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11 01:06 / 기사수정 2010.02.11 01:06
- 굴욕적 패배의 허정무호, 이번 패배를 발판삼아 한 발 나아가야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경기 종료가 울린 순간, 참혹한 결과에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허정무호의 대한민국 대표팀은 10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 예선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0-3으로 대패했다. 이는 조작된 영상이 아니며 현실이다. 32년간 이어진 중국전 무패 행진은 이날 부로 끝났다.
1978년 중국과의 A매치 첫 경기 이후, 27경기 동안 단 한 번도 패배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중국에 완패를 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충격적인 결과이다.
징크스든 기록이든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다. 징크스가 존재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축구 경기의 결과도 누구든 예상할 수 있으며 징크스의 수혜자가 아닌 팀은 늘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며 위축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허망하게 깨진다면 말은 달라질 것이다.
그나마 한국이 이번 동아시아연맹 대회에서 최정예 멤버를 출전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일찌감치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며 세대교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한국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한국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중국보다 더욱 강한 상대와 경기를 펼쳐야 된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이 이번 패배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한국은 그동안 중국과의 경기에서 패배를 몰랐기 때문에 지나치게 안일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으며 이날 경기 실점상황에서도 이러한 악습은 계속됐다. 특히 전반 4분 만에 상대에게 쉽게 돌파를 허용한 뒤, 유 하이가 득점에 가담하는 순간에도 수비수들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으며 3명의 수비수가 문전 앞에 있었지만, 상대 공격수에게 공간을 허용한 점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 날 패배는 한국의 경기력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중국 축구의 성장도 가늠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인구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중국은 피지컬적 요인에서 나아가 조직력과 기술을 접목하며 한국을 압도했다. 개인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득점 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동안의 행보와는 확연히 달랐다.
즉,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 축구의 위상을 다시금 실감하게 됐으며 다음 경기에서는 더욱 신중한 자세로 나서야 됨을 암시했다. 비록 중국이 최근 두 번의 월드컵에 불참했지만, 축구 인프라가 많은 만큼 그들의 성장도 무시해서는 안 될 요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편, 한국이 본선에서 상대하는 팀들은 앞에서 말해 듯이 중국과는 전력상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비록 공이 둥글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곤살로 이과인만 보더라도 상대 수비진의 빈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득점에 가담한다.
만일 현재의 수비진으로 아르헨티나 혹은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상대하게 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해외파의 성장으로 공격 부분에서는 이전보다 월등하게 좋아졌지만, 불안한 수비 조직력과 개개인의 능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27경기 무패행진을 달린 허정무 체제의 한국은 그동안 불안한 수비 조직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혁을 서두르지 못했다. 현재 월드컵을 100여 일 앞둔 시점이므로 수비 라인에 대한 전면 검토는 곤란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대표팀의 후방을 지킨 몇몇 선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현재 내로라하는 강팀들의 특징은 강력한 수비진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해서도 드러나듯이 이름값이 있는 강팀이라도 수비진이 허약하다면 고전을 면하지 못한다.
한국과 같은 B조인 아르헨티나는 공격과 미드필더 부분에서 최정상급의 선수를 보유했지만, 불안한 수비라인 때문에 남미 예선에서 최종 경기까지 가는 고전 끝에 본선에 진출했으며, 이탈리아 역시 그들의 자랑인 카테나치오의 계보가 조르지오 키엘리니를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끊기면서 예전보다 안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동시에 겸비해야 했다.
반면, 최근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브라질과 스페인의 경우만 봐도 예전보다 월등히 강해진 수비력을 바탕으로 정상급에 올라섰다. 특히 카를로스 둥가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공격적인 성향의 브라질을 전격 개조하면 수비적이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과시. 4년 전에 비해 이름값은 낮아졌지만 튼튼한 브라질을 완성하며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부상하게 했다.
이번 중국전은 수비력 이외에도,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에서 문제점을 많이 드러냈다. 그럼에도, 해외파가 합류한다면 적어도 수비력에 비해서 이 두 부분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허정무호가 수립한 무패행진은 쉬운 기록이 아니므로 이번 경기를 교훈 삼아 한발 다가서면 된다.
남은 기간 동안 허정무호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받는 수비력을 보완할 수 있길 기대한다.
[사진=허정무 감독 (C) 엑스포츠뉴스 김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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