고 안 좋은 일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요한 교수는 찾고 있는 친구 이중복 씨에 대해 "다섯, 여섯 살 때 만난 친구다. 집에 자주 놀러 갔다. 돌을 던져서 불러서 놀러 오라고 하고. 놀러 가면 밥도 먹고 보리밥도 많이 먹고 마룻바닥에서 고구마도 먹고 그랬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다섯, 열여섯 살 때쯤 마지막으로 봤다. 안식년을 다녀오니까 가족이 순천을 떠났다는 소식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인요한 교수는 45년 만에 이중복 씨를 만났다. 이중복 씨는 인요한 교수에게 '짠이야'라고 불렀고, 두 사람은 와락 껴안은 뒤 눈물을 흘렸다. 이중복 씨는 "네가 찾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일이 있었다"며 "미안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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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y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